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욱 목사 떠났지만… ‘후유증’ 앓는 삼일교회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교인 60여명, 당회에 진실 알려달라며 ‘공동요청문’ 게시

▲삼일교회 전경 ⓒ크리스천투데이 DB

▲삼일교회 전경 ⓒ크리스천투데이 DB

전병욱 목사가 ‘성추행’ 의혹으로 삼일교회를 사임한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교회는 그 ‘후유증’으로 여전히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삼일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전임 목사 사임건에 대한 진실과 회개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공동요청문’이 올라왔다. 이 글을 함께 작성한 교인 60여명의 실명이 그대로 실려 있다.

이들은 이 글을 통해 “전임 목사 사임 건이 아직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아 여러 가지 의혹들과 소문들이 돌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인들이 사실관계를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알려달라고 당회에 요청했다.

이들은 특히 “담임목사의 사임을 아무런 이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당회에서 은밀히 처리하였으니 이는 분명히 성경적 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오해와 소문이 교회의 안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적었다.

‘오해와 소문’의 구체적 실체에 대해선 “전임 목사님에게 전달된 13억(전별금 10억, 전세금 3억)이 어떤 근거로 지급되었는지 밝혀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교회의 헌금이 해당 사건의 피해자도 아니고 가해자로 알려진 전임 목사의 손에 아무런 교회법상의 근거도 없이 전달되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전임 목사님의 공을 생각해 10억 이상의 거금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제직회 이상의 회의를 통해 성도들의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금이라도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사실을 알리도록 당회에 요청하고 적법하고 공의로운 치리를 하지 않고 묵과한 부분이 있다면 철저히 회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글은 각 처소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교회를 섬기고 있는 간사, 목자, 집사 등 평신도들이 원활한 청빙과 교회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글이 게시되자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정범성 변호사는 ‘공동요청문에 대해 진실을 밝힙니다’는 글을 작성, 경위를 설명했다.

우선 그의 글이 “당회와 조율도 없는 개인의 견해”임을 밝힌 정 변호사는 앞선 공동요청문이 지적한 ‘당회의 은밀한 처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밀실에서 은밀하게 두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두 사람과 하나님 이외에는 진실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또 “모두가 존경해 왔던 목사님과 성도간에 발생한 일이라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제대로 확인 되지 않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는 없다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그 자매의 진술과 전임 목사님의 진술이 있었고 상호간의 진술 내용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며 “일치하는 부분은 교회의 담임목사가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하셨다는 것이고 (당회는) 그 사유만으로도 사임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정 변호사의 해명에 공동요청문 작성자 중 한 명은 “공동요청문이 요구한 ‘사건’의 실체에 대한 내용은 없고 ‘사건에 관한’ 개인적인 판단, 결과, 정황만 나열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공동요청문에는 수많은 교인들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해당 요청문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 교인은 “전임 목사님의 사임, 새로운 목사님의 청빙과 관련해 사실을 알만한 창구가 없다”고 했고 또 다른 교인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목사님을 청빙하는 시점에서 (전임 목사와 관련된 일은) 꼭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의견을 남겼다.

한편 삼일교회는 지난 해 10월 전병욱 목사를 이을 후임 담임목사 최종 후보를 선정했지만 4개월이 넘도록 후임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인들 사이에선 청빙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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