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우울해지는 노인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88)

“어머님! 노여움 푸세요!”
“네가 지금 나한테 병 주고 약 주는 거냐? 나보고 빨리 죽으라고?”
“어머님!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요.”
“그런 뜻이 아니면 무슨 뜻이냐?”
“아니, 그건 아까 TV보면서 가난한 집 노인네가 너무 오랫동안 병으로 고생하니까, 그 사람 얘기를 한 건데요?”
“그러니까 네 생각은 노인이 병들면 빨리 죽으라는 말 아니냐? 나도 병들었는데, 정말 섭섭하구나!”
“어머님한테 한 말이 아니라니까요.”

노인들은 쉽게 슬퍼하거나 노여워하고, 쉽게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마음을 넓히고 우울한 생각에서 벗어나면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감소되어 밝고 명랑하게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될 텐데 점점 마음은 좁아지고 슬퍼할 일, 우울할 일을 많이 만든다. 우울증 노인이 있는 가족은 노인을 절대로 고립시켜서는 안된다. 노인들의 활동 영역이 넓지 않다는 문제가 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노인으로 하여금 작은 일이라도 움직여 활동하도록 해야 하며, 조그마한 보람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약물치료가 아닌 방법으로 우울증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에서는 우울증이 신경 전달 물질 가운데 세로토닌(serotonin)의 불균형으로 발생된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약물요법이 주요 치료방법이다. 하지만 상담에서는 이를 추천하거나 이로써 완전히 치료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잘못된 생각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항우울제가 우울한 마음의 밑바닥에 깔린 잘못된 생각과 영적 혼란까지 근본적으로 치료하거나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그러므로 주변에 있는 가족이 노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 주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 줄 뿐만 아니라 존중하며 인정해 주어야 한다. 또한 우울증이 발생된 사건과 사고에 대한 의미의 재구성(재해석)이 우울 극복에 있어 중요한 방법이 될 것이다.

우울증 극복을 위한 효과적 상담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은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인데 이는 노인 본인이나 주변에 있는 가족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지적 접근 방법을 개발한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는 87세가 된 노년에도 우울한 생각의 공격을 받게 되면 스스로 개발한 이 방법을 사용하여 우울증을 극복한다고 한다.

기독교적인 해결 방법으로 성경말씀을 늘 마음에 묵상하고 찬송하며 기도만 한다고 하여 회복이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크리스 툴만(Chris Thulman)이나, 윌리엄 배커스와 마리 샤피앙(William Backus & Marie Chapian) 같은 사람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진리모델 또는 진리요법(truth therapy)을 개발했다. 이것은 우울하게 될 수 있는 어떤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되면 그것을 대적하고 배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노인들은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노여워하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받기가 쉽다. 따라서 우울한 감정에 대해서 자신의 마음속에 진리를 선포함으로써 우울의 늪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즉 내면적으로 “내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우울하게 되는 것을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다!”, “우울증 환자가 되고 안 되는 것은 나의 결정이다!”, “나는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자신을 향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울을 거부하고 바른 생각을 선포함으로써 우울을 포함한 여러가지 비합리적인 정서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우울은 우울하다는 생각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병이므로 생각이 바뀌어야 회복된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지금부터 우울을 대적하고 우울에서 벗어나 있는 자신을 마음 속으로 그리면서 우울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우울을 덮으면 많은 부분이 회복될 수 있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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