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날, 손기철 장로의 집회 이야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총신대 김지찬 교수 인터뷰를 보고

▲송영옥 작가(영문학 박사, 대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작가(영문학 박사, 대신대 외래교수).

본지에 ‘송영옥 박사의 기독문학세계’를 연재중인 송영옥 교수(대신대)가 왕의 기도 논란과 관련해 손기철 장로의 집회에 참석했던 소감을 보내왔다. 다음은 그 전문.

두어 해 전 대구의 한 장로교회에서 <성령님 고맙습니다>의 저자 손기철 장로를 강사로 부흥집회가 열렸다. 시작 시간은 7시 쯤으로 기억되는데 나는 다섯시에 출발을 하였다. 집회가 열린 교회까지는 집에서 불과 30분 거리인데, 무려 1시간 반을 남겨두고 차를 몰고 나오게 된 것은 전날 참석했던 직장 동료가 손 장로의 설교를 들으려면 두 시간 이상 남겨두고 출발해야 한다고 말해준 때문이었다.

가는 길 도로변에는 경찰차들이 진을 치고, 도로 한가운데 신호가 바뀌는 곳마다 자원봉사대와 경찰들이 교통 통제를 하느라 진땀을 뺐다. 나는 그 틈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였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행렬 때문에 회전도 유턴도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 혼잡은 추석명절의 대 이동을 방불케 하였다.

교회에 도착한 것은 8시쯤, 여러 개의 출입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이곳에서 제일 큰 교회인데도 부속 건물들도 모두 만원이 되어 비집고 들어설 틈이 없었다. 나는 주위를 빙빙 돌다가 구석에 있는 문으로 두 사람이 휠체어 탄 남자어른을 밀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뛰어갔더니, “장애인 외에는 출입금지” 이라 적혀 있었다. 나는 망설일 여유도 없이 그 문을 밀고 일행인 것처럼 따라 들어갔다. 바로 강대상 뒤쪽으로 통하는 곳이었다. 실내는 꽉찬 사람들과 그 열기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했다. 손 장로의 설교는 이미 중반쯤 접어든 것 같았다.

서두에 제시한 것처럼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총신대 김지찬 교수의 인터뷰 기사 때문이므로 여기서 잠시 그 내용을 제시함이 바람직할 것 같다. 김 교수는 <성령님 고맙습니다>를 지난 8개월 동안 매진하여 연구하였고 그 결과 몇 가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 중 지금 내가 쓰는 글과 관련이 있는 부분만을 보면 “한국교회의 방언과 은사 집회의 광풍 중의 하나인 손 장로의 집회에 대하여 많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예수께서도, 칼빈도, 루터도 방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 손 장로의 집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적이 과연 일어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기적의 현상들이 항상 성령의 역사인지 알 수 없고, 손 장로는 객관적 계시인 성경보다 주관적 직접체험을 강조한다는 점”을 들었다.

다시 그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여느 부흥집회에서 볼 수 있듯 손 장로 역시 말씀 선포가 끝나고 치유를 위해 통성기도를 하게 하였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말씀에서 받은 감동이 컸기 때문인지 통성기도의 부르짖음과 절규로 예배당이 떠나갈듯 하였다. 나는 물론 내 앞뒤 사람들은 모두 방언으로 기도를 하였다. 그런데 손 장로가 방언기도를 하지말라고 했다. “방언으로 기도하지 마시오. 자신이 말하는 내용을 자신이 인식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하십시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의아하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가장 격앙된 통성기도의 순간에 사람들이 감정에만 사로잡히면 그 틈을 타서 악한 영이 역사할 수도 있어서가 아닐까.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 주관적인 얘기를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방언을 해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통성기도가 진행되는 동안 손 장로는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병명으로 열거하였다. 그 중 한 마디가 ‘오늘 저녁에 휠체어를 타고 온 그 사람을 성령님 치유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이었다. 나는 긴장되었다. 그 사람은 강대상 뒤쪽으로 들어왔고 손 장로는 볼 수도 없었을 것인데, 또다른 사람이 왔는가… 등등 이러한 생각으로 잠시 고개를 들고 두리번 거리며 찾아보았다. 울부짖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왠지 마음이 찡해왔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데 내 마음이 왜 그렇게 아팠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모든 병든 이를 위해 함께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손 장로는 통성기도를 중단시키고 마무리 기도를 드린 후 병을 치유받은 사람은 모두 앞으로 나오라고 하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까 그 휠체어의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손 장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대상으로 올라갔다. 손 장로는 그들을 안수하고 축복하였고 그날의 집회는 끝이 났다.

물론 나는 그 남자에게 일어난 기적이 김 교수 말대로 성령의 역사인지 악령의 역사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믿는 것은 ‘성령의 역사는 성경에 근거해 일어나는 것이고 예수의 생애 33년을 통해 계시된 로고스의 객관성을 드러냄’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드러냄은 로고스를 레마로 체험한 사람들을 통해서이다. 로고스(Logos)를 레마(Rhema)로 체험한 사람은 반드시 성경의 통제 하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나는 손 장로가 집회 도중 사용한 용어나 자신을 지칭한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을 못하겠다. 내 말의 의미는 김 교수가 지적한대로 그의 말이 “성령을 통해 초자연적으로 계시된 정보”라든가, 자기 자신을 가르켜 “성령이 가르쳐주는 지식의 말씀을 받는 자”라고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내게는 그러한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손 장로는 집회 내내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머리로만 아닌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강조했다.

기도를 할 때도 하나님의 영과 사탄의 것과 자기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여 간구할 수 있도록 마음문을 열고 주님을 기다리라 했다. 즉 그의 초점은 삶의 현장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 다시 말하면 로고스를 레마로 체험하는 데 있었다.

지금 손 장로의 집회와 관련하여 이미 예장합동 측에서는 집회 참여 금지조치를 내리려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나는 지금 예장합동 측에 속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써야겠다고 결정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은 신학을 모르는 사람도, 그리고 교단이나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평범한 크리스천에게도 깨달아지고 그 깨달음이 그 사람의 인격을 바꾸고 그런 사람들이 이웃과 사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향하여 나아가는데 보이지 않으나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손 장로의 집회에서 이러한 생명력을 확산하는데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누가 어떻게 규정하든 그들은 생명을 체험한 사람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횃불처럼 그 생명력을 펼치며 전진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손 장로의 집회에 대하여 성령의 역사인지 악령의 역사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신학자이든 교단의 지도자이든 간에 그 집회에 참석하여 스스로 경험한 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레마의 생명력은 어떤 통제로 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신학에도 전통교회의 가르침에도 통제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질 때까지 모든 것을 인내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며 책임을 감당하며 기다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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