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교회 챙기는 게 바로 ‘에큐메니칼 목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요즘 목회자들은 ‘밥 굶는 사명’으로 개척을 시작한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개척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이에요. 우리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 보편적인 상황이 이렇습니다. 그렇다면, 개척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정릉교회 박은호 담임목사는 에큐메니칼 신학이 아닌, 에큐메니칼 ‘목회’로 한국교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은호 목사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의 길’을 추구한다. 그는 “복음은 진리이기에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들이 성향이 나눠지기도 하고 그 안에서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있는데,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가는 그 길이 바로 제3의 길이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박은호 목사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의 길’을 추구한다. 그는 “복음은 진리이기에 보수와 진보의 틀에 갇히지 않는다. 오늘날 교회들이 성향이 나눠지기도 하고 그 안에서 이도 저도 아닌 경우가 있는데, 하나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위해 가는 그 길이 바로 제3의 길이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에큐메니칼 목회란 무엇인가요.

“3년 전부터 앞으로 꾸준히 하려는 게 함께 세워가는 교회운동입니다. 한국교회 85%가 성도 수 100명 내외의 교회들이죠. 5백명 이상 가는 곳은 그 중에서 또 얼마 안 되고, 1천명 이상은 거기서 또 5% 내외입니다.

그동안 세계 교회가 에큐메니칼 운동을 해 왔는데, 이게 사실 신학적인 거였어요. 그런데 저는 ‘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을 하자는 거에요. 한 교회가 자꾸 하드웨어를 늘리고 커지는 것보다, 지역의 큰 교회들이 몇몇 교회들을 품어서 교역자들을 세워주고 그 교회와 목회적인 여러 일들을 함께 나누고 선교비도 지원하는 거죠. 신학적인 게 아니라 말입니다.

예를 들면, 주위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자녀 학비를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죠. 우리교회 목사님들 학비나 이런 것들은 다 교회에서 지원을 하니까요. 그런 교회들도 똑같이 하자 그런 운동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그 교회들 목사님 최소 생활비를 책임지려고 해요. 거기에 자녀들 학비나 목회자 훈련 이런 것들을 따로 더 해드리죠. 우리 교회 전도팀이 가서 전도하는 일부터 이미용 봉사나 여름에는 연합 단기선교 활동부터 성경학교나 의료선교 등 형제교회로서 다양한 활동을 도우려 합니다. 교회가 함께 같이 서 가자는 운동이에요. 지금은 우리 노회(서울강북노회) 안에서 8곳 정도를 하고 있고, 충청도 쪽 한 노회에서 두 곳을 돕고 있었는데 한 곳은 자립했어요.”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개척교회에는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결국은 소프트웨어, 즉 목회자의 문제죠. 어떻게 하면 좌절하지 않고, 의지를 갖고 목회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거죠. 그래서 목회자 훈련이나 필요한 세미나에 보내고, 저희 교회에서 목회자들이 함께 공부하는데 함께 와서 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목회자 문제라는 게, 8개 교회와 함께하고 있지만 한 절반 정도 성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원칙이 있어요. 목회자의 의지가 없는 교회는 절대로 돕지 않는다. 교인들한테는 가끔 그럽니다. 우리 교회가 대학병원처럼 인턴, 레지던트, 전문의 다 키워서 한국교회를 섬길 목회자를 배출해야 한다고요. 저는 우리 교회 목사님들이 목회 잘 하시도록 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교회의 책임이자 사명이라 생각해요. 함께 일하는 우리 목사님들이 제 목회의 1번지입니다.”

-교회 개척에도 열심이신데요.

▲박은호 목사는 “제 목회의 골(goal)은 은퇴할 때 어떤 모습으로 교회를 후임자에게 물려줄까 하는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에다 목회자 과다 수급으로 한국교회가 10-15년 뒤만 해도 굉장히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지금은 낭만적인 꿈을 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박은호 목사는 “제 목회의 골(goal)은 은퇴할 때 어떤 모습으로 교회를 후임자에게 물려줄까 하는 것”이라며 “저출산 고령화에다 목회자 과다 수급으로 한국교회가 10-15년 뒤만 해도 굉장히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지금은 낭만적인 꿈을 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교회가 교회를 개척해야 합니다. 그게 정상이에요. 그러면 대사회적인 이미지도 훨씬 좋아질 거에요. 목회자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개척 가능한 교회들이 개척을 해야죠. 그래서 부임한 후 65주년 기념교회로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앞으로 북방선교 지역까지 12곳을 개척해서 함께 가려고 해요.

처음이라 그런지 조금 돈이 많이 들었어요. 남양주 지역에 땅을 마련해 건물을 다 지어주고, 목사 사택과 교회에 필요한 차량까지 지원했으니까요. 그리고 은사가 있는 가정들에게 가서 도우라고 했더니 13가정이 나섰어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서 돌아온 성도가 한두 가정 있죠. 급성장하지는 않지만 교회의 틀을 갖춰 가면서 차근히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100% 다 해주는 게 능사는 아니더군요. 제가 마음을 너무 순진하게 먹었다고 할까요. 빚 없이 개척하는 교회가 없고, 고생 안 하면서 목회하는 목사가 없는데 말입니다….”

-메가처치가 아닌, ‘메타(meta)처치’를 지향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노회 140여곳 교회들 중 가장 큽니다. 지금 교회들이 다들 메가처치를 지향하면서 서로 경쟁 구도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부목사님들이나 성도들에게 한 번도 교회성장이라는 목회정책으로 목회를 밀어붙이거나 끌고간 적이 없습니다. 본질에 충실하면 교회는 성장하는 것이잖아요.

저 자신은 메가처치에 대한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이미 메가처치가 되지 않았냐고 하면 드릴 말씀은 없지만요(웃음). 교회가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이 늘 있어요. 우리 교회는 임직식 할 때 꽃도 못 달게 합니다. 이러한 하나 하나를 다 회복하면서 아주 건강하고 모범적으로 가고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우문(愚問)이겠지만, 계속 강조하시는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저는 하나님 말씀의 회복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부임한지 7년째인데, 끊임없이 말씀을 통한 일에 교회가 매달리다 보니 체질적으로 굉장히 건강해졌습니다. 우리 교회는 70년이 다 되다 보니 전통을 중요시하고 나름대로 틀이 있지만, 그런 것들이 말씀회복 운동을 통해 새로워지고 있어요.

내년이 70주년인데, 표어가 ‘정릉교회 70년, 그 새로운 시작’입니다. 70년 역사를 무시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재해석하고 다시 새로운 복음적인 말씀 앞에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말씀의 회복 아래 3가지, 바른 신앙과 건강한 교회, 영성이 충만한 교회, 다음 세대를 세우는 교회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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