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수도원’ 지상논쟁… 대안인가 속임수인가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찬반 인터뷰] 이주연 목사와 이승구 교수

최근 ‘영성 회복’의 일환으로 ‘수도원 운동’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찬성하는 이들은 교회의 부패상 중 윤리성의 타락이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고 이는 교회의 세속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세상 안에 있으면서 세상 밖을 사는” 수도원적 영성이 교회에 필요하고, ‘수도공동체’가 그 대안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수도원은 많은 부분에서 가톨릭적 영성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종교개혁의 과정에서 이미 그 오류가 드러났다는 반대론자들도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수도원 운동에 찬성하는 이주연 목사(산마루교회)와 이에 반대하는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각각 만나 그 이유를 들었다.

贊 “지금의 교회엔 공동체성 필요”

▲이연주 목사. 그는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동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이연주 목사. 그는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동체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이주연 목사는 “21세기는 영성의 시대가 될 것이고, 이에 수도원적 삶이 요구 될 것”이라며 “수도공동체는 불교의 템플스테이에 비견되는 개신교의 선교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신교 내 소위 ‘수도원 운동’에 대해 “지금의 교회에는 세속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는 은혜받은 성도들로 하여금 경건한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한다”며 “교회 안에서의 갱신 운동이 필요하고 수도원 운동이 그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목사는 또 “이 시대 가장 큰 문제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동체성이 필요하다”며 “도심 속 생활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상을 떠나 일정 기간 체험할 수 있는 수도원적 삶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공동체, 타종교에 대한 개신교의 선교적 경쟁력

선교적 과제를 위해서도 이 목사는 수도원적 삶을 지향하는 ‘수도공동체’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전 세계의 사람들이 불교의 템플스테이에 큰 관심을 갖고 이에 참여한다”며 “영적 체험은 종파를 넘어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개신교에는 그런 요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것이 없다. 성도들조차도 교회에서 쉼을 얻지 못하고 있다. 수도공동체는 타종교에 대한 개신교의 선교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신교 자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수도원적 삶은 ‘성화’의 과정에 있어서도 매우 필수적인 것이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은혜에 힘입어 자신을 거룩하게 바꾸어 가는 과정에서 수도원적인 공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무리를 피해 자주 산이나 한적한 공간으로 가셨다”고 이 목사는 말했다.

그는 수도원 운동에 대한 비판들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비판론자들은 △수도원 운동이 구원을 논함에 있어 은혜가 아닌 행위, 혹은 공적을 더 강조할 수 있고, △개신교 영성의 가톨릭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수도원이라는 단어가 주로 가톨릭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수도원적 삶의 한 요소인 ‘금욕’이 과연 성경적인가 하는 물음이다.

과거의 가톨릭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 아니다

이에 이 목사는 “수도원 운동에도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며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건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함이다. 중세 수도원은 타락의 온상이었고 종교개혁의 대상이 됐다. 바로 지금의 수도원 운동이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다시는 같은 잘못을 범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더 강조하는 수도원 운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신교 영성의 가톨릭화라는 비판에 대해선 “과거의 가톨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초대교회와 광야의 전통 그 뿌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내 것이냐 네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전통이라는 것도 소중하지만 그것에 갇혀선 안 된다. 하나님의 뜻을 성취할 수 있으려면 서로가 소통해야 한다. 보다 중요한 건 본질”이라고 말했다.

‘금욕’ 문제와 관련해선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성경(딤전 4:8)도 육체의 연단과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다고 했다”며 “육식을 하면 탐욕스러워진다. 채식이 건강에도 좋다. 지금의 기복주의적 신앙을 극복하려면 금욕과 절제가 절실히 요청된다. 문제는 금욕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구원의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금욕주의다. 반드시 알아야 할 건 수도원적 삶은 독신주의나 도피주의, 무엇보다 공적주의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끝으로 “이대로 두면 개신교 교인 숫자는 500만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대안 공동체가 생겨나야 하고 영성 윤리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수도공동체, 수도원 운동이 그 일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反 “교회 자체가 이미 공동체, 수도원 필요치 않아”

▲이승구 교수. 그는 “수도원은 이미 종교개혁을 통해 성경적 방향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고 주장했다. ⓒ김진영 기자

▲이승구 교수. 그는 “수도원은 이미 종교개혁을 통해 성경적 방향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고 주장했다. ⓒ김진영 기자

이승구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는 ‘수도원 운동’에 반대했다. 그는 “물질주의와 세속주의, 이기주의 등 지금의 위기는 교회가 교회됨을 회복하는 데서 극복될 수 있다”며 “교회 자체가 이미 공동체다. 수도공동체 등 또 다른 대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수도원’이 이미 종교개혁을 통해 성경적 방향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수도원은 그것에 장점과 단점이 있어서 단지 단점을 보완하기만 하면 이 시대 다시 수용될 수 있는 그런 차원의 것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종교개혁자들이 수도원을 아주 없애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종교개혁 이해하면 수도원이라는 말 쓸 수 없다

그는 “수도원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역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종교개혁에 대한 이해가 확실하다면 수도원이라는 단어 자체를 쓸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개 수도원 운동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종교개혁자들이 놓친 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수도원이고, 그래서 그걸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런 생각들이 극단으로 치우치면 종교개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그래서 천주교까지 연합하자는 주장까지 하게 된다”며 “이는 ‘오직 성경’이라는 종교개혁의 전통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종교개혁자들은 이런 확신에서 수도원을 없앤 것”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수도원 운동이 신자들 사이에 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수도원적 삶을 지향한다는 건, 그것이 보다 경건하고 거룩한 삶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즉, 그와 같은 삶을 추구하지 못하는 성도는 2등 성도라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원 운동을 비롯해 관상기도, 이머징예배 등 소위 ‘영성 운동’들에 내포된 ‘함정’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운동들이 매우 설득력을 가지고, 성도들에게 호소력을 갖는 것은 그만큼 교회가 부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영성 운동들이 오히려 교회 자체를 보지 못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수도원은 진정한 기독교에서 벗어나려는 운동

이 교수는 “이런 영성 운동들은 엄밀히 말해 진정한 기독교로부터 벗어나려는 운동이다. 당사자들이 그걸 인식하지 못할 뿐”이라며 “사탄의 속임수일 수도 있다.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 교회가 교회됨을 회복하는 것, 그것 뿐이다”고 주장했다.

수도원 운동이 불교의 템플스테이에 비견되는 개신교의 영성 운동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그것이 새로운 선교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진정한 선교는 성경을 제대로 가르쳐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많은 불신자들이 수도원 운동에 매료된다 한들, 그것이 성경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차원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지금의 수도원 운동이 교회의 부패에 기인했다는 점과 관련해, 이를 주장하는 이들의 의도를 비롯해 수도원 운동이 지향하는 절제 등 삶의 양식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긍정했다. 또한 일정 기간 공동체의 삶을 경험하며 이를 통해 영성을 함양하는 것에도 동의했다. 이 교수는 “수도원 운동은, 교회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다만 방법이 잘못됐을 뿐이다. 그리고 수도원이라는 단어 자체를 거론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욕망을 좇는 삶에서 벗어나 소박한 삶을 추구하자는 절제 또한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고 한 이 교수는 그러나 “절제를 넘어 금욕에 이른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금욕은 고행주의로 흐를 수 있다. 이는 성경이 말하는 인간성을 훼손하는 길이다. 다행히 지금의 개신교 수도원 운동이 금욕까지 주장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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