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의 서울시민들의 뜻 먼저 확인해야
후보자 매수 혐의로 기소되었던 곽노현 교육감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공직선거법을 준용하여 곽 교육감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한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직이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며, 2억 원을 상대 후보자에게 건넨 것이 확인되었는데도, 3천만 원의 벌금형과 함께 교육감직에 복귀하게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 또 돈을 받은 박 모 씨에게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 원을 선고한 것과도 상당히 비교가 된다.
이것이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게 하려는 특정 정치세력의 뜻이 작용한 결과라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면, 곽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대의견이 상당히 높은 것을 감안하여 공포를 보류하고,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 작업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서울시민 유권자의 1%에 해당하는 82,000장에서 한참 모자라는 2만 여장의 서명지를 확보하는 데 그쳤을 정도로 서울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저조한 사안이었다. 만일 기독교 종립학교를 억압하기 위해, 조계종이 2011년 3월부터 종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면, 형식과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할 일이었다.
반면에 학생인권조례폐지범국민연대는 지난 12월 19일 서울시의회가 이를 통과시킨 뒤 1달도 안되어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13만장의 서명지와 25,000장의 탄원서를 1월 17일 서울시 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만큼 서울시학생인권조례에 동의하는 시민보다 반대하는 여론이 더 강하다는 의미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한 전교조 내부에서조차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교육을 망친다는 고백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흔히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데, 현재 학생인권조례처럼 반대 의견이 많은 사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2월 19일, 정동영 의원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잘 모르지만 10여명의 동성애 청소년들의 호소로 인해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말하였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성적(性的)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법임을 고려할 때, 학생인권조례가 학교교육의 본질과는 전혀 동떨어진 발상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자녀들의 미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서울시 학부모들에게 실망을 주는 처사이다. 정작 서울시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키는데 절대적 역할을 한 민주당의 절대지지 기반이 있는 전북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비교육적”이라는 이유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동성애자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서울시 학생들에게 인권조례를 강제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서울 시민들도 그간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두발제한, 체벌금지, 복장자율화’ 정도로 알았지만, 정작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가결된 후 훨씬 치명적인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초․중․고교생의 성관계 묵인’ ‘동성애를 학교에서 교육시키므로 성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며, 동성애자화(化)의 우려’ 그리고 ‘기독교학교에서의 건학이념을 무너뜨리려는 조계종의 의도’ ‘학생들의 정치사상교육을 통한 특정 정치세력의 양성 우려’ 등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과 시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현실에서 특정 정치세력이 ‘주민발의’라는 1%밖에 안 되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가 진정으로 학생들과 교육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시민들의 논의 시작은 이제부터이다. 이는 1%의 요구가 99%를 대변하지도 못할뿐더러 교육이 추구하는 목표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학생 폭력과 교권 추락으로 인하여 학원이 황폐화되는 상황에서 학생과 교사와의 수직적 갈등관계를 유발시킬 수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오히려 학원의 폭력성을 더 키우지 않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곽 교육감이 정말로 서울시 학생들을 사랑하고, 학생인권조례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학생인권조례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가결한 정치적 세력에 의존하기 보다, 서울 시민들에게 묻기를 바란다.
곽노현 교육감과 민주당이 학생인권조례를 서울 시민들에게 납득시킬 자신이 있다면, 시민들의 반대의사를 무시하지 말고 지금부터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시민들의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