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님, 교회오빠… 왜곡된 언어문화 이대로 좋은가

이미경 기자  mklee@chtoday.co.kr   |  

신과 인간 동격화하고 교회 문화 희화화

▲탁월한 스케이팅 실력으로 ‘연느님’으로 추앙받는 김연아 선수. ⓒ크리스천투데이DB

▲탁월한 스케이팅 실력으로 ‘연느님’으로 추앙받는 김연아 선수. ⓒ크리스천투데이DB

“연느님(연아+하느님)이 강림하셨다, 연렐루야(연아+할렐루야)!”
“임재범과 조용필 중 누가 ‘진리’인가요?”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빠른 의사소통을 위해 단어들을 합성하거나 줄여 만든 새로운 단어들이 난립하고 있다. 이러한 단어 가운데에는 교회에서만 사용되던 기독교 언어가 희화화되거나 왜곡돼 쓰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일례로 ‘의느님’ 같은 경우 성형외과 의사와 하느님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에 떠도는 연예인들의 성형 전과 성형 후 사진이 워낙 달라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다는 뜻으로 ‘의느님’으로 불리고 있다.

이 단어에서 파생돼 ‘○느님’이라는 뜻은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가졌거나 탁월한 성과를 이룬 사람을 일컫는 인터넷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놀라운 기록으로 선전한 김연아 선수를 네티즌들이 ‘연느님’으로 칭하거나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를 ‘잡스느님’으로 부르는 경우다.

‘○느님’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타의 이름 뒤에 붙여 숭배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 마음이 극대화되면 신으로 추앙받는다. 야구선수 양준혁은 뛰어난 성과로 인해 ‘양신’으로 불린다. 뛰어난 미모의 여배우들은 ‘여신’으로 군림한다. ‘공부의 신’이나 ‘경영의 신’과 같은 닉네임도 비슷한 맥락이다.

때로는 삶의 올바른 방법 내지는 원칙인 ‘진리’로 표현된다. 임재범과 조용필 중 누가 진리인지 묻는 한 네티즌의 질문은 누가 가수로서의 재능에 있어 뛰어난지 묻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길이요 진리”라는 성경 말씀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가왕’(歌王)이나 ‘발라드의 황제’ ‘여제’ 등 왕의 자리에 머물렀던 이들의 지위가 인터넷 세상에서는 신(神) 혹은 하느님으로 순식간에 격상된다. 스타나 연예인에 대한 선망과 호감이 ‘느님’이라는 극존칭으로 극대화돼 신격화 내지 우상화하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송영옥 박사(영문학)는 “언어는 시대의 산물이다. 신의 죽음을 정당화해 인간과 신을 동격으로 놓는 풍자적인 표현은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 문화의 한 표현”이라며 “사람들이 신을 비하하고 인간과 신을 동등한 차원으로 놓으며 쾌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러한 현상을 통해 기독교인의 신관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백소영 교수(이화여대 기독교사회윤리학)는 “탁월한 성과를 낸 능력자에게 ‘신’이라는 호칭을 부여하는 사람들의 심리에는 모든 것이 실적과 업적으로 평가되는 오늘날, 평범한 개인이 성취하기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전능자, 완결자를 추앙하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어쩌면 대중에게 비친 기독교적 언어로서의 ‘신’이 그동안 성공주의 위주로 편협하게 사용되어온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영성을 향한 지대한 관심과 추구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정완 목사(꿈이있는교회)는 “‘GOD’ ‘동방신기’ ‘신화’ 등과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돌그룹이 존재했듯 현대인들은 ‘God-Rush’(신적인 것들이 홍수처럼 제공되는)로 비유될만큼 신성 혹은 영성을 갈망한다”면서 “교회가 물질축복, 교회성장 등에 초점을 맞춘 목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쁜 남자 VS 교회 오빠

▲지난 2006년 열린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붉은 악마 응원단. 악마는 강하고 세련되고 매력적인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통용된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 2006년 열린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붉은 악마 응원단. 악마는 강하고 세련되고 매력적인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통용된다. ⓒ크리스천투데이 DB


교회에서 알게 된 남자 선배를 뜻하는 ‘교회 오빠’도 그 의미가 예전과는 달라졌다. 교회 오빠는 성실하고 부지런하고 예의바르지만 유행에 뒤떨어지거나 융통성이 없는 남성을 대표하는 단어로 ‘희화화’돼 사람들에게 쓰인다. 쉽게 말해 교회 오빠는 성실하지만 재미 없는 사람이다. 반면 잘 생긴 외모에 성격이 강한 남성을 뜻하는 ‘나쁜 남자’는 오히려 호감가는 남성을 뜻하는 단어로 쓰인다.

‘악마’라는 단어도 대중문화에서 자주 사용되면서 대중들에게 친근한 단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를 시작으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를 보았다’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걸그룹 소녀시대는 나쁜 남자를 악마에 빗댄 ‘런데빌런’(Run Devil Run)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아이돌그룹 샤이니는 교회에서 사탄을 뜻하는 ‘루시퍼’라는 곡을 부른다. ‘악마의 유혹’이라는 이름을 내건 커피제품도 등장했다. 무시무시하거나 소름돋는 악마의 이미지가 희석되고 세련되고 매력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이밖에 ‘정신에 이상이 생겨 말과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르게 되다’라는 의미의 ‘미치다’는 ‘미친 존재감’과 같이 ‘너무’ ‘정말’ ‘대단히’로도 충분하지 못한 격한 찬양이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백소영 교수는 “근대초기에 서양문명과 함께 들어온 교회문화는 20세기 중반까지는 혁신적인 문화를 전하는 이미지로 대변됐지만, 닫힌 교리와 언어를 고집하는 동안 어느덧 세속적 문화의 변화 속도에 뒤지게 된 결과 시대감을 잃은 답답한 집단으로 희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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