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김용민 사건?… “기독교인들, 모두 교회 떠나라”

손현정 기자  hjson@chtoday.co.kr   |  

뉴스위크 부활주간 발행호, 교계 반발 야기

▲미국 뉴스위크 4월 9일자 표지. ‘교회는 잊고 예수를 따르라(Forget the Church, Follow Jesus)’며 예수님을 전형적인 ‘힙스터(hipster, 진보적 사상이나 유행을 좇는 젊은이)’로 묘사해 놨다.

▲미국 뉴스위크 4월 9일자 표지. ‘교회는 잊고 예수를 따르라(Forget the Church, Follow Jesus)’며 예수님을 전형적인 ‘힙스터(hipster, 진보적 사상이나 유행을 좇는 젊은이)’로 묘사해 놨다.

미국 뉴스위크가 지난 부활주간 발행호 표지 기사로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떠나야 한다”는 주장의 기사를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회는 잊고 예수를 따르라(Forget the Church, Follow Jesus)’는 도발적 제목의 이 기사는, 진보주의 기독교 작가이자 정치 논평가인 앤드류 설리번(Sullivan)이 작성했다.

그는 이 기사에서 교회의 정치화에 가장 큰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예수님은 비정치적이었으며, 예수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권력과 정치에서 손을 뗀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오늘날 교회는 정치에 너무나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동떨어지게 됐다”고 비판했다.

평소 정교분리의 열렬한 지지자를 자처해온 그는 “토마스 제퍼슨의 더 간결하고, 더 순수하며, 비정치적인 기독교의 비전은 21세기 이후 미국 현실에서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설리번은 이외에도 복음주의 기독교 내 번영복음으로 대표되는 물질주의와 가톨릭 교회 내 관료주의를 맹비난했는데, 특히 후자에 관해서는 “수많은 어린이들과 청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기 위한 국제적 음모”라고까지 표현했다.

설리번의 문제 제기는 적절한 대안 없이 극단적 결론으로 치달았다. 그는 “기독교는 정치와 성직자들, 그리고 부유한 복음전도자들에 의해서 파괴됐다”며 “기독교인들은 모두 교회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교계는 이 기사가 비판한 교회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교회를 떠나라는 식의 주장은 건전한 대안이 아니며 교회에 대한 공격에 가깝다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미국 최대 교회 담임목사이자 기독교 베스트셀러 작가인 릭 워렌(Warren) 목사는 기사에 대해 “모욕적”이란 한 마디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설리번의 트위터에 “그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는가?”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보수주의 유명 목회자이자 블로거인인 앨런 러드닉(Rudnick) 목사는 “나는 설리번이 예수님에 대해 잘못 묘사했다는 점이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기독교의 모습에 대해 지적했다는 점 때문에 마음이 상한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한대로) 우리는 교회의 역기능과 정치적 증오나 험담을 개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설리번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대한 전적인 몰이해를 갖고 치유책 없는 비판만을 내놓았다. 교회를 떠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주장한 바대로 교회에 다니지 않고 예수님을 따를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한 신학적 반박도 일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연예인들이 주장하며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사상이기도 하다.

기독교 언론인이자 신학자인 브렛 맥크래큰(McCracken)은 “예수님은 기독교인 개개인을 세우려고 오신 것이 아닌 교회를 세우려고 오셨다”며 “교회는 성경적 개념이며 우리는 교회를 떠나서 우리만의 즐거운 방식으로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 거기에 어떤 책임감도 신앙의 훈련도 없다”고 설명했다.

탤봇대학교 신학교수인 에릭 퇸네스(Thonnes)도 “설리번이 제시한 교회의 모습은 결국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며 비윤리적·반교리적 교회일 뿐”이라고 말했다.

퇸네스는 한편 기독교인들이 정치적 문제에 간여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해서도 안 된다며 “비록 예수님이 오늘날의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하신 적은 없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에 기반해 우리가 낼 수 있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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