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토요일 프로그램 확충만으론 부흥 못해”
서울 노량진에 사는 학부모 A씨(여·40)에겐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이 하나 있다. A씨의 아들은 평소 학교 수업 외에 사설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을 따로 공부한다. 주말엔 외국인 강사에게 직접 영어회화를 배운다. A씨 가족은 모두 크리스천으로, A씨는 구역모임에서 성경을 가르칠만큼 교회에 열심이다. 하지만 아들은 주일예배 외에 특별히 교회 출입을 하지 않는다. 학교 공부로 바쁜 탓이다. A씨 역시 아들이 교회 활동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올해 새 학기부터 전국 초·중·고 학교들에서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교회들은 저마다 ‘주일학교 부흥’을 목적으로 ‘토요일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책에 따른 근시안적 대응보다 청소년들의 신앙을 본질로 하는, 보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 5일제 수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시행 이전보다 ‘노는 토요일’ 즉 ‘놀토’가 늘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약 170일, 곧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학교에 가지 않게 되는데,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들은 부족한 수업시간 보충을 위해 각종 대체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학원가가 가장 분주하다. 실제 개학을 앞두고 학원가에는 토요일 오전 수업에 대한 학부모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주말반을 따로 운영하느냐는 상담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원래 평일반만 운영했는데, 이번에 주말반을 새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교회학교다. 많은 교회들이 “시간이 많아진 아이들을 교회로 오게 하자”는 구호로 토요일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은 교회학교 대신 학원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신자들은 물론 평소 교회에 충실한 교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강남교회(담임 송태근 목사) 교회학교 담당 우상현 목사는 “시험 기간만 되면 교회학교 학생들의 숫자가 20~30% 정도 줄어든다. 주일예배에 빠지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위에서 예로 든 A씨처럼, 교인들이라 할지라도 자녀에 대해서 만큼은 신앙보다 ‘성적’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중·고등부 교회학교 교육을 청소년 선교단체인 ‘라이즈업무브먼트(대표 이동현 목사)’에 일임하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오륜교회 김은호 목사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회학교 고3 학생들이 20명이면 대학 진학 후 7명만 남는 게 현실”이라며 “대학 진학이 우선이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없고…, 부모님들도 학생들도 그걸 요구했고, 교회가 거기에 반응했다. 그래서 예배 적당히 드리고, 분반공부 제대로 안 하고, 모든 포커스를 ‘대학 진학’에 맞췄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열린교회(담임 김남준 목사) 청소년 담당 디렉터인 김의현 목사는 “사실 이번 주 5일제 수업 전면 시행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있던 ‘격주 주 5일제’를 보다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교회학교의 변화도 지금보다 격주 주 5일제 시행 때 더 컸다”며 “지금 교회들마다 있는 토요일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당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학교 위기론’이 나오는 건 단순 프로그램 확충만 가지고는 아이들을 교회로 오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주일학교가 축소되고, 청소년·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실에서 교회학교만 따로 떼어 생각할 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신앙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라며 “교회들이 프로그램으로 ‘아이들 잡기’에만 골몰하지 말고, 그들이 정말 교회에 원하는 게 무엇이며 현실적 고민은 무엇인지 깊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럼에도 이번 주 5일제 수업이 교회학교 부흥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공통적이었다. 고척교회 조재호 목사는 한 교계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교회는 일찍이 어린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요모임을 활성화했었으며, 이는 곧 주일예배로 이어지는 순기능적인 연결고리가 됐다”면서 “출산율 저하와 전도의 어려움 등으로 교회학교 축소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교회는 주 5일제 수업을 기회로 삼아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