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죽음 이해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90)

“엄마! 아빠는 어디 갔어?”
“아빠는…아빠는 저 멀리 여행 갔어!”
“멀리? 미국에”
“아니, 미국보다 더 먼데….”
“미국보다 더 먼 데? 어디?”
“나중에 크면 알게 될 거야! 거기가 얼마나 먼지….”
“빨리 말해 줘! 어딘데….”

상실가족 중 어린이에게는 더욱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실가족 가운데 어린이와 성인은 그 심리적 반응이 다르다. 그러므로 상실과 관련된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서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중대한 착오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어린이의 심리 상태에 대해서 연구한 바는 극히 적은 실정이다.

상실을 경험한 어린이와 상실을 경험하지 않은 어린이는 서로 죽음에 대한 개념의 차이가 있게 되는데 상실을 경험한 어린이는 죽음의 개념이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발달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일은 귀여워하던 동물들의 죽음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망, 장례차, TV를 통한 죽음 등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며, 나름대로 죽음의 개념을 정립하게 된다. 어린이는 대개 2세까지는 죽음을 인지할 수 없는 것 같다.

어린이들이 죽음에 대하여 최초의 이해가 생기는 것은 대략 3세 정도이다. 이때 죽음을 “갇혀 있는 것”, “하늘로 올라가는 것” 등으로 이해한다. 3-5세 아동들은 죽음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무덤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죽음의 비가역성을 알지 못한다. 이 연령의 자녀는 묻어버린 애완동물이 아직도 죽어 있는지 보려고 그 무덤을 파보곤 한다. 어린이가 이렇게 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소름끼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는 죽음이란 영구적인 것이요, 신체는 분해된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습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5-9세 어린이들에게 죽음의 개념은 좀더 구체화되어 점차 죽음을 최종적이고, 보편적이며,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은 추상적 본질에 대해서 내재화시키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때로 5세가 된 손녀가 맹랑하게도 “할머니는 언제 죽을 거예요?”하고 물어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이것은 어린이가 노인을 보면 죽음을 연상하게 됨에 따라 죽음에 관해 이해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이다. 10세 이후의 어린이들은 이때부터 죽음에 대해서 현실적 관념이 자라기 시작하며, 죽음이 영구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따라서 10세가 되면 죽음에 대해서 깊이 슬퍼할 줄 알게 되며, 그것에 분노하기도 한다. 가족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 가운데는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현상이 발생되기도 하며, 캠프에 가지 않으려고 하고, 친구의 집에서 잠자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통상 이 시기의 어린이들이 묻는 죽음에 대한 질문은 “죽음이 무엇인가?”, “무엇이 사람을 죽게 하는가?”, “죽은 다음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등이므로 반드시 죽음에 대해서 답변해 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여 어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죽음에 답하면서 신앙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부모나 친지들의 사별에 대한 태도가 어린 자녀에게 죽음에 대한 대처능력을 갖게 하는 데 필연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바른 죽음관을 정립시켜 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바른 삶과 죽음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에게 무조건 숨기는 것은 좋은 일이 못 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성인들은 어린이들 앞에서 죽음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린이들이 죽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실가족 중에 형제의 죽음을 맞이한 형제나 자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죽음에 대한 의미를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불건전한 두려움이 자리잡기 전에 건전한 신학과 신앙에 기초한 교육이 필요하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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