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주거대란… ‘학사관’ 이용한 전도는 어떨까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인과 짝 이뤄 자연스레 신앙훈련 할 수도

▲한 대학교에서 열렸던 신입생환영회 모습. 여러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운영 중인 ‘학사관’을 침체되고 있는 대학생 전도에 활용해 보면 어떨까. ⓒ크리스천투데이 DB

▲한 대학교에서 열렸던 신입생환영회 모습. 여러 교회와 선교단체에서 운영 중인 ‘학사관’을 침체되고 있는 대학생 전도에 활용해 보면 어떨까. ⓒ크리스천투데이 DB

요즘 대학교 신입생들이 울상이다. 한풀 꺾였다지만 날로 치솟는 등록금에, 대학 진학을 위해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유학’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주거 비용 등으로 인해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들도 10여년 전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한 지방 거점 국립대보다 등록금이 최고 수준인 수도권 사립대들에 더 호의를 나타내면서 취업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진학을 목표로 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수도권을 비롯해 대학이 있는 지역의 교회와 기독단체들이 ‘학사관’을 운영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을 돕고 있다. 학사관은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거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처음으로 가정을 떠나 홀로서기에 나선 학생들에게 ‘제2의 가족’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끼리 함께 생활하면서 신앙을 토대로 한 우정을 다지게 되는 장점도 있다.

‘전·월세대란시대, 기독교인들이 전·월세값 동결을 선언합시다’는 캠페인을 벌이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이동원 목사)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서울 소재 학사관들을 소개하며 교회들의 학사관 운영에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http://trusti.tistory.com/706).

학사관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학사관들부터, 관리비조로 월 5-10만원을 받거나 보증금처럼 최초 소정의 입사비만 받는 곳도 있다. 이같은 학사관 운영에는 대형교회들 뿐 아니라 중·소형교회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학생 시절 주거공간에 대한 어려움을 겪은 지방 출신 목회자들은 여기에 적극적이다.

이와 함께 대학 근처에서 주로 활동하는 UBF나 CMI, YWAM 등의 선교단체들도 학사관을 운영하거나 기숙사 형태로 선교단체 소속 학생들이 함께 거주·생활하면서 신앙훈련을 겸하기도 한다.

교회 운영 학사관들, 대부분 기독 학생들만 모집

▲마천동성결교회에서 지난해 개관한 학사관 시설 모습.

▲마천동성결교회에서 지난해 개관한 학사관 시설 모습.

학사관을 운영하는 교회들은 보통 ‘세례교인’이나 ‘농어촌 목회자 및 선교사 자녀 우대’ 등의 조건을 내걸어 주로 크리스천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생활규칙으로는 주일예배 참석은 기본이며, 교회봉사 및 새벽기도회 권장, 학사관 채플 참석 등을 권장한다. 밤 12시 이전 귀가 등의 생활규칙 준수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같은 신앙훈련과 조건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선교’의 차원에서 비기독교인 학생들도 들어올 수 있도록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학사관이 일종의 ‘미션스쿨’ 같은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것. 2인 1실 체제의 학사관이라면 기독교인·비기독교인이 짝을 이뤄 생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다. 서울지역 교회 학사관 중 가장 규모가 큰 명성교회(담임 김삼환 목사) 학사관 관계자는 “농어촌 목회자 자녀들이 1순위이고 기타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 소재 대학 크리스천 재학생이 2순위”라며 “교회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받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믿는 학생들이 오면 분위기가 흐려지고, 설사 온다 해도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며 “학사관에 들어오면 새벽기도도 해야 하고 교회 봉사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믿지 않는 학생을 받다가 신천지 추수꾼 등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마천동성결교회(담임 설봉식 목사) 관계자는 “일단 믿는 학생이든 믿지 않는 학생이든 받는다”며 “교회를 안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사관에 들어오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조건 단 한 가지가 붙는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 가을부터 학사관이 생겼는데 아직까지는 교회 중심으로 이를 알리고 있어 거의 믿는 학생들이 오고 있다”며 “남학생들의 경우 술·담배를 하던 학생들에게는 끊을 것을 권유했고, 와서 모두 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교회 관계자는 “믿지 않는 학생들이 오는 경우, 일반 새신자들처럼 교육을 통해 양육하고 믿는 학생들과 함께 방을 쓰도록 하는 등 자연스럽게 신앙훈련을 받을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며 “기도하지 않던 학생들도 또래들이 함께 기도하니 같이 기도하는 등 학사관에 들어온 학생들은 무척 좋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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