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세련된 옷차림과 김정일의 검소한 인민복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나꼼수 시리즈 1·2] ‘나꼼수의 기독교 조롱과 북한’

한반도 이념전쟁(Ideological warfare)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끝났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체사상을 이념이나 사상으로 추종하는 세력은 거의 없어졌다. 새로 시작된 전면전은 영의 전쟁(Spiritual warfare)으로 분류하는 것이 낫다. 김일성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그 이유는 잘 모르고 중요하지도 않다.

이념은 지적인 학습을 통해 획득하고, 반성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영(Spirit)의 문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고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쉽게 획득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곤혹스럽다. 공부 잘 하고 머리 좋은 것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소용이 없다.

이 시대 정치·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영적 인식(spiritual recognition)’이 요구된다. 나꼼수와 ‘김일성 우상숭배’ 혹은 ‘종북(從北)’이 무슨 관계가 있으랴 하지만, 영을 분별하는 눈(spiritual eyes)으로는 그것들이 한 줄에 꿰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간단하다. 남에게 피해주는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즐기고, 예수를 미워하며, ‘악마주의(satanism, 사타니즘)’에서 미적 감동을 느끼는 세계….

한국은 예술의 사타니즘에서 정치적 사타니즘까지 다양한 사타니즘이 우는 사자처럼 선량한 영혼들을 건드리고 다닌다.

하나님께서 성령 안에 기도하는 이들에게 ‘영을 분별해 보는 눈’을 선물로 주신다. 각 영역의 리더십들이 이 눈을 갖도록 기도해야 겠다. 목사 아들이 포함돼 있다는 나꼼수는 ‘나의 죄를 씻기는 예수의 피밖에 없네’를 가증한 구절로 비틀어 놓았지만 역시 명답은 ‘예수의 피밖에 없네’ 이것이다.

‎정치적 사타니즘(Satanism)의 최고봉은 김정일이 오르고 죽었다. 네로, 히틀러, 스탈린을 합한 수준보다 더 높은, 그야말로 정치적 사타니즘의 에베레스트를 김정일이 김일성에 이어 올랐고, 아들 김정은이 아버지의 거봉 위에 올라앉아 현재 최고봉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 사타니즘의 취약점은 ‘미학’에 있다. 21세기 한국인에게 김정일은 미적이지 않다. 김정일 개인의 취향과는 관련 없이 북한 체제의 시작이 철저한 ‘금욕’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물적 욕구란 해방에 대한 의지, 자유와 개성을 추구하는 본능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북한 체제는 자유와 함께 인간의 욕망을 철저히 차단하면서 출발했던 것이다.

김정일의 ‘옷’을 기억해 보자. 인민복과 점퍼, 확실히… 멋쟁이는 아니었다. 역대 최악의 패셔니스타 반열에 올려도 될 듯하다. 이제 같은 옷을 아들이 입고 다닌다! 개인의 사생활과는 상관 없이 김정일도 어쩔 수 없이 강제되었던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나꼼수의 최강점은 ‘미감(美感)’에 있다. 얼핏 보아서는 도무지 김정일과 나꼼수가 한통속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나꼼수와 나꼼수족이야말로 “우리는 김정일에게 한없이 미적인 저항감, 혐오감을 느끼고 있어!” 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나꼼수는 세련되다. 특히 김어준. 이름부터 포스트모던하다. 헤어스타일도 감각 있다. 이건 예술이야! 라고 칭찬해 줄 만한 표정, 목소리, 패션, 연출력, 표현력, 상상력… 이런 건 김정일에게는 없는 것이다. 나꼼수에는 금욕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외설, 에로티즘, 자유, 불경, 해방… 그런 것들이 종합선물세트로 준비되어 있다.

나꼼수의 지평은 20세기 서구사회를 강타했던 ‘예술적 사타니즘’과 훨씬 맥락이 가까워 보인다. 심각한 쾌감을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옳건 그르건 그런 것은 아무 상관도 없이 그냥 무장해제시켜 주는 쾌감!

‘이 세상을 검게 물들였으면(Paint it black)’을 부르며 우드 스탁을 휘저었던 롤링스톤즈나 ‘예수보다 더 인기있다(more popular than Jesus)!’며 비틀즈 열풍을 이끈 존 레논의 계보에서 나꼼수 열풍의 비밀을 찾는 것이 더 쉬워 보인다.

그러나, 속지 말자! 바로 이 대목에서. 나꼼수는 역시 정치적 사타니즘의 계보에 있다.

서구 사회뿐 아니라 한국 사회도 예술 창작의 원동력으로 사타니즘을 허용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20세기의 저항할 수 없는 미적 조류를 대표했다. 문명사적인 징후였고, 지금도 압도적인 영향력 아래 있다.

그런데 나꼼수는 애초부터 미적 사타니즘 같은 것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예술이나 오락 따위로 끝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 권력이다. 오직 정치 권력만이 나꼼수 에로티즘을 정점으로 이끌 뿐이다.

예술적 사타니즘은 근본적으로 허무주의를 몰고 오지만 나꼼수는 허무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마약과 자살, 탈선으로 치달아갔던 서구 사타니즘 예술가들은 차라리 순수하달까.

어떤 상황에서도 내숭없이 불타 오를 나꼼수의 ‘권력의지!’ 그들은 죽지 않는다. 2012년 한국 현실정치에서 그들은 성취할 것인가?

/김미영(세이지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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