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지지는 곤란하나 보편적 가치는 말해야”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목회자의 ‘설교’와 ‘정치’, 적정선은 어디인가

‘선거의 해’인 2012년.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정치권이 분주하다. 당장 4·11 총선이 눈앞이다. ‘정치적 발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그것은 특히 더 그렇다. 그들의 말 한 마디가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 목사들의 ‘설교’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설교자는 얼마나 정치를 논할 수 있을까. 목회자들을 비롯해 교계 관계자들은 설교가 ‘정파성’을 띄거나, 설교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신앙과 성경에 입각한 것이라면 설교자가 ‘정치적 소신’을 말할 자유도 있다고 했다.

신반포중앙교회 김성봉 목사는 “개인적으론 설교에서 정치를 잘 거론하지 않는다”면서도 “특강 등의 시간을 통해선 소신을 밝히고 있다. 목회자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신’의 발언 수위에 대해선 “북한 인권이나 통일 등의 대의명분을 업신여기는 후보는 곤란하다는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정교분리는 일제시대, 교회가 일본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말살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했다”며 “지금과 같은 자유민주 사회 속에서 (설교자들이) 정교분리를 내세워 사회적 발언 자체를 하지 않는 것도 바른 모습이 아니다. 다만 설교에서만큼은 교리와 성경만을 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신념이 강한 다수의 교인들을 상대로 하는 설교는 그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설교를 통한 ‘정치적 발언’은 선거철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신념이 강한 다수의 교인들을 상대로 하는 설교는 그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 설교를 통한 ‘정치적 발언’은 선거철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가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완도 성강교회 정우겸 목사 역시 비슷했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이었다. 그는 “기독교인도 이 세상에 사는 시민인데 어떤 원칙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경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관점을 설교를 통해 제시할 수 있다는 것. 물론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설교는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정 목사는 “가령, 아무리 원수라도 그가 죽어가면 일단 살려놓고 보는 게 인지상정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그렇다.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데 그저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만 할 수 없다. 그러니 총선이나 대선에서 비교적 통일지향적인 사람이 되는 게 좋겠다는 정도는 (설교를 통해) 말한다”고 밝혔다.

‘개혁주의의 사회참여’를 표방하는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 대표 김영한 박사(전 숭실대 교수)도 설교가 정치적 ‘노골성’을 드러내면 안 되나 성경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는 담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설교자가) 여당이나 야당 편에 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복음은 정치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그러나 보편적 가치, 예를 들어 복지나 인권 등은 얼마든지 성경에 입각해 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설교자가 추상적인 것만을 말하는 것은, 그에게 주어진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례 요한은 당대 왕의 잘못을 지적하고 옥에 갇혔다”며 “탈북자 문제나 북한 인권 등 보편적 가치는 설교자가 강단에서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노량진교회 박창두 목사는 다소 의견이 달랐다. 그는 “교회에서 정치와 관련된 발언을 하는 게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그 자신도 설교에서 정치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 목사는 “선거에도 하나님의 역사는 있다. (정치 관련 설교에 상관 없이) 그 분의 뜻에 따라 될 만한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 그저 교인들과 함께 기도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에 무관심할 순 없지만, 더 중요한 건 주어진 정치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회법연구원 원장 김영훈 장로는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그 과정에서 현실적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나 공직선거법이나 정당법 등 국가법에 위반될 만한 발언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 목회자가 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말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공개된 장소에서 다수에게 전하는 건 자칫 법을 어기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럼 결과적으로 하나님께도 영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독 정당’의 필요성을 역설해 온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는 130년 전 이 땅에 선교사들에 의해 들어온 이후 민족 개화와 독립운동, 해방 후 건국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6·25 때 나라를 지켜냈으며 새마을운동에도 앞장서는 등 나라 발전에 기여해 왔다”며 “이렇게 하나님 은혜로 대한민국은 10대 경제강국이 됐지만 종북주의자들 때문에 나라가 크게 위험해졌다”고 우려했다. 

전 목사는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인들에게 사명이 크고, 다시 한번 한국교회가 대한민국이 바로 서는 데 기여해야 할 때가 왔다”며 “저는 그 방법 중 하나가 기독당 운동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1200만 기독교인들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는 “설교에서 특정 정당을 원색적으로 지지하거나 음해할 경우 선거법에 저촉된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 후보의 경우 기독교 정책에 공감하는 자를 뽑고, 전국구 비례대표의 경우 기독교 정책을 가장 잘 대변할 기독당을 선택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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