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드롬? 왜 교회 안에서 그걸 묻는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이어령 박사 “말씀 듣기도 바쁜데, 빵 얘기 하지 마라”

“안철수 씨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비록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지금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데 믿음을 주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두시간여 동안 “물질적인 세상의 가치보다 하나님 아들로서 영적인 가치를 바라야 한다”는 주제로 대담이 마무리된 순간, 객석에서는 위처럼 ‘세속적인 가치’를 묻는 질문이 나오고 말았다. 일순 침묵이 흘렀지만, 이어령 박사는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 나갔다.

“마귀가 나만 경배하면 지상의 왕국을 주리라 했지만, 예수님은 말씀하지 않으셨다. 지금 예수님이 여기 오신다고 가정하자. 안철수 얘기 물으시겠는가? 지상을 다 준대도 아니라고 말씀하신 분에게, 아무리 급하더라도 누구에게 투표할지 묻겠는가?”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 간의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양화진문화원 제공

▲이어령 박사와 이재철 목사 간의 대담이 진행되고 있다. ⓒ양화진문화원 제공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예수님은 참 살기 어려우실 때 태어나신 분이다. 우선 로마의 식민지였고, 헤롯왕이 있었으며, 다른 쪽에서는 이들을 무력으로 쫓아내려는 제롯당이 있었다. 당시 메시야가 우리를 구해주리라던 사람은 모두 정치적인 메시야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예수님 입장은 아주 난처하셨다. 로마인과 투쟁하지도 않으셨고, 그렇다고 헤롯왕에게 대항하지도 않으셨으며, 저항세력에게도 동조하지 않으셨다.

당시 사람들 중 99%도 예수님에게 ‘로마인들 쫓아내 주십시오. 저 못된 세리들과 어울리지 마시고 민족 반역자들이니 죽이십시오. 헤롯왕과 못된 저들을 몰아내십시오. 갑옷을 입고 저 많은 로마 군사들을 쳐부셔 주십시오’라고 요청했으리라는 것이다. 그는 “당시 그들 생각처럼 제롯당, 마사드처럼 갑옷을 입고 무력으로 로마를 쳤다면 권능이 있으시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어령 박사는 “하지만 그렇게 하셨다면 로마 군사가 후퇴한 후 예수님은 잊혀지셨고, 그렇게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그 서슬 퍼렇던 로마제국 전체가 기독교화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은 당시 분위기와 달리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까지 하셨지만, 결국 로마 군사를 이기셨다는 것.

그는 “우리는 창칼로 몰아내고 세금 걷는 이들 두드려 패는 걸 이긴다고 하지만, 전혀 세속과 관계없는 이야기만 하시는 줄 알았던 식민지 이스라엘의 한 청년이 결국 제국을 뒤덮었다”며 “더군다나 제국 모든 사람들이 손발 다 묶인 십자가 위에 계신 그를 다 경배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또 네로를 예로 들며 “우리는 로마 제국에서 가장 나쁜 왕을 네로로 알고 있지만, 당시 백성들에게 네로는 아주 인기있었다”며 “부자들 돈을 빼앗아 병사들과 백성들에게 나눠준 포퓰리즘을 단행한,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기독교를 제일 박해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이처럼 우리의 요구와 그의 말씀이 다르다”며 “그래서 예수님이 지금 오신다 해도 그때처럼 우리 손으로 틀림없이 다시 그 분을 십자가에 매달 것”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이 지금 한국에 오신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통일을 시켜주시고, 나쁜 정치가들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정치가를 원할 것이다. 일제 시대 때도 영웅은 독립운동가, 만주 벌판에서 말 달리던 사람이었다. 그게 세속적 가치관이고, 그걸 뛰어넘기란 정말 어렵다.

이 박사는 “교회 와서 가장 슬픈 게, 교회 바깥에서 묻는 것과 안에서 묻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라며 “크리스천이 된다는 건 그래서 참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그렇다고 내 자식이 굶주리고 불의가 자행되는데 나몰라라 할 수 없으니 성속(聖俗)의 문제라는 게 참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예수님은 빵을 무시한 적도 없고, 지배자·권세자들에게 동조하신 적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저도 서슬 퍼렇던 시절에 저항의 문학을 하고 법정까지 가서 싸웠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현실에 눈감으라고는 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내 가치는 지금 그런 데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적어도, 왕국을 다 준대도 ‘노(No)’ 하는 사람에게 왕국의 문제를 묻지 말라. 지금 나는 급하다. 아까 얘기한 대로 빵이 아니라 말씀만 듣기도 바쁜데 빵 얘기 하지 마라. 죽어라고 얘기하지 마라는데 또 얘기한다. 무상급식이니 뭐니 다 빵 얘기 아닌가. 그러므로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하나님 말씀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면, 요즘 정치 현상을 내게 묻기 전에 하나님 말씀에 무엇이 가까운지 생각하면 미시적 현상, 일시적으로 휩쓸려가는 현상이 아무 힘도 없음을, 그게 어떤 세력이든 뜬구름인 걸 아신다면 올바로 길을 가실 수 있고 현실 참여도 할 수 있다. 단, 하나님 말씀 없이 빵만으로 얘기하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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