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기본설계’, 고려할 사항은?

김은애 기자  eakim@chtoday.co.kr   |  

[교회 건축 이야기] 김정원 소망건축사 대표

교회 건축(신축, 증축,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는 목회자들의 걱정거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그 앞길을 예비하신다고 하지만 건축이라는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보면 맞닥뜨리는 현실적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교회는 재정적 여유가 충분하고, 교인들 중에서도 건축 전문가들이 많아서 기획 단계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교회 건축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소형교회는 그렇지 못한다. 그동안 필자는 교회 건축을 진행하면서 담임목사가 직접 동분서주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많이 봤다. 이에 교회 건축을 계획 중인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연재를 시작한다.

■ 계획설계 단계 (하)

건축 설계 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설계에 대해 오해하는 건축주가 있다. 그것은 ‘설계란 도면을 작성하는 작업’이라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건축허가 행위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전혀 터무니없는 오해는 아니지만 새로운 건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면화하고, 건축을 위한 허가를 득하기 위해서는 건축사의 설계가 필요하므로, 이는 건축설계라는 분야의 극히 일부분만 고려해 설계를 단순히 기능적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건축이 갖춰야 할 3대 요소는 아름다움, 안전함(튼튼함), 그리고 편리성(기능)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융합되어야 좋은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기본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 건축가는 형태를 창조하고 보다 안전한 구조형식을 결정하며 용도에 적합한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며, 설계는 이러한 고민의 결정물이다.

형태와 재료 등 건축에 대한 거의 모든 사항들이 기본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 건축주의 요구사항과 스페이스 프로그램(SPACE PROGRAM)에서 도출된 각 공간의 크기와 상관성들이 건축물이라는 형태로 태어나며, 도면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기본설계는 모든 설계 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긴밀히 협의하고 협조하여야 할 단계인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정인 기본설계에서 고려할 사항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 건축물의 형태는 되도록 건축가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좋다.

가끔씩, 목사님이나 건축위원들께서 예전에 보았던 어떤 교회의 모양을 모방해서 설계해 달라는 주문을 한다. 또는 건축가의 디자인을 이리 저리 수정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건축주를 존중하여 그러한 요구들을 수용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그리 아름답지 않은 형태의 건축물이 등장한다. 아름다운 형태란 대지의 위치, 예배당의 규모, 기능 등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표현되는 것으로, 이는 건축가의 전문분야이다. 전문성은 가급적 서로 존중해 주는 것이 좋다.

(2) 유지관리의 편리성·경제성을 고려한다.

다른 여느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예배당의 사용 중 유지관리 사항은 대부분 기계, 전기, 통신, 소방 등의 각종 설비 장치이다. 기본 설계에서 유지관리를 고려하지 않고 각 설비의 시스템을 결정하면 실제 사용 중에 과도한 에너지 비용이나, 까다로운 운전 방법으로 유사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중소형 교회는 대체로 설비 관련 담당자를 고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고려하여 각종 설비를 구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냉난방 계통은 여러 가지 에너지원과 시스템 중에 각 교회의 실정에 맞는 최적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좋다.

(3) 음향을 고려한다.

예배는 소리로 구성된다. 찬양, 기도, 말씀은 모두 청각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교회 음향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대형 교회는 설계시에 음향설계가 별도로 진행된다. 음향전문가와 건축가가 협조하여 최적의 평면, 공간의 크기와 형태, 내부 마감 재료 등을 결정하고 그 공간에 적합한 음향 기기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형 교회는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음향설계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음향기기도 시중에서 구입해 간소하게 구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시에 조금만 유의하면, 나쁜 음향환경을 피할 수 있다. 대면벽이 서로 평행하지 않게 한다거나, 흡음재료의 마감재료를 사용하는 등의 고려가 기본설계시에 이뤄져야 한다.

(4) 마감재료는 내구성과 건축비용을 고려한다.

설계를 본업으로 하는 필자마저도 그 종류를 습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기 좋고 기능이 훌륭한 각종 새로운 건축재료들이 많이 있다. 마감 재료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선택의 기준은 간단하다. 재료의 내구성과 비용의 경제성이다. 그리고 미관적인 요소도 고려한다. 이를 위해서는 되도록 검증된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물론, 건축가의 디자인 의도에 의해 새로운 재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내구성과 경제성의 원칙은 지켜야 한다. 또한 사용 중에 하자 보수의 편리성도 고려하여 재료를 선택해야 한다.

건축 재료를 잘 선택하고, 각 위치별 재료를 조화롭게 구성하면, 별도의 인테리어 설계 없이도 아름다운 공간이 창출된다. 이는 인테리어 공사비를 절약하기 위해 건축가에게 특별히 부탁할 사항이다. (다음 회에 계속)

문의 : 010-3022-3324

김정원 건축사(소망건축사사무소 대표, 성북성결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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