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 없는 성화는 율법주의, 성화 없는 칭의는 값싼 은혜”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국제품성사역원 원장 정재현 목사 인터뷰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한다. 천주교, 불교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기독교만 믿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유로 ‘윤리와 도덕의 타락’을 꼽는다. 기독교 내부에서도 이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도덕성 있고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떻게 윤리적일 수 있을까에는 의견을 달리한다. 특히 세상과 기독교의 윤리는, 비록 그 발음과 표기는 같으나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기에 실천 방법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로 최근 개원한 국제품성사역원 원장 정재현 목사의 주장이다.

정 목사는 원래 전도에 열심인 목회자였다. 그렇지 않은 목회자가 없겠으나 그는 남달랐다. 전도대학을 열어 사람을 길러내고 그들로 하여금 ‘잃은 양’을 찾게 하는 게 정 목사의 일생 목표였다. 사력을 다했다. 그런데 좀처럼 열매가 맺히지 않았다. 게을렀나? 아니다. 전략이 부족했나? 그것도 아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교회 이미지가 나쁘다’는 것에 도달했다.

“천주교나 불교는 가만히 있어도 신자가 느는데 왜 기독교는 죽어라 전도해도 사람이 오지 않을까…. 문제는 이미지 때문이더라구요. 사람들에게 기독교는 ‘거룩하지 않고 윤리적이지 않은’ 종교였던 거죠.”

▲국제품성사역원 원장 정재현 목사가 그가 시무하는 수원시 가람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의 품성교육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국제품성사역원 원장 정재현 목사가 그가 시무하는 수원시 가람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기독교의 품성교육을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기독교 품성, 세상과 달라… 하나님 형상 찾는 신앙 여정

정 목사는 기독교가 다시 존경받는 종교가 되지 않는 이상, 전도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누군가는 기독교 이미지 개선에 나서야 할 텐데…,” 막연히 ‘회개하자’는 구호만으론 소용 없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뜻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센터를 개설하고 ‘기독교 체질 바꾸기’에 투신했다. 그리고 그 핵심 키워드는 ‘품성’이었다. 사람들이 기독교인으로부터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지 못하는 건, 몸에 자연스레 밴 품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정 목사의 생각이었다.

몇 년간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품성이 무엇인지, 품성을 개선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배워나갔다. 그러던 중 의문이 생겼다. 품성 분야가 이미 2~30년 전 미국교회를 중심으로 바람을 일으켰던 터라, 관련 자료들 거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건너 온 것들이었다. 이걸 그대로 한국교회에 적용해도 괜찮을지, 그는 망설였다. 이내 “바꿔야 한다”는 확신이 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얼하든 ‘그만의 방식’이 있는 정 목사는 곧 한국교회에 맞는 품성교육 발굴에 들어갔다.

그러자면 ‘품성’의 의미가 무엇인지부터 정립해야 했다. 유교도 불교도 세상도 말하는 품성, 그럼 기독교의 품성은 무엇일까. 정 목사는 하나님과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의 형상을 닮는 것, 곧 삼위일체를 내포한 품성이야말로 진정한 기독교의 품성임을 확신했다.

“기독교의 품성은 흔히 말하는 윤리 도덕과 다른 의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덕성을 회복하자,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진짜 의미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반 성도들 역시 단순히 행실을 바르게 하고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을 곧 바른 품성이자 윤리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죠. 만약 그렇다면 기독교나 세상이나 다를 게 없잖아요. 기독교의 품성은 하나님의 형상을 닮는 것이고 이는 그 분의 은혜를 알고 그것을 체험할 때만 비로소 가능한 겁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은혜를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의 품성과 기독교의 품성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지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칭의에 바탕을 둔 성화”가 바로 정 목사가 추구하는 기독교의 품성교육의 핵심이다. 성화(sanctification)가 일반적인 행동의 교화, 혹은 윤리적 계몽이 아니듯, 품성 역시 세상적 의미의 도덕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 목사는 “일반 도덕교육에는 칭의가 없다. 그래서 도덕적이라는 건 곧 자신의 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기독교에는 죄인을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 따라서 이 칭의 이후의 과정인 성화는 인간의 힘으로 스스로의 의를 완성해가는 단계가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내주하심으로 인해 하나님의 형상을 찾아가는 신앙의 여정”이라고 강조했다.

“율법주의에 젖었던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의 말처럼 ‘회칠한 무덤’이듯, 오늘날도 도덕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위선적일 수 있습니다. ‘군자’가 되는 걸 가장 큰 이상으로 여겼던 조선시대 유교서도 양반들의 이중인격이 발견되곤 하죠. 전 진짜 윤리적이 될 수 있는 길, 바른 품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기독교에만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죄인을 용서하신 은혜가 있고 지금도 우리를 도우시는 성령님이 계시기 때문이죠.”

이처럼 정 목사의 품성사역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칭의 없는 성화는 율법주의가 되고 성화 없는 칭의는 값싼 은혜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칭의와 성화를 모두 강조하는 것, 그것이 곧 정 목사가 추구하는 품성사역의 핵심이다.

정 목사의 국제품성사역원은 이제 첫 발을 내딛었다. 당분간은 매주 목요일 서울 광장동 장신대학교에서 아카데미를 열고 품성사역을 알릴 계획이다. 정 목사는 “지금은 걸음마 단계지만 이 품성사역만이 한국교회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임을 믿는다”며 “품성사역은 단순히 교육이 아닌 한국교회 부흥과 갱신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이 품성사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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