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30주년 앞둔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의 포부
1981년 9월 30일 수요일 저녁, 잠실 우성아파트 단지 앞 공터 사이에 세워진 천막 건물에 200여명의 성도가 모여 예배를 드렸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10월 4일 창립예배를 드린 이 교회는, 오늘날 매주 어린이들을 포함해 1만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대형교회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교회, 한국교회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교회로 우뚝 섰다. 바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만 만나교회(담임 김병삼 목사) 이야기다.
분당 만나교회의 기세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지금껏 교회 내에 별다른 분쟁도,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특별한 잡음도 없었다. 열정과 비전을 갖춘 지도자와 헌신적이고 신실한 교인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 30주년을 두 달여 앞두고 만나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김병삼 목사(48)의 얼굴에는 진지함에 비장함까지 묻어났다. 왜일까.
그는 “선교에 대해 말하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선교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그런 진부한 이야기인가 생각할 무렵,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되도록이면 교회가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그는 이어 교회 건축, 분립 개척, NGO 활동, 은퇴와 그 후의 사역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계획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음음 김병삼 목사와의 일문일답.
[대담=류재광 편집국장, 정리·사진=김진영 기자]
리더십 계승 후에도 관리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선교·문화 등 각 영역 특화해 분립 개척할 것
-만나교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기쁨과 감사 못지 않게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질 것 같다.
“최근 많은 교회들이 건축을 결정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욕 먹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모든 교회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지금의 세대가 짓지만, 그것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다음 세대다. 리더십을 계승했을 때도 관리가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대형교회들의 건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사랑의교회가 건축을 결정했을 때는 찬성했던 사람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고 상징할 수 있는 교회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도 예배 인원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아마 우리 교회 규모에 맞는 건물을 지으려면 1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큰 교회 하기 싫은 목회자가 어디 있겠나. 나도 이렇게 큰 교회를 목회하면서도 더 큰 교회를 보면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건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싶지는 않다. 수양관을 지으려다가 중단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미 지어 놓고 운영을 못해 어려움 당하는 수양관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직 교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설교와 워크샵 등을 통해 뜻을 전달해왔기에 반대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공간적으로도 수용에 한계가 왔다. 또한 예배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줄였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매 주일 5번씩 설교하는 것은 목회자의 영적·육적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건축을 하지 않는다면 포화 상태에 이른 교인들을 어떻게 수용할 계획인가. 분립 개척도 염두에 두고 있나.
“그렇다. 지교회보다는 미국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는 멀티사이트 처치와 같은 개념을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교회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교회가 선교나 문화 등 특화된 비전과 영역을 가지고 세워지는 것이다. 이곳은 모교회로서 중심을 잡아주고, 분립한 교회들이 건강하게 설 때까지 도와주려 한다. 예산은 각 교회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되, 10%는 다음 세대와 공동의 비전을 위해 사용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내가 은퇴할 때까지 적으면 5개, 많으면 10개까지 세웠으면 한다. 이를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의 교회 성장을 일부러 억제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규모를 키우려는 운동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은퇴한 뒤에도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만은 변함이 없다.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교회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교회가 그럴 필요는 없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대형교회가 지역교회 죽인다는 논리 동의 못해
교회가 재산 가지면 타락… 되도록 소유 않아야
-대형교회들의 분립 개척이 지역의 작은교회들을 고사시킨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그런 시각엔 동의할 수 없다. 나는 사회 트렌드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작은교회 때문에 건강한 교회를 세울 기회를 놓치는 것이 선교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더 손해다. 작은교회를 살리는 길은 돈이나 사람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좋은 교회의 모델을 이식시켜주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강의를 할 때면 꼭 받는 질문이 있다. ‘만나교회는 큰 교회이고 자원이 있으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천막에서 예배 드리면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대형교회들도 대부분 개척해서 성장한 교회들이다. 오히려 우리 이전 세대의 대형교회들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선교에 대해 말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인 방향을 설명해 달라.
“지금 네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교회가 첫째는 교인들을 위해, 둘째는 지역사회를 위해, 셋째는 다른 교회들을 위해, 넷째는 인류의 문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이다.
먼저 건물을 짓는 대신 외부에 큰 규모의 카페를 조성할까 생각 중이다. 그러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교인들의 셀 모임과 QT, 제자훈련,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지역사회도 섬길 수 있다. 또 지역사회를 위한 쉼터를 만들어 말기 암환자들이나 결손가정, 미혼모 등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 또 인류의 문제를 위해서는 2009년 설립한 NGO (사)월드휴먼브리지를 통해 활동하려 한다.
교회가 재산을 가지면 중세시대와 같이 타락한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교회가 재산을 소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교회가 사회에 소망이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내가 청빈하다거나 완전하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월드휴먼브리지 이야기를 꺼내신 김에 묻고 싶다. 이미 기존에 다른 기독NGO들도 많은데 왜 굳이 별도의 NGO를 만드신 것인가.
“단체가 커지고 나니 마케팅 중심으로 흘러버리는 경향이 있더라. 물론 좋은 일들을 많이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인건비와 유지비로 나간다. 교회와 교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지만 그것으로 끝이고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없을 때가 많다. 몇몇 대형교회가 만든 NGO들도 있지만, 교회 단체라는 이미지 때문에 더 많은 일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휴먼브리지는 취약계층에게 출산용품을 지원하는 ‘모아사랑’, 미혼모자 지원사업인 ‘엔젤맘’, 한부모가정에 쌀을 지원하는 ‘사랑의 곳간’, 빈곤계층 개안수술을 지원하는 ‘아이러브’, 행복한 기부 ‘1% 나눔 캠페인’, 마이너리티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하는 공익카페 ‘파구스’ 등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후원금을 걷으면 지역교회들에게 프로젝트와 함께 보내준다. 그러다 보니 교회와 교인들이 더 보람과 신뢰를 느낀다. 다른 교회들도 이런 모델을 도입해 보면 좋겠다. 교회가 아닌 NGO의 이름으로 하니 UN이나 코이카 등 국제·국가기관과도 매칭 펀드나 공동 프로젝트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세상의 돈이 더 좋은 일에 사용되게 할 수도 있지 않겠나.”
‘교회가 한다’는 방식 버려야… ‘이미지 회복’ 최우선
‘영원’보다 ‘지금’에 충실하고,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최근 SNS에도 열을 올리고 있으시다고 들었다.
“페이스북 목회를 시작한지 2주가 됐다. 앞으로 3~5년이 지나면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막강해질 거라 생각한다. 지금 국민 여론을 주도하는 미디어가 조·중·동, 그리고 이외수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 다음이 김병삼이 되도록 하겠다고 교인들에게 선포했다. 내가 아침마다 묵상글을 쓰면 그것을 수천명이 보고 하루에만 100여개의 댓글이 달린다. 이 많은 사람들이 선한 일을 묵상하며 아침을 시작하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겠는가. 나만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과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이 일을 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만나교회와 목사님의 선교 방식을 보면 문화와 NGO 등을 통한 접근을 할 때가 많은 것 같은데, 그렇게 할 경우 접근성이 높은 대신 복음 전도의 효과가 약해지지 않는가.
“‘교회가 무엇을 한다’는 방식을 버려야 한다. ‘교회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교회들간의 연합이 안 되는 것도 다 주체가 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너무 교회를 내세우지 않아야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인다. 그래도 어차피 교회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다 안다. 지금 시대의 최우선적인 선교는 교회의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교회는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아무리 교회가 많아도 다 각개전투를 하면 사회를 움직이지 못한다.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정하고, 온 교회가 거기에 힘을 모아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잃어버릴 우려도 있지 않겠나. 실제로 과거 선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몇몇 미션스쿨들이 최근에는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같은 미션스쿨들은 시작할 때 사회에 끼쳤던 신앙적인 임팩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사명이 끝난 것이라고 본다. 어차피 어떤 인물이나 단체가 영원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 자신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영원히 영향력을 발휘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세대에 최선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것이고, 다음 세대에는 하나님께서 또 누군가를 쓰셔서 역사를 이어가실 것이다.
교회도 리더도 하나님께서 쓰시는 때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40세에 이 교회의 담임이 되던 순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목회한 후에, 나이가 아닌 의지적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물려주고자 한다. 2020년이 되면 다음 세대의 리더십을 준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은퇴, 40세 부임 때부터 준비… 내 의지로 시점 판단할 것
-은퇴를 말씀하시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시지 않나. 더군다나 최근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서 목회자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육체적인 건강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보는 바로는, 어떤 교회든 너무 한 사람이 오래 맡으면 리더십을 발휘하고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상황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나기보다는, 내 의지적 선택으로 은퇴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겠나.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내 리더십이 어디까지인가를. 은퇴 아닌 은퇴를 해서 후임자에게 부담을 줘서도 안 된다.”
-은퇴하신 이후 사역도 계획한 것이 있으신지.
“월드휴먼브리지,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사역들을 하고 싶다.”
김병삼 목사는
만나교회 담임
(사)월드휴먼브리지 대표이사
감리교신학대학교 겸임교수
SAM의료복지재단 운영이사장
KOSTA 강사
KOMESTA 강사
CTS 이사
감리교신학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GARRETT-EVANGELICAL THEOLOGICAL SEMINARY 졸업(M.DIV)
UNITED THEOLOGICAL SEMINAR 졸업(D.MI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