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다문화 대안학교 ‘지구촌학교’ 개교식

신태진 기자  tjshin@chtoday.co.kr   |  

불법체류 자녀도 입학 환영… 못자리 교육으로 상처 치유

국내 최초로 설립 인가받은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지구촌학교’(대표 김해성 목사)가 개교식과 함께 입학식을 갖고 다문화 대안-통합교육을 실시한다.

지구촌학교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성이(전 보건복지부장관) 학교설립추진위원장, 신상진(한나라당 의원) 추진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월 2일 오후 2시 구로구 오류2동 지구촌학교 5층에서 개교식 및 입학식을 진행한다.

지구촌학교는 교육청 인가에 따라 초등학교 각 학년당 1개 학급씩(15명 내외) 모두 6개 학급 90명 정원으로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 지구촌학교는 한국 출신 소외계층 학생 20%를 받아들여 다문화-통합교육을 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반 초등학교 다문화학생 위탁교육도 함께 실시한다.

지구촌학교는 학부모의 등록(합법체류) 또는 미등록(불법체류) 여부에 상관없이 이주민과 다문화가정 자녀를 입학시켜 일체의 비용 없이 다문화 다중언어 특성화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지난해 3월 학교 문을 연 지구촌학교는 몽골, 필리핀, 인도, 가나 등 9개국 출신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두 30여명의 이주민 다문화 자녀를 대상으로 다문화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15일 서울남부교육청으로부터 학교 설립 인가를 받고 개교를 준비해 왔다.

다문화 갈등 해소의 씨를 뿌린 ‘지구촌학교’

2012년 2월 말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44만명, 다문화 부부는 25만쌍,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자녀는 15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다문화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률은 60%, 중학교는 40%. 고등학교는 30%밖에 되지 않는다. 다문화 자녀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사실상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다문화 자녀들의 학교 진학률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주민-다문화 부모들의 불안한 신분과 가난이 가장 큰 원인이고, 그 다음으론 한국의 차별-왕따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가지 못한 이주민-다문화자녀들은 언어 등의 문제로 인해 사회와 접촉하지 못하고 TV중독에 빠지게 된다. 한국 남편과 결혼한 다문화 재혼가정의 자녀들 일명 ‘중도입국’ 자녀의 경우가 이렇다.

반면 학교에 간 자녀들은 피부색과 언어 문제 등으로 따돌림을 받으며 상처를 입게 된다. 결국 이주민-다문화 자녀들의 상급 학교 진학률이 저조하게 되고 이처럼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긴 다문화 자녀들은 취업 등에서도 소외되게 된다. 따라서 소외된 다문화 자녀들이 집단화되면서 프랑스 등의 나라에서 나타난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구촌학교는 이러한 문제 해소 차원에서 추진됐다. 2007년 ‘지구촌국제학교설립추진위’(가칭)가 가동되면서 학교부지와 재원문제 확보 등을 위해 활동하는 가운데 2010년 익명 후원자의 거액 쾌척과 함께 포스코, 대우증권, 현대자동차 등이 재정 후원에 참여하면서 학교 설립의 토대가 형성됐다. 아울러 지구촌학교 대표인 김해성 목사가 2010년 청암상 봉사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 2억원 전액을 보태면서 국내 최초의 다문화 대안학교가 탄생하게 됐다.

김해성 대표는 “이주민-다문화 부모들이 자녀교육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신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면서 “다문화 대안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 각계각층의 감동적인 쾌척과 참여, 후원이 이어지면서 지구촌학교가 설립인가를 받게 됐다”고 개교의 의미를 설명했다.

못자리 교육으로 상처 치유, 오바마 같은 인재 육성

한국 사회는 학생들의 왕따-폭력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도 약점이 노출되면 따돌림을 당하는데, 피부와 언어가 다른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다문화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왕따-폭력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제 제기할 방법조차 모르기 때문에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다. 간혹 언론에 다문화 자녀들의 문제가 노출되지만 상당수는 그늘에 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해성 대표는 “한국 학생들은 이주민 다문화 자녀들이 피부와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고 심지어 폭력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차별 문화가 어린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수된 탓이기에 아이들만 나무랄 수도 없다”고 지적하면서 못자리 교육론을 제시했다.

김 목사는 ‘못자리 교육론’에서 이주민-다문화 아이들을 ‘잡초’가 아닌 ‘볍씨’로 비유했다. 잡초는 어디에서나 자랄 수 있지만 볍씨는 못자리에 뿌리고 웃자라면 모판에 옮기는 등 섬세한 교육과정을 거쳐야 비바람을 이길 수 있는 모포기로 뿌리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볍씨 같은 다문화 아이들의 경우 못자리와 모판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냥 일반 학교에 가게 되면 따돌림 받거나 심한 상처를 받으며 자란다”면서 “그렇게 상처 입은 아이들을 지구촌학교 못자리에 뿌리고 보살폈더니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맘껏 공부하고 먹고 뛰놀면서 푸르고 튼실한 모로 성큼 자랐다”고 다문화 대안학교의 치유력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지구촌학교를 ‘오바마 학교’라고 이름을 붙였다. 부모의 사망, 이혼, 편부편모 등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지구촌 학생들을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처럼 인재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오바마 또한 부모의 이혼가 재혼, 사망의 아픈 상처를 딛고 세계의 대통령이 된 바 있다. 지구촌학생들은 그래서 지난해 10월 오바마 대통령을 학교에 초청하는 편지를 백악관에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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