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석 칼럼] 왜 오바마를 무슬림이라고 하나?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이만석 목사

▲이만석 목사

미국의 전문 여론 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재작년에는 10%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18%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백악관의 대변인을 통해서 혹은 직접 선언을 통해서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슬림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타임매거진 ABT/SRBI 등이 공동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고 믿는 사람이 24%였다고 한다. 반면 그가 기독교인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48%에서 34%로 급격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LA 크리스찬 투데이 2010.8.30)

혹자는 이에 대한 증거로 그의 중간 이름이 후세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가 11세까지는 무슬림 교육을 받았다거나 그의 부모가 무슬림이었다는 것으로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종교를 그의 과거를 통해서만 규정지으려는 것은 별로 신뢰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 개종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그동안 차별을 받아왔던 무슬림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무슬림권 외국인들의 입국 절차 중 추가 검색을 요구하는 조치가 폐지되었으며 그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편견과 싸우는 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임무 중 하나”라고 공식 천명했으며 “미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며 서구 세계에서 이슬람 여성 복장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할 때도 열린 마음을 가진 기독교인으로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런던 G-20 정상회담 때 미국 대통령인 그가 사우디 국왕에게만 허리를 굽혀 절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작년에 이집트의 외무장관이었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Ahmed Aboul Gheit)가 오바마 대통령과 독대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했다는 말을 신문 기사로 보았다. 그 기사에 의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아버지가 무슬림이며 계부도 무슬림이고 케냐에 있는 형제들도 무슬림이며 자신도 무슬림이라고 고백했다”고 하며 (세계를 이슬람화하려는) 이슬람의 아젠다를 지지한다고 했다고 나일(Nile) TV쇼에 출연하여 밝혔다고 한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건강보험 문제) 등의 복잡한 현안이 정리되면 이스라엘 문제를 정리하고자 하니 아랍 세계에서 인내를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는 말을 전했다. (미주 크리스찬 투데이 2010.6.24)

만일 이 말이 사실이었다면 세상이 발칵 뒤집혔을 텐데 세계의 주요 매스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잠잠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잊혀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무슬림이라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동영상들이 많이 유포되었지만 한 사람의 기독교인의 과거를 추적하여 무슬림을 만들어 추락시키고자하는 정치꾼들의 의도적 모함으로 여겨 가볍게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그의 취임 후의 행보를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9.11테러 이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입국이 금지되었던 이슬람 학자들인 타리크 라마단이나 아담 하빕 등의 입국 금지가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해제되어 그들은 자유롭게 미국을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타리크 라마단은 무슬림형제단을 창단한 하산 반나의 손자로서 그를 “두 얼굴을 가진 위선자”로 소개하는 책자가 유럽에서 여러 권 출판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꾸란을 완전히 외워 하피즈로 불리는 후세인이라는 인도계 젊은 무슬림을 백악관 자문위원으로 위촉했으며, 항공우주국(NASA) 국장으로 역사상 최초로 흑인인 찰스 볼든을 임명했는데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을 임명한 것은 무슬림들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아메리칸포스트 2010.7.12)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슬람 극단주의 혹은 이슬람 근본주의 등의 단어들의 사용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고 다만 테러와의 전쟁을 외칠 뿐이었다. 그는 일부일처를 규정한 결혼보호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으며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지지하고 작년 5월에는 동성애자들을 백악관에 초청하여 격려했다. 일부일처를 폐지하자는 것은 무슬림들의 일부4처 제도를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 작업인가?

그 동안 속을 썩이던 건강보험 문제가 성공적으로 정리되었다고 생각한 오바마는 2011년 5월 19일 미 국무부에서 약 45분간의 연설을 통해 중동 평화를 위해서 새로운 선언을 했다. 그 내용 중 매우 놀라운 부분은 중동의 평화를 위해서 이스라엘은 1967년도 제3차 중동 전쟁 이전의 국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권면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재 국경선은 1967년 이스라엘과 시리아, 이집트 간에 벌어진 제3차 중동전쟁 결과로 그어져 있다. 당시 이스라엘 공군은 이집트 전투기 300대,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전투기 416대를 궤멸하는 등 막강한 전투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이런 절대적 우위의 전투력을 바탕으로 전쟁 개시 4일 만에 가자 지구, 구(舊)예루살렘, 시나이반도, 요단강 서안(西岸)지역, 시리아 국경의 골란고원을 모두 획득했다. 전쟁 개시 6일 만에 유엔 중재로 전쟁이 끝나 일명 ‘6일 전쟁’으로 불린다. 제3차 중동전쟁으로 가자 지구, 서안 지역에 거주하는 수백만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스라엘 통치를 받게 됐다. 그 후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테러는 끊이지 않고 계속 자행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테러와 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하여, 마치 시나이반도를 넘겨주고 이집트와 평화를 회복한 것처럼, 팔레스타인들이 거주하던 땅을 돌려주고 평화를 얻자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고 즉각 달려온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 이유는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있는 하마스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대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이라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업고 당선된 오바마 대통령이 유대인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이런 제안을 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첫째는 오사마 빈라덴을 죽이고 난 후 미국 내에서의 인기가 치솟자 이제 유대인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해졌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둘째는 최근 아랍권에서의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가 급격히 하락했다는 것을 알고 아랍권의 지지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아랍인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이스라엘을 배격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이슬람 세력이 날이 갈수록 강성해지기 때문에 이제는 유대인 편에 서는 것보다는 이슬람 편에 서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넷째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아랍인들의 편에 서서 유대인들을 원수로 여기는 이슬람 신앙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땅을 떼어주고라도 오랫동안 인류가 열망했던 중동의 평화를 얻어낼 수만 있다면 그의 제안은 옳은 것이다. 유럽이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보인다. 그러나 이슬람권에서 살아보면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이스라엘을 친구로 여길 수 없다는 설교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는 꾸란을 통한 알라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꾸란5:51)

그래서 이스라엘이 1967년 이전의 국경으로 돌아간다거나 혹은 완전히 중동에서 철수를 하고 인도네시아의 한 섬이나 아프리카의 사람이 살지 않는 밀림 속에서 다시 정착한다고 해도 무슬림들은 유대인들을 멸망시키라는 알라의 명령을 실천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주변의 무슬림들에게 속고 있는지 아니면 스스로 무슬림으로서 세계를 속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슬람 편에 서서 그들의 목적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는 생각보다 강력한 유대인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바로 “자신의 본의는 그것이 아니었다”고 사과를 했다고는 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작년에 이집트 외무부장관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가 오바마 대통령을 통해서 직접 들었다는 “나는 무슬림이며 아랍권에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면 이스라엘 문제를 정리하겠다. 나는 (세계를 이슬람화하고자 하는) 이슬람의 아젠다를 지지한다”는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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