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프리스트-‘액션영웅’ 등극한 성직자?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영화 ‘프리스트’.

▲영화 ‘프리스트’.

“신을 거역한 신부, 그의 성스러운 복수가 시작된다”라는 홍보문구만으로도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한국 만화작가 형민우의 원작을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기에 더 호기심이 일었다.

전사가 된 신부의 종교에 대한 심오한 고민과 철학을 내포한 영화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영화, 주인공이 ‘배트맨’에서 ‘사제’로 바뀌었을 뿐이다. 싸움 잘하면 성직자도 액션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는 시대다.

영화의 배경은 신의 규율에 의해 통제되는 거대한 미래도시다.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도시는 종교지도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고해성사를 하고, 일거수일투족이 통제당한다.

뱀파이어와의 기나긴 전쟁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교권은 ‘faith work security’를 외치며 믿음만이 뱀파이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한다고 외친다. 사제단의 우두머리 오렐라스 대주교는 “교회에 맞서는 것은 신에게 맞서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절대권력을 행사한다.

뱀파이어와의 전쟁을 위해 특수하게 양성된 전사집단 가운데 한 이름 없는 ‘프리스트’(폴 베타니)는 뛰어난 전투능력과 카리스마로 전사단을 이끌고 뱀파이어와의 오랜 전쟁에서 인류를 지켜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을 두려워한 교회조직에게 버림받고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간다. 어느 날 프리스트의 가족이 뱀파이어 습격으로 무참하게 살해되고 18세 조카 루시(릴리 콜린스)가 뱀파이어 수장 블랙 햇(칼 어반)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프리스트는 오렐라스 대주교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뱀파이어의 습격을 거부하고픈 그는 프리스트의 요청을 거절한다. 이에 화가 난 프리스트는 신과의 서약을 깨고 복수에 나선다.


뱀파이어와의 전쟁을 선언한 프리스트는 싸움을 하기 전 기도를 하고 성경책 속에 숨겨놓은 무기를 사용한다. 옛날 호러영화 속 퇴마사들이 성경이나 십자가를 도구로 악마를 퇴치했다면, 21세기 전사가 된 성직자는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선보이며 뱀파이어 못지 않은 힘과 무술능력으로 흡혈귀들을 처단한다.

여사제 ‘프리스티스’(매기 큐)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기차추격신에서 그녀는 뱀파이어군대가 타고 있는 기차를 폭파시키기 위해 바이크에 폭탄을 매달고 성경구절을 외우며 성전(聖戰)을 수행한다.

이마에 십자 문신을 한 프리스트가 황량한 사막에서 멋진 고글을 착용하고 바이크를 타며 스피디하게 질주하는 모습만 남는다. 십자가, 성경 등 종교적 컨셉을 차용한 기괴스러운 변종 액션영화를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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