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장로교, 동성애자 성직 임명 허용법 발효

정대홍 기자  dhjung@chtoday.co.kr   |  

미국장로교(PCUSA)에서 동성애자 성직 임명의 길을 연 개헌안이 현지 시각으로 10일 발효에 들어갔다. 이로써 PCUSA 교회들에서는 동성애자인 목회자가 강단에 오르는 날이 멀지 않게 됐다.

PCUSA에서는 그동안 헌법 가운데 ‘목사 및 장로, 집사 등 모든 제직자는 남성과 여성 결합의 신실한 결혼 정립 또는 혼전 순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절과 순결 조항’으로 인해 동성애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이들은 성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PCUSA는 지난 5월, 173개 노회 중 과반수에 해당하는 87번째 노회가 이 조항을 삭제하는 데 찬성을 표함으로써, 작년 7월 총회에서 통과된 개헌안이 최종으로 승인되기에 이르렀다. 마지막 노회까지 진행된 투표 결과, 총 97개 노회가 이 조항의 삭제에 동의했다.

PCUSA 내에서도 동성애자 성직 임명을 추진해 왔던 자유주의 그룹들은 이 날을 축하하며 교단의 중요한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그룹 중 하나인 More Light Presbyterians는 성명에서 “교단의 새로운 정책이 오늘부터 공식적인 것이 됐다. 수많은 교회들이 기도와 예배로 이 날을 기념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새로운 평등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며 “전 지역에서 이제는 신실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성직자가 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축하하고 있다”고도 썼다.

그러나 동성애자 성직 임명에 반대해 왔던 그룹들에게 이 날은 교단의 미래에 대한 염려를 한층 더 짙게 하는 날이 됐을 뿐이다. 앨러배마 주에 있는 한 PCUSA 교회 담임인 앤드류 퀸 목사는 “이는 하나님의 뜻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모든 종교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며 “세속적 욕망이 교회로 침입해 들어오도록 허락했다는 것이 날 슬프게 한다.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단 내에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동성애자 성직 임명이 허용됨으로 인해 이에 반대하는 이들은 교단을 떠날 것인지 남아서 개혁에 참여할 것인지가 중대한 고민이 되고 있다. 현재까지 이 문제로 PCUSA를 떠난 교회 수는 전체 11,000여개에서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자유주의화되어가는 교단을 다시금 복음주의의 노선으로 되돌리기 위한 네트워크들도 곳곳에서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The Fellowship PCUSA로, 이 운동은 처음에는 PCUSA 내에서 복음주의적인 7개 대형교회 목회자들로부터 시작돼 현재는 교단 내 많은 교회들의 지지 속에 추진되고 있다. 동성애자 성직 임명에 절대 반대 의사를 밝혀 온 PCUSA 내 한인 노회들도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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