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무엘 대표, 지난 역사 평가하고 계획 밝혀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장신대를 졸업하고 광주의 작은 교회에서 대학생들을 선교하고 있던 1961년 당시, 갓 30세를 넘긴 청년이었던 이사무엘(이창우) 목사는 한국 전쟁 직후 파송된 배사라(사라 베리) 선교사를 만나 4.19 학생 혁명과 5.16 군사 쿠데타라는 격변의 역사 속에서 희망과 좌절을 연이어 경험한 한국의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나라의 미래를 기약하는 것’이라는 동일한 사명을 확인하고, 이 때부터 함께 대학생들을 위한 성경 공부 모임을 시작하게 됐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모임이 전라도의 대학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서울로까지 그 운동이 이어져, 오늘날에는 국내 대학생 회원 1만여 명, 해외 파송 자비량 선교사 3천여 명의 국내 최대 선교단체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UBF는 한국에서 한국인에 의해 시작된 복음주의 학생 운동이며, 50년간 대학생 전도와 제자 양성이라는 본래의 사명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달려 왔다는 점에서 그 뚜렷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UBF 현 대표인 이사무엘(이현정) 목사는 대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4년에 처음 UBF에서 성경을 접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으며, 39년간 UBF에서 사역해 온 UBF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50년간의 사역의 결과가 평신도 자비량 선교라고 강조했다. 1969년 선교사가 처음으로 배출됐는데, 선교사를 파송하겠다는 특별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말씀을 깨닫고 말씀에 순종하는 것을 핵심 삼아 사역해 오다 보니, 복음서의 마지막에 나오는 예수님의 선교 명령에도 자연히 순종하게 됐다는 것이다.
선교사 파송 순위에서 언제나 1위를 고수하는 저력도 따라서 UBF의 사역 자체에 있다고 이 목사는 말한다. 비신자 대학생들을 전도해 성경 본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장 한 장 가르치며 이를 성경적 지식을 쌓는 방향으로보다는 말씀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모든 부분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UBF만의 성경 공부 방법은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신앙, 가치관, 세계관, 가정관, 결혼관, 선교관을 형성하게 되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생활비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도 현지에서 스스로 돈을 벌며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대학생 선교에 투자하는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들과 또 그 선교사들을 통한 열매라는 결실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성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런 일들은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고 실제 삶으로 드러내는 신앙의 원동력에 의한 것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에 평신도 자비량 선교 모델 제공
“하나님 은혜 감사하며 한국 교회 더 섬길 것”
이 목사는 한편, UBF의 50년간의 사역의 결실은 한국과 전 세계 UBF 사역자들을 통한 사역 자체라고 할 수 있지만 또한 이 같은 사역을 통해서 한국 교회에 준 긍정적인 영향들을 들 수 있다고도 말했다.
먼저는 대학생 시절 UBF를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변화된 많은 청년들이 한국의 지역 교회들에 흩어짐으로써 지역 교회 저변 확대에 기여한 점이라고 그는 꼽았다. UBF는 한 해 동안 신입생 비신자들을 집중적으로 전도하는데, 4년간 신앙 훈련을 하는 동안 약 20%가 UBF의 사역자가 되고 나머지는 지역 교회로 흩어지게 된다. 이렇게 UBF에서 신앙 훈련을 받은 이들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이제는 한국 교회 내에서 UBF 출신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물론, 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이러한 UBF 출신의 신앙인들을 길러낸 귀납법적 맨투맨 성경 공부 방법도 1990년대부터 한국 교회에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UBF의 성경 공부 방법이 한국 교회에 접목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그는 설명했다.
또 한 가지는 평신도를 선교사화 하는 모델을 한국 교회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 목사는 강조했다. 최근 한국 교회가 평신도의 선교 가능성에 눈을 뜨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모든 선교사가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인 UBF는 한국 교회에 좋은 롤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교사들을 통해서 선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과들도 한국 교회의 선교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모델들이 되리라고 이 목사는 기대했다. 그 첫째는, 현지인 선교사화 모델이다. UBF 선교사를 통해 성경을 공부하고 변화된 현지인 대학생들이 제3국에서 똑같이 자비량 선교사로 헌신하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목사는 이를 통해 앞으로 한국에서 파송한 선교사뿐 아니라 현지에서 배출된 선교사들까지 합류해 전 세계 캠퍼스에서 현장 지도자를 양성하는 입체적인 선교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둘째는, 선교에 있어서 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선교사 2세 양육에 대한 모델이다. 2세들의 문제가 선교지마다 선교사마다 고민이자 기도제목인데, 선교사의 자녀들은 문화와 환경이 다른 곳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을 겪고 시험도 겪는다. 이 목사는 UBF의 경우 선교사 2세들에게 ‘MK(Missionary Kids)’로서가 아닌 ‘Second Generation Missionary’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심음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밝혔다. 즉, ‘나는 어쩔 수 없이 부모에 의해서 이 곳에 오게 됐다’가 아닌 ‘하나님께서 나를 2세 선교사로 쓰기 위해서 이 곳에 오게 하셨다’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통해 10대가 되어도 정체성의 혼란을 극복하고 부모의 사역을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이러한 정체성 교육의 효과로, 선교사 부모들은 자녀와의 갈등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 사역에 더 헌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자라면서 현지 문화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는, 그야말로 현지화된 선교사의 자질을 가진 선교사 2세들을 부모 세대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선교사로 양육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이러한 모델들에 관심을 갖는 한국 교회와 선교 지도자들이 자연히 UBF의 사역에 관심을 기울이며 우리의 모델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한 일이 아니라 모두 하나님께서 하신 일로, 한국 교회에 나눌 수 있는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국 교회 더 섬기며 봉사하는 것이 계획
대학생 복음화와 선교는 변함없는 사명
이 목사는 따라서 앞으로의 사역 계획을 묻자 한국 교회와 더욱 연합해 하나님께서 UBF를 통해 이루신 모든 것을 한국 교회와 나누고, 한국 교회를 위해 섬길 것이 있으면 봉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와 현지인 선교사화, 2세 선교사 양육은 물론 성경 공부 방법, 제자 양성 노하우 등을 가르치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요청이 있으면 도움을 드리는 입장에서 섬김으로써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UBF 안에서의 앞으로의 사역 계획은 우선 국내에서는 UBF의 본래의 사역인 대학생 복음화를 초지일관으로 지속하는 것이다. 이 목사는 “캠퍼스의 상황도 많이 바뀌고 대학생 선교가 위축되면서 방향을 바꾸는 캠퍼스 선교 단체들도 나오고 있다”며 “우리 역시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UBF는 처음부터 비신자 대학생 전도를 위해 하나님께서 세우셨으니 변함없이 이 사역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변화하는 캠퍼스 상황에 따른 맞춤 사역을 위한 연구소 설립과 전문가 양성 등 돌파구를 찾는 노력은 다각화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50년 안에 맞이할 남북 통일을 대비해, 복음 안에서 남북이 하나 될 수 있고, 통일된 한국을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도 이 목사는 말했다. “북한 같은 경우는 은밀하게 식량 보내기 사역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북한의 정치적 상황은 계속 좋지 않지만, 한 때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할 만큼 부흥했던 곳이다. 복음을 통한 통일과 세계 복음화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UBF도 이를 위해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현재 전 세계 233개국 가운데 아직 선교사가 파송되지 않은 140개국에도 선교사를 파송해나가는 것을 계획으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난 50년간 선교사를 파송한 국가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미파송국에 선교사들을 보내는 운동을 펼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미파송국 가운데는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오지 지역이 많은데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UBF는 모두가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지만 이러한 국가들은 자립할 길이 전혀 없거나 가능성이 적으므로 고도로 훈련된 평신도 선교사를 보내면서 사역 초기에는 어느 정도 지원을 하며 선교사들이 자립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난 2001년 40주년 때 다음 세대인 2041년까지 10만 명의 평신도 자비량 선교사를 233개국에 보내자는 비전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갈 전망이다.
UBF는 오는 29일 장충체육관에서 5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한다. 한국과 해외의 사역자들, 선교사들은 물론 현지 선교사들을 통한 열매인 현지인 지도자들까지 한 데 모이는 이 자리는 “지난 50년간의 결실을 하나님께 모두 봉헌 드리는 감사의 자리”라고 이 목사는 밝혔다.
선교대회에 이어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리는 지도자 세미나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8백여 핵심 리더들이 모여 지난 50년 동안 하나님이 UBF에 주신 소명과, 신앙적인 유산, 영적인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리해서 평가하고, 다음 50년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한편, 이 목사는 끝으로 한국 교회에 꼭 전하고 싶은 말로 “오늘날 한국 교회의 침체를 선교로 뚫고 나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전도도 되지 않는데 이런 것을 내부에서 풀려고 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선교로 눈을 돌리면 영성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변화가 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목회자 중심적이고 지역 교회 중심적인 선교의 틀을 벗어나 평신도 선교에 한국 교회가 더 눈을 뜨기 바란다며, 교직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사고로 선교에 울타리를 쌓기보다는 사도 바울의 예와 같이 한 사람으로부터 선교가 시작된 성경의 원리에 따라 평신도 선교를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선교에 대한 부담에 관해서도 “선교라는 것은 물질이 있고 사람이 있고, 모든 것을 갖춰서 하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의 선교 명령을 순종하고자 하면 길이 있으니 순종하면 축복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며 한국 교회가 좀 더 선교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면 한다는 희망을 조심스레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