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떠나보낸 이어령 박사 “어떤 죽음도 아픈 생보다 못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故 이민아 목사 소천 후 솔직한 심경 드러내

▲이어령 박사(왼쪽)가 딸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맞던 모습. ⓒ김진영 기자

▲이어령 박사(왼쪽)가 딸의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맞던 모습. ⓒ김진영 기자

양화진문화원 목요강좌 ‘성서 스토리텔링’ 대담에 나선 이어령 박사가 최근 소천한 딸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령 박사는 죽음 앞에서만이 생명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며 ‘부재를 반추’했다.

함께 대담을 진행하는 이재철 목사(100주년기념교회)는 대담에 앞서 잠시 이어령 박사의 감회를 먼저 들어보자고 이야기했다. 이 목사는 “보도를 통해 다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이 선생님께서 사랑하는 따님을 먼저 보내셨는데, 몇 년에 걸쳐 따님과 손자를 다 하나님 나라에 보내셨다”며 “옛말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청산에 묻고 자식이 돌아가면 마음 속에 묻는다는데, 선생님께서 믿음으로 잘 받아들이시겠지만 아버지로서 애통함과 상실감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령 박사는 “우선 내 딸로서만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 함께 하나님을 믿는 많은 형제 자매들, 같은 크리스천들이 저보다 많이 애도해 주시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조시도 쓰시고 그렇게 떠났기 때문에 크리스천으로서 슬픔과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데 굉장한 위안이 돼 지금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기독교인으로서 육체를 떠나면, 오히려 죽음이 그 아픔을 치유하고 하나님 곁에 가는 거니 오히려 축복 아니냐 라는 말씀을 크리스천들이 가끔 하시는데 그건 그렇지 않다”며 “죽음은 참 슬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우리는 육체를 죄악을 낳는 것으로 보기 쉽지만, 예수님도 우리와 같은 육신으로 오셨기 때문에 그 분이 가깝게 느껴지고 십자가에 못박히셨을 때 그렇게 슬프면서 우리 대신 속죄하시는 그 사랑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이라며 “크리스천들에게도 육체라는 것이 절대 천한 것이 아니고, 죄적인 그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육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 아파한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육신을 가진 생명, 친구와 자식, 부모가 그렇게 소중하니 영생하고 싶어하는 것 아닌가”라 반문했다. 숨을 거두고 곁을 떠나기보다 아프다고 비명을 지를 수 있는 것, 이 박사는 지금도 딸이 “아빠 아퍼” 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도 했다.

이어령 박사는 “솔직한 얘기로 크리스천으로서 딸을 잃으면 하나님 곁으로, 고통을 피해서 갔으니 얼마나 편하겠는가, 축복받았다 하고 울음을 멈춰야 되는데, 저는 믿음이 약해서인지 (딸이) 죽고 나니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어 죽는 게 복잡할 것이 없다며 휴대전화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제일 가슴 아팠던 일이 휴대폰에 어제까지도 내 딸의 이름이 있고 단축번호에 이름을 써 놓아서 누르면 통화가 됐고 어디서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벨이 울리면 딸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일단 사라지면 천국까지 전화를 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도 지워지지 않은 채 딸이 휴대전화 번호에 저장되어 있지만 이야기할 수 없는 그것이 죽음”이라며 “아무리 떼를 써도 되지 않는, 이 죽음에서부터 종교는 시작된다”고 전했다.

▲이어령 박사의 장녀 故 이민아 목사의 생전 모습. ⓒ김진영 기자

▲이어령 박사의 장녀 故 이민아 목사의 생전 모습. ⓒ김진영 기자

이어령 박사는 “딸이 떠나고 너무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살아있으니 아프다고 얘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죽으면 아프지도 않고 편안한 것 같지만, 어떤 처절한 죽음도 아픈 생보다 못하다”고 단언했다. 살아서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그 생명이 참으로 찬란하고 위대하다는 것.

이 박사는 “제가 생명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데, 생명의 신학, 이 생명이 어디서 왔나 그런 걸 생각하면 기독교에서 별의별 말 다 하지만 이번 죽음을 통해 느낀 것은 목숨, 생명, 육체를 가진 생명이 얼마나 황홀하고 찬란하고 사랑의 대상이며 우리에게 소중한 건지…” 라며 “이 순간 살아 숨쉬고 옆에 만질 수 있는 동생과 형, 오빠와 친구…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자랑스럽고 귀중한지 살아있는 사람은 모른다. 그 사람이 떠나봐야…” 라고 말했다.

그는 “별 짓을 다 하고 외쳐도 그 빈 자리는 어떤 걸로도 메꿔지지 않는다”며 “크리스천의 사랑도, 믿음도, 예수님과의 관계도 바로 이런 생명을 통해, 가장 가까운 사람의 생명을 통해 믿음도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령 박사는 “같은 기독교를 믿는 형제 자매들이 있다는 것이 죽음 앞에서 최고의 위안이고, 둘째는 육체를 가진 생명을 소중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오늘 이 시각, 한 번밖에 없는 이 순간에 함께 이 자리에서 여러분을 볼 수 있는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이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냥 슬프다고 하면 ‘스토리텔링’이 되지 않고 잘 와 닿지 않지만, 제가 휴대전화 얘기를 했을 때 슬픔을 함께 느낄 수 있었지 않았느냐”며 “이러한 관념이 아닌 육신의 움직임,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슬픔 중에서도 가다듬고 존경하는 이 목사님과 여러분들과 함께 만나서, 살아있기에 오늘 이 시간을 갖고 다윗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도 내 딸이 주는 축복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재철 목사는 이에 “우리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육체를 지니고 있을 때, 사랑해야 될 사람들을 더 깊이 그리고 바르게 사랑해야 할 것을 다시 한 번 깊이 깨닫게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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