겨울을 앞둔 나이, 중년기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85)

“내 머리 좀 봐! 벌써 이렇게 희어졌네! 어? 주름살도…”
“당신도 이젠 중년이에요. 45세면 중년이지요!”
“내가 중년이라고? 아직도 청년이라고! 마음은 20대야!”
“마음은 20대라도 벌써 45년을 사셨으면 중년이지요.”
“그래, 벌써 중년이구먼…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이 벌써 여기까지 와 버렸네!”
“이룬 게 없다니요? 가정을 이루었잖아요?”
“그거야 누구나 하는 것이고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건가봐…”

중년기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마다 일치된 견해는 없으나 중년기에 대한 연령적 구분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분류는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견해를 꼽는다. 에릭슨은 나이 40~60세를 중년기로 보았다. 그런가하면 칼 융(carl G. Jung)은 유아기와 아동기,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 중년기, 노년기로 4등분하면서 35~40세 이후를 중년기로 정의하였다. 중년기의 구분과 정의는 학자마다 견해를 달리하기 때문에 그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으나, 대개 40세 이후를 중년기로 보는 시각은 공통적인 것 같다.

태양이 궤도에서 정오를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서는 것과 같이, 중년기에 들어서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그래서 레빈슨(Levinson)은 중년기를 계절에 비유하여 “겨울을 앞두고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추위가 다가오는 공허감 속에서 위기감을 경험하는 가을에 해당된다”라고 했다. 중년기의 심리는 긴장과 갈등, 상실감과 위기의 위협을 받는 시기라고 볼 수 있으며 사회·문화적, 경제적, 가정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시기임과 동시에 신체적, 생리적, 심리적으로 많은 변화와 문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다.

남성은 대개 30대 초반까지 교육을 받고 직업을 선택해 생활의 기반을 다지고 결혼을 하는 등 삶의 외형적인 틀을 갖추는 데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게 된다. 그리고 삶의 외형이 어느 정도 잡힌 40대에 이르게 되면 자신의 에너지 발산의 방향을 상실하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때 ‘제2의 사춘기’라는 중년의 위기를 경험하게 되면서 외도가 나타나는데, 이는 중년기의 홍역과도 같은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정체감의 위기를 겪듯이 중년기는 의미 상실의 위기와 실존적 공허에 시달리는 시기이다.

공자는 남자가 나이 40세가 되면 ‘불혹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하여 이는 어떤 유혹에도 굳건히 설 수 있는 시기라고 보았다. 하지만 성적 일탈을 경험한 남성 가운데 80%는 40~45세에 해당하는 중년기이므로, 40세는 ‘불혹의 시기’가 아니라 ‘유혹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중년의 위기’라고 부른다. 삶이 무의미하다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중년의 남성들 가운데는 현실을 잊으려는 야릇한 쾌감과 모험심이 발동되어 일탈을 시도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외도이다. 결혼을 속박으로 생각하고 그로부터 자유롭게 탈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중년기 남성은 외면적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분노, 탐욕 같은 유치한 감정을 지니는 시기이다. 성숙한 것처럼 보이는 삶 이면에 숨은 미성숙한 심리, 즉 탐욕과 유치한 야망과 같은 양면성으로 인해 40대 중년 남성들은 갈등에 빠진다.

직장에서도 상사의 권력으로부터의 압력과 젊고 유능한 후배의 신기술로부터의 압력 사이에서 마치 샌드위치처럼 눌려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중년기를 성장 세대와 권위적 기성 세대 사이에 낀 ‘샌드위치 세대’라고 말한다. 대개의 통계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중년기, 특히 40대 남성이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년기의 가장은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위치이다. 중년기 가장이 흔들리면 가정이 흔들리는 것이다. 중년기 가장이 든든히 서야 우리의 가정이 바로 설 수 있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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