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이사’ 명분 내세우지만 이사 선출권 모두 제한
최근 연세대학교 재단이사회(이사장 방우영)가 기독교계 이사 수를 줄인 것과 관련, 해당 교단들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문제가 불거지고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강경 대처에 나선 것이다. 그만큼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연세대 이사회는 지난 10월 27일 추경이사회를 열고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로부터 이사 1명씩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기존 이사 선임에 관한 정관(제24조 제1항)을 ‘기독교계 2인’으로 바꿨다.
이에 해당 교단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독교계 이사 숫자를 줄임으로 인해 기독사학인 연세대의 건학 이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세대 설립자 故 언더우드 선교사의 직계 후손인 피터 A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 씨도 같은 맥락에서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결국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총무)는 해당 교단들을 중심으로 한 ‘연세대학교이사파송문제대책위원회’(위원장 박위근 목사, 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즉각 대처에 나섰다. 이들은 연세대 이사회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과 더불어 전국교회에 관련 내용을 알리는 서신을 발송하는 등 범교계 차원의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계의 반발에 직면한 연세대 이사회는 이번 결정이 ‘개방이사’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정관 개정은 ‘개방이사’와 관련된 사학법 규정을 준수하기 위함이고 지난 10월 추경이사회를 통한 정관 개정 절차 역시 하자 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실제 개정 전 정관은 이사 정원 12명 중 4개 교단서 각 1인, 연세대 동문회 2인, 총장 1인, 사회유지 5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것을 규정해 개방이사에 대한 내용이 없다. 바뀐 정관은 기독교계 2인, 연세대 동문회 2인, 총장 1인, 사회유지 4인, 개방이사 3인이다.
이렇게 ‘기독교계 이사 2인’이 줄었다. 연세대측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독교계 이사는 교단 파송 이사 4인과 사회유지 중 2인도 기독교계 이사여서 총 6명이었다”며 “절반이던 기독교계 이사 중 2명을 줄이고 나머지 1명을 사회유지 중 기독교계 이사가 아닌 사람을 빼 개방이사 3자리를 마련했다면, 이번 연세대 이사회의 결정이 기독교계 주장처럼 그렇게 불공정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번 문제가 단순 이사 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대책위 이훈삼 국장(NCCK 정의평화국)은 “이사회 12명 이사 중 6명이 기독교계 이사인 것을 두고 과도한 지분이라 하지만 애초에는 정원 7명 중 6명이 기독교계 이사였다”며 “이는 설립자 고유의 정신이자 권한이다. 따라서 누구도 이를 배제한 채 독단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연세대는 설립자가 한국교회에 물려준 자산이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는 해당 교단이나 설립 후손들의 그 어떤 의견도 청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국장은 또 “사실 ‘기독교계’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다. 일반 이사들 중에도 기독교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기독교인 이사가 과연 교단 파송 이사냐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관 개정에서 이사회는 교단 파송 이사를 단순히 ‘기독교계 이사’로 개정했다. 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하던 것이 이사회가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뽑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겉으론 2명이 준 것이지만 결국 전부 없앤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연합신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 교계 관계자는 연세대 방우영 이사장의 독단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예전 한 성공회 주교가 연세대 이사장을 했을 당시 이사였던 방우영 씨가 개회기도나 축도 등 이사회가 기독교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안다”며 “(기독교계 이사 수를 줄인 연세대 이사회의) 이번 결정도 그냥 볼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가다간 더 이상 연세대에서 기독교적 모습을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본지는 연세대 이사회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법인사무처를 비롯한 개별이사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들은 “실무자와 개별이사 입장에선 할 말이 없다”며 “(기독교계 이사 수를 제한한) 추경이사회는 문제 없이 진행됐고 당시 회의록도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했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