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찬양이 흘러 넘치는 이 병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환자들 ‘영과 육’ 섬기는 이정형외과·민내과

▲병원예배에서 직원들로 구성된 바나바찬양대가 예배 도중 특송을 부르고 있다.

▲병원예배에서 직원들로 구성된 바나바찬양대가 예배 도중 특송을 부르고 있다.

서울 신대방동 보라매타워(롯데백화점 관악점 뒤편)에 자리한 ‘이정형외과·민내과’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 20분이면 아름다운 찬양이 흘러나온다.

보통 크리스천 직원들 위주로 모이는 기업 신우회와 달리, 이곳 ‘병원예배’는 신앙 유무를 불문하고 모든 직원과 환자들이 예배에 참여한다. 이들은 입원복과 간호사 가운을 입은 채 함께 찬양을 부르면서 ‘가족’임을 체험하고 있다.

이 ‘병원예배’를 잊지 못해 퇴원하고도 계속 예배에 나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각자 연주할 줄 아는 악기들을 가지고 나와 찬양에 풍성함을 더하면서, ‘후배’ 환자들에게는 위로를 전한다. ‘원장님’도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또 우남식 목사(인천대학마을교회)는 매주 이곳까지 찾아와 설교를 전하고, 직원들로 구성된 ‘바나바 찬양대’는 매주 특송을 준비한다.

이들 대부분은 예배에 참석하면서 믿음을 갖게 됐다. ‘예배’가 전도의 관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 병원을 운영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지동 원장과 내과 전문의 민효영 원장 부부는 예배 후 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면서 행복한 교제를 나누는 등 가족같은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다.

▲이지동 원장은 자신의 사역에 대해 “매일 큐티를 하면서 주님으로부터 힘을 공급받는 덕분”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이대웅 기자

▲이지동 원장은 자신의 사역에 대해 “매일 큐티를 하면서 주님으로부터 힘을 공급받는 덕분”이라고 겸손히 말했다. ⓒ이대웅 기자

“30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지 않다가 은혜를 받고 가족까지 전도해 교회에 나가는 직원도 계시고, 비록 믿지는 않지만 가족이 아프다며 기도를 요청하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인생의 고비에서 피난처이신 하나님을 의지하면 큰 힘이 되잖아요? 그럴 때면 감동과 눈물이 샘솟는 걸 느껴요.”

이지동 원장은 손양원 목사의 손길이 서린 여수 애양원 근무 시절, 당시 매일 기도와 예배로 진료를 시작하던 그곳 박 원장의 영향으로 자신도 나중에 개원하면 이렇게 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개원 직후, 부부는 병원 내 작은 방에서 둘이 기도하는 걸로 예배를 대신했다. 로비로 나오는 용기가 생기기까지는 6개월이 걸렸다.

“처음엔 다들 종교의 자유가 있는데, 하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어요. 믿는 사람은 3-4명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로비에서 예배드린 후부터 많은 은혜가 임했어요. ‘내가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낍니다.” 대기실에도 늘 찬양을 틀어놓는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은 다들 상처받고 힘들고 병든 분들이시잖아요? 찬양을 통해 위로를 해드리고 싶어요. 반발도 가끔 있지만, 치유의 음성을 듣고 직원들이 변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들 부부는 선교사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우남식 목사와의 인연으로 우 목사가 속한 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 소속 선교사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는 것. 병원에서는 선교사들의 건강검진 뿐 아니라 치유상담도 이뤄진다.

“선교사님들께서 인생을 바쳐 수고하셨지만 위로도 받지 못하시는 모습 뵈면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요. 관계를 맺으면서 오히려 제가 은혜를 받지요. 좀더 많이 도와드리고 싶은데…, 한 번은 러시아 선교사님을 치료하다 다 떨어진 내복을 입고 계신 걸 봤어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바로 내복을 사다 드렸죠.” 우남식 목사는 “이 원장은 선교사들과 환자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아픔을 함께해 ‘목사님’으로 불린다”고 귀띔했다.

▲‘미모의’ 민효영 원장은 결혼 당시 여러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믿음이 있는 이 원장과 결혼했다며 “지금은 의대 동기들 중에 가장 행복하고 은혜로운 의사 부부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미모의’ 민효영 원장은 결혼 당시 여러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부족해 보이지만 믿음이 있는 이 원장과 결혼했다며 “지금은 의대 동기들 중에 가장 행복하고 은혜로운 의사 부부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부부가 직접 선교지로 떠나기도 한다. 캄보디아와 말라위, 방글라데시와 터키 등지에서 현지인들의 진료를 돕는 의료선교를 진행하거나, 선교사들과 교제하면서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부부는 자녀들과 의료선교를 꼭 함께 다니는데, 이를 통해 자녀들을 ‘동역자’로 길러내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이들 부부에게는 진료상담을 요청하는 국제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 원장에게 이처럼 ‘긍휼의 은사’가 생긴 건 3년 전부터 참석한 ‘치유상담 세미나’ 덕분이다. “교회를 다녔지만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과 스포츠에 중독됐었지요. 그런데 세미나에 가서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자유를 얻었고, 자녀와 이웃들에 대한 사랑도 생겼습니다.” 이후 출석하는 서울교회 등지에서 치유상담 특강을 맡기도 했다.

‘친절한 이정형외과, 친절한 민내과’를 구호로 부부는 삶의 현장에서 상처입은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마음껏 전하고 있다. “‘상처입은 치유자’라는 말을 좋아하고, 그렇게 되고 싶어요. 환자들 중에는 우울증과 불안을 갖고 계신 분들도 많으세요. 치료가 필요한 그들을 울어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 가정과 자녀에게 믿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일 테니까요. 저에겐 가장 큰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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