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 후 대선 경선 지지 방향 변화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복음주의 교인들의 지지에 힘입은 릭 샌토럼(Santorum) 전 펜실베니아 상원의원의 강력한 부상은 복음주의권이 이번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의 전략을 재점검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는 올해 11월 열리는 미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경쟁할 공화당 후보를 뽑는 첫 관문이었다. 샌토럼 후보는 1위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단지 8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그간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낮은 지지율을 보여 왔던 샌토럼 후보의 급부상은 놀라운 일이라는 반응을 낳고 있다.
샌토럼 후보가 이같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보수 복음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오와 주에서 그가 가장 많은 복음주의 교인들의 표를 모으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실제로 투표 직전 조사에서 아이오와 코커스 참여 예상자 가운데 복음주의 교인의 대다수인 24%가 샌토럼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샌토럼 후보는 결과적으로 롬니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줘야했다. 만약 복음주의 교인들의 표가 다른 후보들에게 분산되기보다는 샌토럼 후보에게 결집됐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복음주의 교인들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 16%, 롬니 후보와 론 폴 전 텍사스 하원의원에 각각 15%,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에 12%, 미셸 바크만 미네소타 하원의원에 11% 등으로 상당히 분열되는 경향을 보였다.
복음주의권은 이같은 표의 분산이 지속된다면 전통적으로 복음주의권이 이단으로 보며 꺼리는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 교인인 롬니 후보의 공화당 후보 선출이 확실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음 경선 장소인 뉴햄프셔는 롬니 후보의 지지층이 두터워 벌써부터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경선전 초반에서 난립한 후보들을 어느 정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복음주의권이 그동안 선호해 온 페리 후보나 바크먼 후보는 현재 성적상 두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코커스 결과 거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한 바크먼 후보는 이미 중도 하차 선언을 했다. 복음주의권이 새로운 인물을 찾는 이유다.
그 가운데서 아이오와 주의 복음주의 교인들의 지지를 어느 정도 모았던 샌토럼 후보에게로 복음주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샌토럼 후보는 낙태나 동성결혼, 줄기세포 연구 등에 반대하는 등 복음주의 교인들이 고려하는 도덕적 사회적 이슈들에 있어서도 환영할 만한 입장을 갖고 있다. 또한 샌토럼 후보는 운동력이 강한 젊은 복음주의 교인들에게 선호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물론 그는 가톨릭 교인이지만, 몰몬교인 대통령 후보보다는 끌릴 만한 대상임은 확실하다. 미국 복음주의 교인들은 존 F. 케네디라는 가톨릭 대통령을 이미 가졌던 바 있다.
그러나 복음주의권이 이번 대선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정권 교체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고, 따라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맞설 수 있을 만한 정치적 자질과 탄탄한 재정적 기반을 가진 후보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이오와에서 복음주의 교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샌토럼 후보라도 다른 후보들에게 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몰몬교인인 롬니 후보나 진보 성향이 강한 론 폴 후보에게도 복음주의 표가 적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는 주말 미국 텍사스에서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긴급’ 모임이 열린다. 제임스 돕슨, 돈 와일드먼, 게리 바우어 등 미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대표적 복음주의 인사들이 모이는 이 모임에서는 현재의 경선전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 것인지가 논의될 전망이다. 그들이 누구를 그들의 새로운 ‘왕’으로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그에게 표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할 것인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