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대리인… 미국서 아랍어 성경번역 논란

워싱턴=권나라 기자  nrkwon@chdaily.com   |  

“하나님 말씀 타협하는 행위” 반대서명운동 진행 중

▲반대서명 시작 하루 만에 100명, 이틀 만에 500명을 돌파한 반대서명운동. 6일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각)까지 607명이 서명했다.

▲반대서명 시작 하루 만에 100명, 이틀 만에 500명을 돌파한 반대서명운동. 6일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각)까지 607명이 서명했다.

위클리프/SIL(언어학연구원)의 무슬림을 위한 성경번역 과정에서 “아버지, 아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용어가 공격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로 다른 용어로 대체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한 선교단체협의체에 의해 반대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최근 위클리프/SIL는 “선지자들의 이야기”라는 아랍어 성경을 출간하면서 “아버지”를 “주”로, “아들”을 “메시야”로 대체했다. 이슬람 선교단체 프론티어스는 SIL과 함께 작업한 아랍어본 “그리스도 복음의 진짜 의미”라는 책에서 하나님을 상징하는 “아버지”와 예수님을 상징하는 “아들”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고 자체에서 새롭게 정의한 용어로 대체했다. 프론티어스에 의해 제작, SIL에 의해 배포된 마태복음 터키어 번역본에서는 “아버지”가 “보호자”로, “아들”이 “대표” 또는 “대리인”으로 표기됐다. 또 SIL은 벵갈어 성경 번역 과정에서 이슬람 지도자와 상의한 후 “아들”이라는 단어를 “하나님이 사랑하는 특별히 가까운 선택받은 자”로 고쳐 표기하기도 했다.

반대 서명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비블리컬미시올로지(Biblical Missiology) 측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단어를 삭제한 번역본은 결과적으로 친근하고 영원하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아들, 성령을 설명하는 것에 실패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2011년 6월 PCA교단에서는 명백하게 ‘이 같은 번역본은 삼위일체 교리와 성경,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 그리고 업적과의 타협이기 때문에 신실하지 못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존 파이퍼 목사(베들레헴침례교회)도 이와 관련 “어떤 언어로라도 성경에 적혀있는 ‘아버지’ 혹은 ‘아들’이라는 단어를 대체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피력한 바 있다.

반대서명에 참여한 지한 후저리(Jihan Husary)는 “아랍어는 내 모국어지만, 이 같은 용어 변경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으며,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고 밝힌 한 서명자는 “이슬람 언어에서 자식을 지칭하는 용어의 번역은 오히려 그들에게 더 정확한 복음의 그림을 제시할 것이다. 오히려 변경하지 않는 것이 성경이 기독교인들에 의해 임의로 재해석된 책이라는 무슬림들의 오해를 떨쳐 버리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아버지나 아들이라는 단어를 없애는 이유는 무슬림들의 문화에서는 이 같은 단어가 성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아버지’ 혹은 ‘아들’이라는 단어가 대체된 성경번역본을 옹호하고 있다.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중동, 터키, 말레이시아 등 현지 교회들은 이 같은 성경번역본 중단을 요구하는 등 반대운동을 펼쳤지만, SIL 위원회에서는 “약간의 반대”로 규정하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아버지, 아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단어가 삭제된 성경번역에 써 달라는 수백만달러의 후원금이 성경번역 단체들에 모이기도 하는 등 이같은 성경번역에 불을 붙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반대서명 웹사이트) http://www.change.org/petitions/lost-in-translation-keep-father-son-in-the-b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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