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통합의 힘, ‘다윗의 리더십’에서 찾아라

박현우 기자  hwpark@chtoday.co.kr   |  

[BOOK 리뷰] ‘성경과 고대정치’ 고대사 3부작 완결편

▲조병호 박사의 고대사 완결편 .

▲조병호 박사의 고대사 완결편 .

조병호 박사는 고대사 완결편 ‘성경과 고대정치’(통독원 펴냄)를 통해서 다윗의 정치 스타일을 오늘날 정치 언어로 풀어냈다. 지난해 기독교출판문화대상을 수상한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 속에서도 첨예한 논쟁 사안인 국가 통합과 평등의 문제를 3천년 전 이스라엘 왕국을 이끈 다윗의 삶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이스라엘을 통합하고, 당시 야당이었던 열한 지파를 한 깃발 아래 뭉치게 한 다윗의 리더십은 오늘날 기독교인들과 정치인들에게도 귀감이 될 부분이 있다. 3천년 전 다윗의 정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진심

아브넬이 암살 당했다. 다윗과 비밀회동을 갖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북이스라엘의 ‘실세’ 아브넬의 죽음은 비밀회동에서 논의된 북이스라엘과 남이스라엘 간 국가통합을 그르칠 수 있었다. 범인은 다윗의 최측근 요압. 개인적 원한과 2인자의 자리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 요압의 돌발 행동이었다.

다윗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만큼의 위기였다. 북과 남 이스라엘 국민들은 다윗이 아브넬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놓고 그를 죽인 것으로 오해했다. 이런 음험한 왕이라면, 다윗이 다스리고 있던 유다 지파까지도 한꺼번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얼마 후 국가통합을 이뤄내고 왕좌에 오른다. 열두 지파 최고 지도자들의 ‘합의’ 하에 기름 부음을 받고, 전 국민들의 지지까지 얻어냈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다윗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답은 진심. 다윗의 진심 어린 눈물이 통했다. 그는 오늘날 정치인들처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아브넬의 죽음에 애가를 짓고, 식음을 전폐하면서 몇날 며칠을 울었다(삼하 3:33~34). 이로 인해 모든 국민들은 아브넬의 죽음과 다윗이 관련 없음을 알게 된다. 다윗은 그 울음의 진정성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법궤 앞에서 춤추는 다윗 - 모건바이블 삽화.

▲법궤 앞에서 춤추는 다윗 - 모건바이블 삽화.

비전

다윗은 천년 왕국을 꿈꿨다. 하나님이 통치하는 ‘제사장의 나라’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그는 국가통합 후 도읍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결심한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남북을 아우를 수 있는 요충지. 그러나 모세, 여호수아 이후 400년 동안 예루살렘만은 점령하지 못한 상태였다. 가나안의 여부스족이 난공불락의 요새 예루살렘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루살렘 점령을 위해 다윗은 과감한 작전을 단행한다. 소수정예 600여 명을 데리고 예루살렘의 수구(水口)를 공격한 것이다. 공성전을 피하고 급소를 쳐서 무너뜨리는 전략이었다. 전략은 들어맞았고 예루살렘은 하루아침에 ‘다윗 성’이 되었다.

열두 지파의 합의로 왕좌에 오른 다윗. 국가경영의 첫번째 의제를 새 도읍 선정으로 정한 그의 정치적 견해는 이랬다. 유다 지파나 베냐민 지파 중심이 아닌 열두 지파 전체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레위 지파 중심의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열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제사장의 나라를 실현시키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법궤를 옮겼다. 제사장 나라 법치(法治)를 국가의 정치 의제로 삼겠다는 의도였다. 하나님을 중심으로 각기 성격이 다른 열두 지파가 모두 하나된 이상적인 국가를 3천년 전 다윗은 이뤄냈다.

평등

법은 모든 사람들 앞에 평등한가? 3천년 전에도, 지금도 이 명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권력에 따라 법의 적용이 달라진다면 얼마나 불평등한 사회인가. 다윗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명제를 실천한 사람이다. 그는 왕의 신분이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가지 않았다. 부하 우리아를 전쟁에 나가 죽게 한 후 아내를 취한 일과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인구조사를 했을 때 그랬다. 그는 이 두 번의 죄를 범했을 때 하나님께 잘못을 시인하고, 법에 따라 처벌 받겠다고 했다. 변명하지 않았다(시 51:5-7). 그것이 제사장 나라의 왕 다윗이 택한 거룩한 시민의 자리였다.

▲시므이의 저주 - 슈노어 폰 카롤스펠트 作.

▲시므이의 저주 - 슈노어 폰 카롤스펠트 作.

아량

다윗의 아들 압살롬이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의 일이다. 아들의 쿠데타로 예루살렘에서 급히 피신하던 찰나, 길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30여년 간 반체제 인사들의 중심에 있었던 베냐민 지파의 시므이였다. 시므이는 위기에 몰린 다윗에게 용기를 내어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퍼붓는다(삼하 16:7-8). 얼마나 민망했던지 옆에 있던 아비새가 말한다. “제가 가서 저놈의 목을 베어 오겠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모두를 놀라게 한 명령을 내린다.

“여호와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그가 저주하게 버려두라”(삼하 16:11). 다윗은 자기 스스로 저주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죄 없는 우리아를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다윗은 시므이의 저주가 하나님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다윗의 그릇이었다.

압살롬의 쿠데타는 곧 진압되었고, 다윗은 예루살렘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문 앞에서 시므이가 베냐민 지파 천명과 무릎을 꿇은 채 다윗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야 합니다.” 아비새의 말이었다. 그러나 다윗은 시므이를 불러 말했다. “네가 죽지 아니하리라” 이 한 마디에 시므이는 반(反)다윗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천명의 베냐민 지파와 함께 투항한다.

만약 이 때 시므이의 반체제 세력들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이후 솔로몬 정권 초반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윗이 죽은 후 시므이는 베냐민 지파 출신의 왕을 세우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대까지 생각한 다윗의 정치적 식견은 이토록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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