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없는 짐승’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5)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고문과 강제노동

9. 고문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고문과 폭행이 일상이다.

▲2005 북한인권국제대회 자료집(북한민주화네트워크).

▲2005 북한인권국제대회 자료집(북한민주화네트워크).

“혁명화연구실에 수업을 위해 양말을 갖고 오지 않아 축구공 차듯 배 부근을 발길질하였고 군화발로 명치끝을 사정없이 가격한 후 오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 말고 서 있도록 시켰다. 여름 햇살에 두어 시간 견딘 아이들은 피식 쓰러져버렸다. 용평에서 온 담임교원 최성근은 나무를 패어 쌓아놓는 작업을 시키고 작업량을 검열하던 중 작업량이 적다며 배정철의 명치를 구둣발로 걷어차기 시작했으며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교실로 끌고 온 후 ‘너희는 개다’라고 외치며 개처럼 기어서 교원들을 따라오라고 시켰다. 같이 있던 영수가 시킨 일을 하지 않자 얼굴에 가래침을 뱉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영수는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가지 성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고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버렸다.” (강철환 15호 입석리 경험자)

▲2005 북한인권국제대회 자료집(북한민주화네트워크).

▲2005 북한인권국제대회 자료집(북한민주화네트워크).

10. 강제노동

강제노동은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는 근본적인 목적인 정치범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 북한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 수용소의 생산력을 증대시켜 자체적인 수요는 물론이고 외부의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수감자들은 ‘대건설’로 일컬어지는 핵 기지, 위험한 갱도공사, 비밀갱도 등의 시설건설 현장에 동원되기도 한다. 보위원 출신 안명철은 대건설에 나가서 일을 잘하면 출소시켜 준다는 소문을 내고 이들을 데려갔지만 돌아온 수감자는 없었다고 증언하였다. 북한 당국이 비밀을 요하고 위험스러운 공사 현장에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동원한 후 비밀유지를 위하여 이들을 처형 또는 고립된 별도의 지역에 이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의 양과 강도

노동 강도는 일반 사회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강하다. 탄광의 경우 1일 3교대, 일반 공장 2교대, 그리고 농장 등은 1일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한다. 2교대, 3교대의 경우에도 교대 전후 시간에 공동 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은 1일 평균 10시간이 넘는다. 이러한 노동강도는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어린이와 노인들에게도 큰 차이는 없다.

◈노인의 노동

일부 수용소는 65세 이상이 되면, 강제노동은 면제되거나 약한 수준의 노동에 참여한다. 그러나 완전통제구역은 노인의 경우에도 노동이 면제되지 않고 사망 시까지 이어진다. 또한 환자나 장애인들도 노동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관리소 사람들은 보통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바로 5시에 출근한다. 일하러 가면 6시정도 되는데 일의 강도는 성한(건강한) 사람이나 아이나 늙은이나 차이가 없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일을 못한다고 매를 맞으며 일을 해야 하고, 어린 아이들은 일을 똑바로 배워야 한다며 매를 맞아야 하는 것이 관리소 안의 일반화된 현상이다.

졸업 후 갱 배치 받은 아이들은 자기가 속한 작업반에서 어른들이 하는 일만큼 따라 해야 한다. 일을 못하면 어린 여자 아이들도 매를 맞아야 한다.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는 작업반장이 사정없이 때리기 때문에 매 맞는 것이 무서워서 죽을 힘을 다해 일을 하는 것이다. 작업반장 또한 자기 작업반에 맡겨진 과제를 못하면 담당 보위지도원 앞에서 매를 맞거나 처벌을 받기 때문에 작업반원들을 때려가면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신동혁 14로 개천 경험자)

▲신동혁 그림 ‘세상 밖으로 나오다’.

▲신동혁 그림 ‘세상 밖으로 나오다’.

“일이 진짜 힘듭니다. 풀베기 때가 제일 힘든데, 7, 8월 그때 사람들이 제일 허약이 많이 와요. 정량이 하루에 700kg을 베서 메고 강냉이 밭까지 날라야 합니다. 나무끌기가 힘들고, 한 시간 두 시간 사에 올라가서 통나무를 찍어서 두세 시간 탈곡장까지 끌고 내려옵니다. 봄에 강냉이 파종할 때 힘들어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허리 펴지 못하고 굽혀서 일해야 해요. 휴식이란 건 오전에 한번 10분 휴식하고, 오후에도 10분 한번 휴식하니까 일이 많이 힘들어요. 휴식도 맘대로 못하고, 선생들이 따라다니고 감시합니다.” (A04 15서림천 경험자)

“탄광에는 갱 안전시설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언제 사고가 터질 지 몰랐다. 동발목(굴에 설치하는 안전목)도 제대로 세우지 않아서 탄광지구에서는 매일같이 사람이 죽어나갔다. 구식으로 곡괭이와 삽으로 탄을 캐고, 두더지처럼 기어다니면서 탄을 캐므로 더 그랬다. 또 석탄을 광차에 실으려고 해도 키가 닿지 않아 광차에 올라 질통을 부렸는데, 그때에 광차속으로 함께 빨려 들어가 탄 무지에 묻혀 죽는 일도 다반사였다. 갱도는 두더지굴로 사람이 누워서 겨우 석탄을 캘 수 있었다. 여자도 남자들과 똑같이 석탄을 캤다. 탄광의 남녀 비율은 5:5였다” (안명철 11, 13, 22호 경험자)

“채석장의 일은 석회석을 캐내고 그것을 운반하는 작업이다.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하는 일로 산에서 벌목하는 작업보다 몇 배 더 힘든 작업이다. 수용소에서는 새벽 5시 30분부터 종소리에 맞춰 본격적으로 일을 하여 해가 완전히 떨어지고 날이 어두워져서야 집에 돌아온다. 16세만 되면 성인 취급을 받게 되어 16세 이상의 수용자들은 새벽 5시 30분부터 보위부 사무실 앞에 모여 각 조별로 인원점검을 한 뒤 보위원으로부터 할 일을 지시 받고는 일을 시작한다.

점심식사 시간과 오후 5시쯤 약 30분간씩 휴식이 있을 뿐 그 외의 시간에는 기계처럼 일을 계속해야 한다. 일과는 대게 8시쯤 끝이 나지만 자기에게 할당된 작업량을 마쳐야 하는 것은 물론 자기가 속해 있는 조의 다른 조원들도 할당량을 마쳐야 작업을 끝낼 수 있다. 1개 조는 다섯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조마다 그 조를 대표하는 조장이 있다. 각 조 위에는 감독이 있으며, 감독은 수용자의 작업을 지휘하고 작업량을 검열한다.” (강철환 15호 입석리 경험자)

북한인구 중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비율은 1% 수준이지만 수감자의 노동숙련도는 매우 높고, 유아를 제외한 전 수감자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참여하기 때문에 북한 전체 생산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5%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은 정치범수용소가 북한의 정치와 사회적 영역에 미치는 영향만이 아니라 경제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JESUS ARM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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