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던 아이들이 새벽기도 드리려고…”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가 ‘다음 세대를 세우는 교회’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지난 1월부터 ‘혁명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중·고등부 교회학교 교육을 청소년 선교단체인 ‘라이즈업무브먼트(대표 이동현 목사)’에 ‘일임’한 것. 이러한 형태의 선교단체와 교회의 ‘하나됨’은 교회사적으로도 유례 없는 일이다.
김은호 목사는 사역 현장에서 ‘신앙’과 ‘공부’에 ‘생활’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라이즈업무브먼트의 R.P.S(Riseup Planning School) 사역에 주목했고, 이를 교회에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의 안이한 공과공부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결단이었다. R.P.S란 신앙과 학업, 생활의 균형을 위해 청소년들의 습관을 개혁하는 프로그램이다. 수면·경건·공부·플래닝·태도 등을 교육하며 학생들의 학습을 자기주도형으로 이끌며, 대학생들로 구성된 선배 멘토들이 이를 돕고 있다(하단 관련기사 참조).
이제까지 R.P.S가 몇몇 교회학교에서 일부 도입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선교단체가 교회학교 전체를 맡아 관리한 적은 없었다. 라이즈업 측은 평신도 사역자인 이동호 선교사와 멘토들을 교회로 파견했고, 교회는 사무실을 제공하며 이들에게 ‘전권’을 맡겼다. 김은호 목사는 이 과정에서 라이즈업측의 요구조건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 현재 오륜교회는 중·고등부가 함께 토요일에 모여 3시간여 동안 예배를 드리며, 이후 2시간 동안 리더훈련을 진행한다. 청소년들이 길게는 5시간 이상 교회에 머무는 것이다.
오륜교회의 ‘위대한 실험’이 침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 다음 세대 사역의 활로를 뚫고 교회학교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음은 이를 결정한 김은호 목사와의 일문일답.
선교단체, 교회가 감당 못할 영역 있기에 존재
-최근 고신 교단과 학생운동단체 SFC 간의 논쟁에서 보듯 교회와 선교단체의 동역은 사실 쉽지 않은데요, 어떻게 이러한 형태의 협력을 생각하셨는지요.
“네, 맞습니다. 이제까지 선교단체와 로컬(Local) 처치는 항상 긴장하면서 대립각을 세워왔지요. 심지어는 선교단체들이 교회를 공격하는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하나님 나라’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립각을 세우거나 긴장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보완하는 관계가 돼야 합니다.
교회가 모든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면, 선교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교회가 담당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선교단체가 태어난 거죠. 그래서 교회가 부족한 부분을 선교단체가 메워주고, 선교단체가 부족한 부분을 교회가 채워주는 겁니다. 일단 라이즈업은 다른 선교단체들과 달리 교회론이 분명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 교회학교 적당히 하고 ‘대학진학’에 포커스,
그 결과 세상의 음란과 유혹 앞에 다 쓰러져 버렸다
-주일예배 출석인원 1만명 이상인 오륜교회가 라이즈업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된 동기와 목적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교회교육의 문제점과도 연관이 있을텐데요.
“다음 세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한국교회 다음 세대 교육에 문제가 있고,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분명한 사실입니다. 교회학교 고3 학생들이 20명이면 대학 진학 후 7명만 남는 게 현실입니다. 교회가 다음 세대를 놓치고 있다는 게 이미 열매로 나타나고, 공통적으로 느끼는 사실입니다.
왜 놓치고 있을까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동안 교회가 다음 세대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기 때문입니다. 대학 진학이 우선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없고…. 교회들이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제자훈련시키고 제대로 예배드리고 하지 않습니까. 부모님들도 학생들도 그걸 요구하셨고, 교회가 거기에 반응했지요. 그래서 예배 적당히 드리고, 분반공부 제대로 안 하고, 모든 포커스를 ‘대학 진학’에 맞췄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어땠습니까? 좋은 대학에 진학했습니까? 아니면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람들로 세워졌습니까? 아닙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잃었어요. 학생들은 부모들 강요 때문에 공부하니 꿈도 비전도 목적도 없이 향방 없는 싸움을 했습니다. 이러면 대학에 들어가도 공허할 수밖에요. 신앙생활을 제대로 안 해서 영적으로 약하고, 세상의 음란과 유혹 앞에 다 쓰러져 버렸어요.
결국 뻔한 결과였지요. 하지만 손쓸 방법이 없어요, 대안도 없고. 어떻게 수술할까 하던 차에 라이즈업을 알게 됐고, R.P.S와 자기주도학습 결과를 봤습니다. 이를 교회에서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어떨까 생각했지요.”
-그래도 사실 아쉬울 게 없는 상황에서 이같은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교회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대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교회 입장에서는 물론 모험입니다. 2-3년간 데이터가 있고 열매가 있는 사역이어야 시작할 수 있지 않겠어요? 교회에서 반대하더라도, 해 보니까 이런 결과물이 있더라 하고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한국교회에 내놓으려면 이게 있어야 하는데, 누가 하겠습니까. 목회자가 좋은 프로그램이니 해 보자고 해도, 실행 과정에서 견고한 진이 있을 수 있거든요. 당회원들을 비롯해 특히 학부형과 기존 교사들의 반대가 충분히 예견되는 사안입니다.
결국 목회자가 결단을 내리고 실행할 수 있는 교회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제가 개척해서 시작했고, 늘 교인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목회 철학을 전파해 왔습니다. 시도해 볼 수 있는 교회라는 것이지요. 사실 많은 반대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는 많지 않더라구요(웃음). 신앙과 생활습관에 더해 ‘학습’까지 자기주도로 잡아주니 부모님들의 반대가 적습니다. 공부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기가 해야 하잖아요.
반대가 적은 또다른 이유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음란하고 악해져가는 세상, 절대적 진리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음 세대들을 ‘야성을 가진 그리스도인’으로 세우지 못하면, 누구도 믿음을 지키기가 힘듭니다. 안이하게 분반공부 조금 해서 세상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세상 지성인들은 ‘절대적’인 기독교의 진리를 ‘독선’이라 하고, 모든 종교가 같다는 다원주의를 전파합니다. 이런 문화와 매스컴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오’를 외치려면 야성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R.P.S가 교회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일으킬 것
-현재까지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가 볼 때는 일단 잘 바꾼 것 같아요(웃음). 좀더 하나님의 임재 속에 예배드리고 인격적으로 그 분을 만나면서 삶이 변화되고 습관이 바뀌고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것을 체크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R.P.S는 플래너를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많은 교회들이 주시하고 있어요, 오륜교회의 결과를 보겠다고. R.P.S가 교회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부모님들도 보편적으로 좋다는 반응들이십니다. 매일 게임방에 가던 아이들이 새벽기도를 드리려고 일찍 잠드는 모습을 보시니까요. 일부는 학원에 가야 하는데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도 하십니다. 토요일로 예배를 옮기면서 70여명이 줄었는데, 새로운 아이들이 오고 있어요. 시간이 가면 그 문제는 해결되리라 봅니다.”
-교단(예장합동) 배경을 보면 토요일 예배도 파격적입니다.
“사실 (성도가 급격히 늘면서) 주일예배 공간이 부족해 고민했지만, 중고등부에만 희생을 강요할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토요일로 옮기자고 라이즈업에서 제안했어요. 생각해 보니, 학생들이 부모님들 예배드리는 동안 잠깐 중고등부에 왔다 가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힘들겠더라고요. 특히 주5일제가 본격 시행되면 토요일이 굉장히 중요한 날이 될텐데, 잘못 하면 이 날은 노는 날, 학원 가는 날로 변질되기 쉽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토요일에 충분히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R.P.S 하고, 교사들과 충분히 상담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교단에서도 허락한 이유는 주일에도 가족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났는데, 부모님과 자녀들이 소통을 시작한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자녀와 대화하려 해도 사실 매개체가 없는데, 함께 들은 설교를 가지고 소그룹 ‘설교 나눔’ 시간에 대화합니다. 말씀 안에서 교제와 소통이 이뤄지는 거죠. 사실, 예전에는 모두 토요일에 학생회 예배 드리지 않았습니까?”
본질 지키고, 사회 섬기고, 투명해지고, 소통해야
대형교회 비판 일리 있지만 쪼개려 해선 안 돼
-침체에 빠진 한국교회가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은 정말 위기입니다. 목사님들께서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 해요. 지금 세상 속 교회는 ‘왕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세상 속에 존재해야 하는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있어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먼저 가장 본질적인 것들과 비본질적인 걸 빨리 정해야 해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예수만이 길이요 진리라는, 믿음과 신앙의 본질은 지켜야 합니다. 동성애는 끝까지 성경에서 죄라고 말했다고 외쳐야 합니다. 세상에서 선교사 보낼 돈으로 구제하라고 해도 끝까지 순교자적인 각오로 보내야지요. 본질적 가치들은 목숨을 걸고 사수하되, 비본질적인 것들은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세상을 섬겨야 합니다. 특히 섬기는 게 ‘보여야’ 합니다. 지금도 섬기지만, 은밀하게 해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섬기고 있는지 내보여야 합니다. 교회가 담당할 부분들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저희 교회는 그래서 인터넷중독 치유센터를 만들고, 독거노인을 돕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재정도 투명해야 해요. 우리 교회도 올해부터 감사받습니다. 이거 안 하면 안 됩니다. 모든 게 투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통’해야 합니다. 제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한지 8개월이 됐는데, 그 위력을 알았어요. 방금도 답을 주고 왔는데, 팔로워가 4만이에요. 페이스북은 얼마 전에 해서 2500명이 됐어요. 집회 하고 왔더니 페이스북에 계속 들어와요. 필요한 내용들 올리고, 질문에 답합니다. 교회가 세상을 소통하고,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저희가 교회를 일부러 오피스텔처럼 지었어요. 고딕 양식으로 으리으리하게 지어놓으면 누구나 들어오기 어려워요. 이름도 비전센터라고 했어요. 평일에도 누구나 운동하러, 커피 마시러, 결혼하러 들어옵니다. 한국에서 안 믿는 사람이 제일 많이 들어오는 교회가 우리 교회일지 몰라요(웃음).”
-대형교회의 부정적인 면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데, 건강한 교회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대형교회와 작은교회가 모두 필요합니다. 장단점이 있거든요. 안티 세력들은 무조건 대형교회를 비난하고 없애려 해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교회의 영향력 감소입니다. 물론 대형교회 비판에 일리가 있습니다. 목회자들이 권력지향적이고, 사치스럽고, 재정이 투명하지도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큰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영역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우리 교회의 경우 선교 프로젝트나 사모님들 섬기는 일을 하는데, 교회를 다 쪼개놓으면 누가 이를 감당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한국교회는 기도원도 하나 지을 수 없을 거에요.”
-돌아가서, 매년 주최하던 올인 컨퍼런스가 올해부터는 수면·경건·공부·플래닝·태도 등 5가지 습관을 함께 익히면서 예배하는 ‘올인 R.P.S 컨퍼런스(2월 27-29일)’로 바뀌었습니다.
“수련회가 아이들에게 참 중요한데, 하나님을 만나고 결단을 내리고 꿈을 발견한 뒤 아쉬움이 남잖아요. 어른들 집회나 아이들 집회나 모두, 그날의 감동이나 감격으로 끝나고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니까. 삶을 바꾸고, 습관을 바꾸고, 현장에서 삶으로 이어지는 컨퍼런스가 될 겁니다. 조금 다를 거에요.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