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후보 윤번제, 한기총 대혼란 초래할 수도

류재광 기자  jgryoo@chtoday.co.kr   |  

②현행 개신안 내의 독소조항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이하 한기총)의 온전한 개혁과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관과 운영세칙, 그리고 선거관리규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오는 10월 28일 열리는 임원회와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이같은 여론이 일고 있는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총 3회에 걸쳐 보도할 예정이다. -편집자 주

①현행 개신안이 가진 태생적 한계
②현행 개신안 내의 독소조항들
③정관 등 재개정, 앞으로의 전망은

현행 개신안에는 한기총의 실정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헌 소지마저 안고 있는 조항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 중 첫째는 ‘윤번제’(대표회장 후보 교단 규모별 순번제)다. 이는 다음 선거부터 교단들을 7천교회 이상(가군), 1천~7천교회(나군), 1천교회 이하(다군) 세 부류로 나눠 돌아가면서 대표회장 후보를 배출하도록 한 방식이다.

▲지난해 정관 등의 개정을 위해 열렸던 실행위 모습. 당시에도 윤번제가 논의됐으나, 연합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으로 인해 배제된 바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지난해 정관 등의 개정을 위해 열렸던 실행위 모습. 당시에도 윤번제가 논의됐으나, 연합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으로 인해 배제된 바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윤번제는 얼핏 중소형 교단들을 배려한 듯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뛰어난 지도자가 있더라도 자신의 교단이 출마할 차례를 기다리다 보면 대표회장을 배출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 숫자별로 교단을 구분하는 것은 연합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한기총에는 교단만이 아니라 단체들도 가입돼 있는데, 단체 대표의 경우 윤번제에서 배제되는 것인지 아니면 관계 없이 매년 출마가 가능한지도 불분명하다. 전자일 경우 “회원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자”도 출마할 수 있게 한 규정과 충돌이 발생하고, 후자일 경우 윤번제의 취지마저 퇴색할 수 있다.

윤번제의 폐해는 또 있다. 교단들의 이합집산이나 교세 허위 보고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대표회장 후보 배출 기회를 얻기 위해 교단 분열을 하거나 합동을 할 수도 있고, 교세를 임의로 늘리거나 줄여서 보고할 수도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표회장직을 맡을 만한 지도자의 수가 적은 소형 교단들의 차례가 돌아오는 해의 경우 상상하기도 어려운 대혼란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같은 점 때문에 윤번제는 이미 지난해 이광선 대표회장 시절 변화발전위원회가 추진한 바 있으나, 반발에 부딪혀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바 있다.

두번째는 공동회장은 현직 총회장(대표)만, 부회장은 현직 부총회장(부대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숫자도 제한한 규정이다. 이 역시 중소형교단(단체) 뿐 아니라 한기총 전체의 실정에 맞지 않다. 대형교단들의 경우 현직 회장단이 충분한 권한과 대표성을 가지고 연합사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중소형교단들의 경우 현직 회장단보다 그 교단을 대표하는 상징 인물에게 더 많은 권한과 대표성이 부여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한기총이 역동적이고 활발하게 일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의미다. 이는 현직 중심으로 공동회장·부회장 임원진을 구성해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자는 애초의 법 정신에도 위배된다.

한기총 조직의 대부분이 봉사직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임원이나 위원장 등의 숫자를 늘린다고 해서 조직이 방만·비대해지거나 기득권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대부분의 임원·위원장 등이 자비로 사업을 꾸려가는만큼, 더 많은 이들이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합 정신도 존중할 뿐 아니라 더 활발한 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길이다.

또한 한기총은 국가 정체성과 성경적 보수 신앙에 엄청난 도전을 받던 시절, 교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헌데 이제 와서 원로들을 지나치게 배제하는 것은 한기총 설립 정신과 맞지 않다.

세번째는 피선거권에 제한을 둔 규정이다. 법 전문가에 따르면 이는 위헌 소지가 농후한 조항으로, 길자연 목사와 이광선 목사의 합의 당시 철폐하기로 했으나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네번째는 대표회장 임기는 1년 단임으로 못박은 것이다. 그간의 대표회장 임기는 1년(1년 더 연임 가능)으로, 취임 후 업무 파악에 소요되는 시간과 임기 후반 레임덕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때문에 임기를 늘려 대표회장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일 뿐 아니라 대외 인지도를 강화하고 선거비용도 절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왔다. 그런데 오히려 이를 1년 단임으로 줄인 것은 개혁을 역행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현행 개신안의 상당 부분이 한기총의 실정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이같은 독소조항이 있는 것은, 개정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때문에 이번에는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연구를 거쳐 이를 재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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