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이퍼 목사와 이례적 인터뷰로 주목
릭 워렌 목사가 그를 현 시대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독교 작가이자 목회자로 만든 ‘목적이 이끄는 삶(The Purpose Driven Life)’ 출간 이후 명성만큼이나 쏟아진 비판들에 대해서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워렌 목사는 미국에서 주로 칼빈주의 진영의 신학자들과 목회자들로부터 성경적 교리보다는 실용주의에 기반을 둔 사역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한 그의 책 ‘목적이 이끄는 삶’은 그리스도 없는 하나님의 은혜만을 강조함으로써 대중적 인기를 끌어 모았다는 비판 역시 받아야 했다.
이 가운데 워렌 목사는 지난 해 현지 칼빈주의의 대표적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존 파이퍼 목사가 이끄는 ‘디자이어링 갓(Desiring God)’ 컨퍼런스에 보수주의자들인 R. 앨버트 몰러 Jr. 목사와 R. C. 스프라울 목사 등과 함께 강사로 초빙받았으나 개혁주의 대회 관계자들의 반대로 강단에 서지 못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워렌 목사가 자신에 관한 비판에 입장을 밝히기로 결심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으며, 이러한 결심은 지난 5월 초 파이퍼 목사의 인터뷰 제안에 워렌 목사가 답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파이퍼 목사는 자신이 속한 칼빈주의 진영이 워렌 목사의 가장 큰 비판자였음에도 불구, 워렌 목사에 대한 개인적인 자신의 견해는 비판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 왔었다.
인터뷰에서 워렌 목사는 ‘목적이 이끄는 삶’과 기독교 교리들에 관한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100분여간 진행된 이 이례적인 인터뷰는 최근에야 공개됐으며, 인터뷰의 주제는 오늘날 미국 교회를 대표하는 인물이 이같은 또다른 인물을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현지 교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교회 영성 훈련용 워크북
“비신자들 위해 쓴 것 아니라 교리 부분 미흡”
워렌 목사는 먼저 ‘목적이 이끄는 삶’과 관련한 비판들에 대해서는, 이 책을 비신자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새들백교회의 교인들을 위해서 썼다는 점을 밝히며 이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출간된 ‘목적이 이끄는 삶’은 미국 내에서만 3천만 부가 판매되고, 전 세계 50개 언어로 번역된 역사상 가장 인기를 끈 논픽션 책이며, 교인들 뿐 아니라 비신자들에게도 널리 읽힌 책이다.
그러나 워렌 목사는 “나는 이 책을 새들백교회의 연례 영적 성장 캠페인이었던 ‘목적이 이끄는 40일’ 기간 교인들이 사용할 워크북으로서 집필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책이 기독교의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이라는 교리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 워렌 목사는 “혹시라도 비신자가 이 책을 발견하고 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이 책을 거의 다 써갈 때쯤이었고, 그 때서야 나는 구원에 관한 내용을 약간 추가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새들백교회에 이미 다니며 영성 훈련을 받고 있는 교인들을 대상으로 썼으므로 교리를 설명하기보다는 프로그램에 맞춰 내용을 쓸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파이퍼 목사는 한편, “나는 이 책에 대해서 솔직히 어떤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속한 칼빈주의 진영에서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 책에 대한 비판은 “합당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앙에서 회개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해’
“교리적 용어 사용 없이 교리 심으려고 노력”
워렌 목사는 이어 기독교 교리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신앙과 사역이 뿌리 내리고 있는 믿음에 대해 분명히 했다.
그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우리가 필요로 하지만 율법은 할 수 없었던 일을 예수님만이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의 빚을 대신 모두 갚으셨다”고 복음과 십자가에 관한 자신의 믿음을 말했다.
또한 ‘오직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의 원리를 믿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이 회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것과는 반대로, 회개가 기독교의 기본적인 가르침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워렌 목사는 ‘목적이 이끄는 삶’ 중 비신자들을 위한 기도문에서 회개를 빠뜨렸다는 이유로 이같은 오해를 받아 온 듯하다며, “만일 누구든 내 설교 세미나에 와 본다면 내가 회개를 가르치지 않고는 복음을 가르칠 수 없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퍼 목사는 이와 관련, “워렌 목사는 회개를 책에서 특별히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회개의 열매가 평안과 마음과 행동의 변화란 점에서 회개에 대한 메시지는 책 전체를 통틀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워렌 목사는 하나님의 통치하심에 대해서도 “누군가의 실수나 죄악, 그리고 약함까지도 모두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내 약함을 계획하셨다’고 말할 때 이는 하나님을 내 죄의 책임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야곱의 정강이를 치셔서 그가 평생 다리를 절었듯, 하나님을 통해 나온 내 약함이 평생 나로 하여금 하나님을 의지하게 한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또 죄악 역시 하나님의 계획 안에 들어가 있다며, 그 예로 ‘낙태’를 들기도 했다. 이는 ‘목적이 이끄는 삶’에 나오는 비유기도 하다. 그는 “우연히 부모가 되는 이는 있지만 우연히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당신은 아이를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하나님은 그 아이를 계획하셨다”며 “사람이 악을 계획하지만 하나님은 그보다 앞서 선을 계획해 두셨다. 나는 이를 진심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파이퍼 목사는 워렌 목사에 대해 “그는 확실히 교리적 설교가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공적인 사역 안에서 교리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교리적으로 건전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유익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워렌 목사가 외부 사역이 아닌 새들백교회 안에서의 사역에서 신학적이고 교리적인 체계를 교인들 가운데 심어주고 있다는 것은 새들백교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알 수 있다고도 파이퍼 목사는 말했다. 워렌 목사는 “새들백교회의 신학적이고 교리적인 건전함과 굳건함은 그 어느 교회에 견주어도 결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고 이를 확인했다.
신학적으로 정해진 한 범주에 분류하기보다는…
“은혜의 교리를 믿는 복음주의 교인으로 봐 달라”
워렌 목사는 남침례교단 소속 목회자이자 스스로를 칼빈주의자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워렌 목사는 자신을 어느 정해진 한 범주에 분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이같은 단어들이 때로 함축할 수 있는 부정적인 의미들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스스로를 “요한복음 3장 16절 기독교인(John 3:16 Christian)”이라고 부르기 원한다며, 자신을 단지 “은혜의 교리를 믿는 한 복음주의 교인”으로 봐 주길 바란다고도 전했다.
끝으로, 자신에 대한 주요 비판자들인 칼빈주의자들을 향해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나는 진정한 사랑에서 이 말을 한다는 것을 믿어주기 바란다. 나는 은혜의 교리를 믿는 이들이 더욱 은혜로 가득 찬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