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교단들 성명 발표… 여전히 개인 의견이거나 내용 잘 몰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특정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인신공격과 선동이 난무하는 등, 교계가 혼탁해져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모임을 가졌던 한기총 9개 회원교단들은 15일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교단의 임원회 등을 거친 공식 입장이 아니거나 성명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서명이 되어 있지 않은 교단도 있었다.
성명을 낸 것으로 알려진 교단들은 예장 통합·백석·대신·개혁·합신·고신·기하성(여의도)·기하성(서대문)·예성 등이다. 지난 8일 모임이 처음 언론들에 보도됐을 때도, 본지 취재 결과 대부분의 교단들은 교단장이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며, 교단장이 직접 참석한 교단의 경우에도 공식 입장이 정해진 곳은 없었다.
이번 성명은 특히 지난 한기총 실행위에서 정관·시행세칙·선거관리규정이 개정된 데 대해 반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성명을 가장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한 교단 관계자는 “한기총의 파행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교단들의 의견을 모아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성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한 교단의 총무는 “그런 성명이 발표됐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우리 교단의 경우 임원회에서 이 일에 대해 논의한 바도 없고, 총회장님이 개인적으로 나와 상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다른 교단의 부총회장 역시 “성명이 발표된 것도, 성명 내용이 무엇인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한 교단 총회장은 “본인이 서명한 것이 맞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총무에게 물어 보라”며 질문을 회피했다.
자신은 성명에 적극 참여했다고 밝힌 한 교단 총회장은 그러나 “아직 임원회 등을 거치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밝혔다. 또 성명 작성에도 관여해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하자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 교단의 경우 총회장이 총회 전체의 의사에 반해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소환 및 제명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여러 교단 총회장·총무들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대부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기총의 한 관계자는 “한기총의 정관 등 개정은 지난 실행위원회에서 143명 중 121명이 찬성해 통과됐으며, 정관의 경우 임시총회에서 다시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게 돼 있다”며 “지난 실행위에서 각 교단의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 참석해 토론을 거쳐 결의한만큼, 양식 있는 이들이라면 그 결의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성명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총회 정서와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교단장들도 있는데, 소위 ‘9개 교단’의 성명서는 몇몇 개인의 의견에 불과한 것을 교단의 총의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실행위원회에서 정관 개정을 지지했던 121명의 위원들과 한기총 내의 ‘침묵하는 다수’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한기총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설령 반대한다 하더라도 임시총회에서 의견을 개진하면 될 텐데,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고 무작정 성명부터 발표해 여론을 선동하려는 것은 공교단으로의 모습이라 볼 수 없다”며 “조만간 한기총의 공식 입장을 정리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한기총은 10일 예의 9개 교단들에 “한기총의 실행위나 정관 개정이 무슨 큰 범죄나 저지른 것처럼 보도자료를 내 한기총의 명예를 심히 훼손했다”며 해당 교단에 공식 입장을 밝히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편 교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선거철을 앞두고 소속 교단이나 혹은 지지하는 인사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정치 공세 성격을 띤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번 성명 등을 주도한 교단은 WCC 총회 유치와 대표회장 선거 등과 관련해 오랜 기간 다른 교단과 대립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선거를 앞두고 지금과 같은 흑색선전이 일면서 교계가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의식 있는 지도자들은 “교계도 이제 상호 비방전이 아닌 정책 대결로써, 선거문화를 성숙시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