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아하! 행복한 가정이 보인다(93)

“엄마! 놀라지 말고 잘 들으세요!”
“뭔데?”
“엄마! 절대로 놀라시면 안 돼요!”
“아니, 무슨 일인데 그래? 어서 얘기 좀 해 봐!”
“오늘 오전에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그럴리가…. 다시 알아봐! 그럴 리가 없어.”
“엄마! 진정하세요.”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가장 크게 느끼는 감정은 바로 ‘충격’이다. 이 충격은 이미 죽음이 예고된 불치병 환자였다고 하더라도 그 가족에게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의 사건이 된다. 이때 심한 충격을 겪는 사람 가운데는 시체를 끌어안고 죽은 사람을 다시 삶으로 이끌려는 몸부림을 치며,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이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상황에서 우는 것을 말리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울고 싶어하는 마음을 표출시키는 것이 심리적으로 건강에는 더 좋을 것이다. 이때 임종자에 대해서 슬퍼하지 않거나, 울지 않는 가족이 있다면 무엇인가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를테면 성인의 경우, 심리적 이상 징후로 죽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고인에 대한 극한 분노가 내재되어 있거나, 아니면 고인에 대한 슬픔의 표출을 방해할 만한 다른 커다란 사건이 결부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고인을 애도하며, 눈물 흘리고 통곡하는 것은 마치 어린 자녀를 혼자 두고 부모가 자리를 비웠을 때에 그 상황을 당황해하는 어린아이의 울음과 같은 것이다.

가족이 급작스럽게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서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급작스러운 죽음의 소식일 경우에 그 충격은 삶의 리듬을 완전히 깨뜨리게 된다. 이 때 심장 박동이 항진되며, 혈압이 올라가게 되고 몹시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상실가족에게서 심장병 발병률이 다른 집단에 비하여 눈에 띄게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발견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죽음에 대한 소식은 심리적 외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또는 상실가족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허탈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겅우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보아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심지어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에 대한 의식까지 잃어버리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상실가족은 정상적인 일처리를 하지 못하고, 어떤 일에 결단을 내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이다.

사별을 맞은 가족은 커다란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대개 임종 환자의 가족은 사회적 접촉을 회피하게 되고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것들을 피하게 되며, 자기 평가를 잃어버리게 된다. 잠자는 것이나 식사를 비롯한 일상 생활에 커다란 혼란을 경험하게 되며 역할이 뒤바뀌어진다. 그리고 자율성이 억압되고 사회 생활이 단절되며 가정 경제가 불안정하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과의 교제에 혼란이 오며 하루의 대부분을 익숙하지 못한 환경에서 보내게 된다. 이러한 것들 중 일부는 매우 강하게 나타나고 어떤 것들은 약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임종 환자 가족이 대체적으로 겪게 되는 현상이다.

상실가족이 겪는 또 다른 심리적 현상은 내적 공허감, 불안, 죄책감, 분노, 신경과민, 건망증, 성적 흥미 상실, 악몽, 판단 장애, 고독 등이다. 많은 경우에 상실가족들은 슬픔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몰라서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가중되어 괴로움을 당하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충격과 슬픔은 환자를 사랑한 정도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슬픔은 죽은 자에 대한 사랑의 표현 방법 가운데 하나이며, 아쉬움의 정도 표시라고 분석해 볼 수 있다. 가족이 서로 위로하지 않으면 이 상황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가족 간에 의사소통 단절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위로가 필요한 때가 바로 이때이므로 서로 위로해야 한다.

전요섭 목사, 황미선 사모(한국가정상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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