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후 첫 국제학술 컨퍼런스 개최
종교개혁기념 ‘리포(Refo) 500 아시아’ 국제학술 컨퍼런스가 ‘교회의 갱신’을 주제로 종교개혁 기념일인 10월 31일 오전 서울 사당 총신대학교(총장 정일웅)에서 열렸다.
리포 500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오는 2017년까지 신학은 물론 문화, 사회, 정치, 역사 등 각 영역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확산하고, 나아가 새로운 개혁을 꿈꾸는 국제적 프로젝트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각 국가가 이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시아에선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국제학술 컨퍼런스는 지난 5월 리포 500 아시아가 출범한 이후 열리는 가장 큰 행사다. 크게 네 가지 영역에서 발표가 있었는데 ‘신학’ 영역에선 네덜란드 아펠도른 신학교의 이어릭 빼일스 교수가, ‘목회상담’ 영역에선 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의 다니엘 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이어 ‘교육’은 총신대 정정숙 교수가 맡았고, ‘정치·사회·문화·통일’의 영역은 서울대 명예교수인 손봉호 교수가 담당했다.
이날 개회예배에서 설교한 정일웅 총장은 “이번 행사가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날 열리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학술 컨퍼런스의 특이점은 주제들이 대부분 실천적인 분야의 것들이라는 점이다. 이전의 종교개혁 행사들이 단지 종교개혁의 역사를 알리는 차원이었다면 리포 500은 그 차원을 뛰어 넘어 종교개혁의 의미와 가치를 더 실제화 하려 한다”고 말했다.
총신대 부총장이자 개혁신학센터장인 김길성 교수는 인사말에서 “종교개혁은 세계적으로 삶의 모든 부분들에 영향을 끼쳤는데, 리포 500은 바로 이와 같은 종교개혁의 정신이 사회곳곳에 뿌리 깊게 내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번 컨퍼런스는 종교개혁의 관점으로 신학과 목회상담, 교육과 정치·사회·문화·통일의 분야들을 조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포 500 아시아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총신대 안인섭 교수는 “리포 500의 모든 학술연구와 문화적 사업의 목적은 16세기 종교개혁 정신을 연구해 그것을 21세기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연결시키기 위함”이라며 “16세기 종교개혁은 역사의 뒤 켠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리포 500을 통해 부활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약’ 분야 첫 발제자인 이어릭 빼일스 교수는 ‘개혁주의 관점으로 보는 구약성경의 기독교적 읽기’를 제목으로 한 논문에서 “기독교적인 주석은 한 쪽으로 치우친 그리스도 일원론의 어떤 형태와도 거리를 둬야 한다”며 “우리가 구약과 신약, 그리고 신약과 구약 사이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하고 일관된 대답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빼일스 교수는 “구약과 신약의 연관이 개개의 본문들이나 예언들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구약과 신약의 모든 설교와 말씀이 가진 열린 역사에 의해 이뤄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상담’ 영역의 발표자로 나선 다니엘 로우 교수는 ‘영혼 돌봄에서 영성과 치유: 전인성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지향하며’를 제목으로 한 논문에서 “치유는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을 알고 그와 관련돼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라며 “치유는 인생과 하나님과의 만남이다. 영적 치유는 삶의 문제들 속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만날 때 일어난다”고 역설했다.
세번째 ‘교육’의 영역에선 정정숙 교수가 ‘개혁주의 기독교 교육의 갱신’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개혁주의 교회는 항상 하나님의 말씀대로 갱신됨으로써 새롭게 된다. 개혁주의 기독교 교육의 갱신을 위해서는 교회를 통해 기독교 세계관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기독교 교육 신학이 확립돼야 하며, 기독교 교육이 혁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손봉호 교수는 ‘정치·사회·문화·통일’ 영역의 발표에서 “지금의 한국 개신교는 종교개혁 당시 천주교 못지 않게 부패해, 감히 개혁교회라 부르기가 민망하다”며 “이 부패가 고쳐지지 않는 한 종교개혁에 대한 어떤 이론적 논의도 한갓 관념의 장난에 불과하다. 종교개혁 기념일에 한국교회의 제일 과제는 교계의 부패척결이다. 전혀 개혁되지 않는 한국교회는 종교개혁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