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타파하자는데… ‘학위’만 있고 ‘신학’ 없는 교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교회로 돌아온 신학] 3-교회 청빙의 조건

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로 돌아온 신학]을 제목으로 연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신학이 사변화되고, 교회나 신앙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이 이번 기획을 추진한 배경입니다. 본지는 한국교회 신학의 다양한 면을 살펴, 보다 쉽고 실제적인 신학의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교회 목회자 이력에 ‘박사’는 필수다. 웬만한 대형교회는 그 중에서도 ‘해외 학위’를 원한다. 이런 학력지상주의가 결국 목회 현실과 동떨어진, ‘어려운 신학’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교회 목회자 이력에 ‘박사’는 필수다. 웬만한 대형교회는 그 중에서도 ‘해외 학위’를 원한다. 이런 학력지상주의가 결국 목회 현실과 동떨어진, ‘어려운 신학’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학력: 일반대학 졸업 후 ○○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자로 해외에서 3년 이상 수학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한 자

제출서류: …(생략)…, 학위증명서 및 성적증명서

한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청빙공고 중 학력과 관련된 부분이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일반대학’과 ‘해외’ ‘박사’ ‘성적증명서’다. 일반대학이란 신학대(학부)가 아닌 4년제 대학을 말하고, 나머지 단어들은 그 뜻 그대로다. 즉 이 교회 담임목사로 지원하려면 4년제 일반대학을 나와 교단 산하 신대원을 졸업하고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 물론 우수한 성적으로.

한국교회 목회자 이력에 ‘박사’는 필수다. 웬만한 대형교회는 그 중에서도 ‘해외 학위’를 원한다. 박사학위 뿐만 아니다. 위 청빙공고에서 보는 것처럼 대형교회들 중 일부는 지원자격에서 신학대(학부) 출신자를 아예 배제하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일반대와 신학대의 학력격차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대원생들 사이에선 “일반 명문대를 나와 유명 교단의 신대원에 진학하는 게 엘리트코스”라는 말까지 돈다.

세상은 학력을 파괴하고 있지만, 거꾸로 교회는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신 학교에 상관 없는 인재 등용, 대기업들의 고졸 채용 확대 등 사회에선 ‘학교 간판’ 내리기가 한창이다. 사람을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로 평가하겠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겉이 아닌 실제 ‘능력’이 중요하다는 일종의 반성이다. 그러나 교회에선 여전히 학교와 학위가 목회자의 자질과 신앙을 평가하는 최우선 기준이다. 교회를 개척해 대형교회를 일군 일부 목회자들이 자신의 부족한 학력을 메우기 위해 각종 ‘명예박사’ 타이틀을 ‘수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목회자는 “학력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웬만한 교회들은 비록 겉으로 명시하진 않지만 학력에 제한을 두고 있다. 청빙 자격이 돼 지원해도 막상 뽑히는 사람은 고학력자”라며 “무허가 신학교의 난립도 문제지만 학력지상주의도 타파해야 할 악습이다. 학력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면에서 목회자를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교회의 학력지상주의는 교회와 멀어진 신학을 양산하는 데도 일조했다. 학위, 그것도 해외 학위가 중요하다보니 너도 나도 유학을 결심하는데, 한국교회는 유독 그 경향이 강해 국내 신학교 교수들 대부분이 이런 해외파다. 그리고 이는 한국적 목회 현실과 동떨어진 신학, 결국 ‘어려운 신학’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는 “한국 신학논문에 각주화되고 참고문헌화된 자료의 거의 대부분이 서양신학의 자료”라며 “특정한 대가들, 더 정확하게는 연구자 본인이 나름의 이유로 대가로 여기는 ‘안전한’ 서양 신학자들이 펴낸 원전에 주석적 설명이나 예찬 어린 평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주체적 신학 언어가 탄생될 기미를 보이기도 전에 소위 대가들의 언어에 잡아먹혀버리고 마는 듯한 서글픈 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건택 교수(총신대)도 “칼빈 연구를 위한 한국의 기관들은 그 조직에서 뿐만 아니라 그 학문적 산물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결과물들을 모방했다”며 “한국 상황에서 요구되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묻지도 못한 채 학문의 권력화로 전락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칼빈 연구에 국한된 말이지만 전체 신학과도 무관하지 않다.

과거 한 세미나에서 김진홍 목사(두레교회 원로)는 “개척교회 시절 설교만 하면 교인들이 졸았다. 처음엔 그저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계속 반복됐다”며 “알고 보니 내가 쓰는 말들을 알아 들을 수 없어 졸던 거였다. 설교는 자신이 아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학위를 걷어내고 ‘진짜 신학’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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