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박사 기독문학세계] 와우, 대박이다. 대박!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트릭아트 전시회에서, 예수님을 보고 신난 아이들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한 방송사의 기획전으로 열리고 있는 트릭아트(trickart)전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 전시회는 이미 방송매체를 통해 홍보를 했기 때문에 나는 아트전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오락성 전시회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해 첫날, 오랜만에 아들네 식구들을 만나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을 때 바로 호텔 식당의 유리벽으로 전시실이 아주 가깝게 보인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실 입구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서있는 젊은 부부들로 일대 혼잡이었다. 연인들은 짝을 지어 입구에서부터 자동카메라 셔트를 바쁘게 누르면서 하루를 작품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우리집 다섯 살짜리 리야와 일찍 학교에 들어가서 초등 3학년이 된 휘야가 그 광경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제 아빠의 잦은 외국 출장으로 저희 식구들끼리 있을 때엔 떼를 쓰기 어려운 일인데 모처럼 응원부대를 만났으니 기회다 싶었던 모양이다.

“‘옳거니 강아지’는 내 친구가 맞죠(옳거니 강아지는 리야가 지어준 내 별명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모두 다 해주잖아요.” 리야의 애교가 시작되었다. “물론이지, 그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나는 리야를 포옹하며 말했다. “우리 전시회에 가요. 대디가 2월말까진 시간이 없다고 그랬는데 나 오늘 트릭아트보고 싶어요.”

리야는 신이나서 자신이 알고있는 트릭아트를 실감나게 설명하려고 모든 어휘를 동원하였다. “트릭아트는 사람을 트릭하는 예술인데요. 내가 뱀파이어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서 헬프미 그랜마 하고 소리치면 빨리 달려와서 나를 구해줘야 해요. 그리고 또 아마존 정글에서 원숭이를 만날 수 있어요. 외나무다리를 건너가야 하는데 떨어지면 물에 빠져 죽어요. 악어가 사는 물속에요.”

이같은 간청에 못이겨 우리는 전시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수많은 그림들이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착각을 일으켜 2차원 평면그림을 3차원 입체로 보이게 만들었다. 트릭아트는 투명도가 극히 높은 특수페인트를 덧칠해서 빛의 굴절과 반사 그리고 원근과 음영이 보는 사람의 시선의 방향에 따라 달라보이게 만드는 예술 장르이다. 속임수인줄 알면서도 매력이 있는 것은 누구나 배우나 감독의 역할을 할 수가 있고 누구나 붓을 들고 모나리자의 눈썹을 교정하고 그림에 터치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생하고 리얼한 입체감의 특징 때문에 보는 사람이 속고 있다는 생각조차 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인간의 뇌의 판단력이 그토록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두 아이는 액자 밑으로 범람하는 물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액자를 받쳐 들려고 애를 썼다. 물 속으로 떨어지려는 배를 두 손으로 움켜잡는다. 그림속의 원주민 인디언들과 나란히 앉아 마치 대여섯 명의 동료인양 이야기를 나눈다. 착시 의자에 언니가 앉으니 리야가 호령을 친다. 언니가 죄수처럼 보인 것이다. 책에서만 보았던 딜로포사우루스가 입을 벌리자 아우성을 치면서 살려 달란다. 이렇게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포즈를 잡았다.

전시관 마지막 코스에는 그림 두 개가 하나는 검고 흰 벽에 또 하나는 희고 검은 벽에 걸려 있다. 바탕색의 밝음과 어둠 때문에 그림은 착시 현상을 일으켜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흰 벽에 걸린 그림을 2-3초 동안 응시하던 아이들이 그 옆 검은 바탕의 그림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두 아이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와우 대박이다 대박!” 그리고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대디, 마미. 이것 봐 대박이야. 대박.” 하고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리는 달려갔다. 그림 속 이미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 대박이라는 소리에 호기심이 생긴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두 아이는 더 신이 나서 외친다. “이거 예수님이예요. 우리 예수님.” 마치 자신들이 아주 특별한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들이다.

전시실을 나와서 커피숍에 앉았다. 마침 첫눈이 내려 카라멜 마끼에 따스한 향기를 더했다. 사과 쥬스를 입에 대고 있는 두 아이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제 아빠, 그러니 아들 아이가 미국에서 공부를 할 동안 아이는 시간이 없어서 하루에 세 시간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살이 빠져서 차마 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그러면서도 단 한주도 주일예배를 거른 적이 없었다. 결국 아이는 4년 반만에 석박사를 마치고 플로리다텍에 최연소 최단기 이학박사의 신드롬을 남기고 졸업을 하였다.

이제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정을 가지고 휘야와 리야에게 오대째 신앙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믿음의 위대한 계승자들…, 내 가슴이 감사로 벅차올랐다. 눈발이 점점 더 굵어졌다. 소리없이 쌓이면 내일은 온 천지가 은총처럼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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