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사과 없이 “5월 21일 보이지 않는 휴거 있었다”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올해 10월 21일 종말설 여전히 주장

▲공식성명을 발표 중인 해롤드 캠핑(89). ⓒChristian Post

▲공식성명을 발표 중인 해롤드 캠핑(89). ⓒChristian Post

5월 21일에 휴거가 일어난다고 주장해 많은 피해자들을 낳은 패밀리 라디오의 대표 해롤드 캠핑(89)이 5월 21일에 보이지 않는 휴거가 있었다며, 올해 10월 21일에 세상의 종말이 도래한다는 자신의 예언 역시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잠적했다가 22일 오후에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캠핑은 “휴거가 일어나지 않아 놀랐다”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부터 하루 뒤인 23일 공식성명을 발표한 캠핑은 “지난 주말이었던 5월 21일은 영적인 면에서 (휴거가) 진정으로 일어났다. 하나님은 세상에 다시 한 번 심판을 가져오셨다. 우리는 어떤 변화도 보지 못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온 세상에 심판의 날을 도래시키셨다. 온 세상이 심판의 날 아래 있고 이 기간은 올해 10월 21일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온 세상은 파괴될 것이다”라고 또다시 예언했다.

또 5월 21일에 사람들이 보기에 휴거가 일어나지 않은 까닭에 대해서는, “내 예언들은 늘 옳았지만 이번에는 성경에 대한 영적인 해석이 필요로 됨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문자적이었기 때문에 틀렸던 것”이라며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성경은 매우 영적인 책이다. 매우 사실적인 부분도 있지만 매우 영적인 부분들이 많다. 어떤 부분을 사실적으로 이해할 것인지 영적으로 이해할 것인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그러나 우리가 보다 영적으로 성경을 볼 때 주님이 하신 일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사실”이라고도 덧붙였다.

“난 천재 아니기에 실수, 책임 없다” 주장
공식 홈페이지서 관련 내용들 모두 삭제

▲패밀리 라디오가 계속해 온 5월 21일 ‘최후 심판의 날’ 광고. ⓒChristian Post

▲패밀리 라디오가 계속해 온 5월 21일 ‘최후 심판의 날’ 광고. ⓒChristian Post

그러나 캠핑은 자신의 예언으로 빚어진 피해에 대해서는 일체 사과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이 내게 물어 왔기에 명예롭게 이에 맞서야 했다”며 성명을 발표하게 된 경위를 당당히 설명하기까지 했다.

5월 21일 이후로 미국에서는 캠핑이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캠핑은 “사과를 하라고 한다면 하겠다. 내가 원하던 대로 모든 것이 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관은 없다. 나는 천재가 아니기에 실수를 했으며, 실수를 했을 때는 ‘내가 틀렸었다’라고만 말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이미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올해 5월 21일의 휴거 예언 외에도 앞서서 했던 1988년 5월 21일 교회에 대한 심판 예언과 1994년 9월 7일 계속되는 교회에 대한 심판 예언까지 이 모두가 정확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모든 예언들이 영적인 면에서 실현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10월 21일만은 영적인 것이 아닌, 진정한 세상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조한 캠핑은 ‘당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누구의 인생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는 것은 내가 아니다. 나는 성경을 가르칠 뿐이고, ‘이것이 성경이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답했다.

이번 5월 21일 예언을 믿고 학교, 직장을 관두고 평생 모은 재산을 ‘최후 심판의 날’ 광고에 쏟아 부은 이들에 대해서도 따라서 책임이 없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캠핑의 예언이 잘못된 종말에 관한 신앙과 반기독교 정서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계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현지 신학자들은 캠핑의 예언에서 가장 큰 오류는 “휴거와 종말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그리스도가 빠져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식성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캠핑은 ‘어떤 사람이 그렇다면 휴거에 이르는가’라는 질문에 “기독교인인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종교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며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힌두교인이든 누구든 휴거에 이를 것”이라고 답해 우려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가장 나중된 자가 가장 먼저된 자가 되리라’라는 성경 구절처럼 구원은 하나님의 선택에 달렸다. 하나님이 누군가를 구원하기로 결정하시기만 하면 그는 성경에 대해 모두 알 필요도 없으며 단지 하나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는지만 알면 될 것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서 하나님이 하신 말씀은 자신의 예언을 가리킨다.

66개 방송국을 가진 기독교 라디오 네트워크 패밀리 라디오의 설립자이자 현재 대표인 캠핑은 올해 5월 21일 대지진이 일어나고 지구상의 3%만의 사람들이 휴거에 이르며 나머지는 고통 속에 5개월을 보내다가 10월 21일 세상의 종말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캠핑은 창세기 7장 4절의 ‘지금부터 칠 일이면… 모든 생물을 지면에서 쓸어 버리리라’는 구절과, 베드로후서 3장 8절 ‘주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는 구절, 그리고 창세기 7장 10-11절 ‘이월 곧 그 달 십칠 일이라’는 구절을 근간으로 이같은 예언을 했다. 주께는 하루가 천 년과 같으니 7일을 7천 년으로 계산하고, 노아 시대 홍수가 일어났다고 알려진 BC 4990년에 7천 년을 더하면 AD 2011년이 되는데(4990+2011-1=7000 ※달력에는 0년이 없기 때문에 1을 빼야 한다고 주장), 여기에 성경 달력으로 이월 십칠 일은 5월 21일이기 때문에 바로 2011년 5월 21일이 종말의 날이라는 것이다.

한편 5월 21일을 ‘최후 심판의 날’로 알리던 패밀리 라디오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 날 이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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