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독교계에서 ‘목회자들의 소득세 납부’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었고, 이것의 영향으로 언론에서도 ‘종교인 소득세’ 문제를 자주 다루고 있으며, 지식경제부장관도 3월 19일 이 문제에 대한 것을 검토해야 된다는 발언을 하였다.
종교인 과세문제에 대해 2007년 MBC방송의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백분토론」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본회는 ‘건전한 논의’는 환영하되, 기독교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아온 과거의 행태에 대해서는 언론들이 이를 바르게 인식하고 자제해줄 것을 당부드린다.
종교인 과세문제를 논할 때에 교회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가혹할 정도로 높지만, 타종교에 대한 언급은 없어 여론이 편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이러한 언론의 보도태도는 타종교는 소득세 납부문제에 무관한 듯 보이게 하고, 기독교에만 해당되는 듯한 태도를 취하게 되므로, 종교계 전체에 적용되고 수용되어야 할 ‘종교인 과세’ 사안의 건전한 논의과정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
종교인 영역에 포함되는 것은 목회자만이 아니다. 한국역술인협회의 등록회원이 30만 명이고, 무속인연합회의 회원도 30만 명이 넘는다. 반면에 기독교의 목회자는 12만여 명이다. 또한 2011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경제활동 인구가 2,541만 명인데, 그중에 목회자 비율은 약 0.5%에 불과하다.
또 근로자와 자영업자중 면세대상자가 839만 명과 비교할 때에도 목회자 상당수가 소득이 면세점 이하인 것을 감안하면, 징세 효율성은 매우 떨어진다고 보인다. 그러므로 “목사가 탈세를 한다”는 식으로 목회자를 매도하고 기독교 비방을 목적으로 한 부당한 여론 조성은 합리적 근거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의 80%이상은 소득수준이 면세점 이하로 추정되고 있으며, 오히려 기독교는 ‘미자립교회 지원’을 통해 국가의 복지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저소득 종교인을 내부적으로 부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교회는 1980년대의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사례비가 소득세 면세점을 넘는 목회자들이 생겨나면서, 기독교계에서는 1990년대 초기에 ‘종교인 납세’ 문제를 토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자립 교회가 절대다수인 현실에서 일부에서 소득세를 낼 경우 그들만의 ‘의’를 드러내는 행위로 미화될 소지가 있었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즉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있어 개별 교회차원에서만 소득세 납세를 결정하여 왔다.
또 이것을 국가권력에 교회가 예속되는 것이라고 보는 측면이나, 성도의 헌금을 이중과세한다는 등 비판적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목회가 ‘소득’을 바라는 행위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성직자가 근로자로 매도되는 것에 대한 저항감도 존재하였다.
목회자들은 소득 이전에 자신들이 하나님의 부르심과 신탁(神託)에 의한 사명을 감당하는 일에 있어서, 인생을 던지는 삶을 살아간다는 신성함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므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고, 국가에 납부하는 약간의 세금 그 이상으로 사회에 유익을 가져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6년에는 종교계나 정부측이 아닌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종비련)’라는 곳에서 성직자 과세를 주장하면서 거리행사와 국세청장을 고발하기도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져 당시 고은광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TV의 백분토론 등에 출연하기도 하면서 이슈를 표면위로 끌어 올렸다.
당시 본회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방어적 입장을 취하였는데,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들의 의도가 순수하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종비련을 설립하여 대표가 된 김상구씨는 자신이 활동해 온 반기독교시민운동연합(반기련)을 떠나면서, ‘기독교 박멸을 위한 방법론으로 행위비판이 필요하여 종비련을 설립한다’는 유명한(?) 출사표를 남겼다. 하지만 종비련은 2007년에 김상구씨가 과거 탈세 전력이 있다하여 ‘종교인 과세문제’에 부적격자이므로 제명하였었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기독교계는 ‘종교인 과세’ 이슈 자체를 기독교 박멸세력과의 싸움이라는 인식을 굳히게 되었고, 건전한 논의마저 중단되었었다.
이후에도 인터넷에서 기독교 안티 ‘이드’로 통했던 김상구씨는 이후 종교법인법제정추진시민연대(종추련 공동대표: 홍세화, 고은광순, 박광서, 조헌정, 진관 등)와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종감련)의 실제업무를 담당하며, 기독교를 비판·공격하는 책을 출판하기도 하였다.
종교인에게는 과거부터 소득세 과세가 관행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그 연원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실질적으로 목회자는 교인들의 헌금에 의존하여 살기 때문에 종교인의 수입을 소득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고, 소득세 납부 추진이 실효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다만 한국의 정서에서 대다수가 재정적 미자립 상태인 교회, 탁발 보시하는 풍습이 있던 불교, ‘점’을 치는 점장이, ‘굿’을 하는 무당(무속인)등을 경제인이라고 인식해 오지 않았던 것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관행적으로 정착되지 않았던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목회자는 정부기관에서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등은 가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근로자나 자영업자라면 당연히 가입할 수 있는 4대 보험에서 ‘종교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소득세를 납부하고서도 사회보장제도에서 제외되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이것은 사회적 합의가 아직 덜 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정부와 종단들이 시간을 두고 해소해 나갈 부분이다.
기독교에서 ‘소득세 납부를 개별 목회자의 선택’에 맡기고 있듯이, 정부도 ‘소득세 납부’를 선택하는 종교인에게는 ‘4대 보험’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차제에 가입율이 저조한 교단별 목회자 연금(복지)제도를 4대 보험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도 교단별로 논의할 가치가 있다.
납세는 국민의 의무를 통해 국가에 도움을 주는 행위이며, 국가를 위해 늘 염려하고 기도하는 성직자들이 굳이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몇몇 대형교회를 포함해 다수의 교회는 이미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된 관습은 단기간 내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국가의 정책도 갑자기 큰 변화를 주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10년, 20년의 장기계획을 갖고 추진해 나가듯이, 종교인 과세문제도 시간적 유예를 갖고,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언론이 ‘종교인 과세문제’를 다룰 때에 특별히 기독교에 대한 공격적 여론을 일으키는 보도태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종단에도 ‘종교인 과세’는 단순히 기독교의 문제만이 아닌 종교인 전체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이게끔 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인에게 소득에 대한 것을 반드시 세금으로 부과해야 한다면, 종교인과 근로자를 동일시하여 ‘근로소득세’로 하지 말고, 성직자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새로운 과세 과목을 만들기 바란다. 한 가지를 더 제안한다면, 종교인이 낸 세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같은 종교인들을 돕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세정의’가 ‘사회정의’와 함께 한다면, 이것도 가능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