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구 호서대 총장의 <바흐, 신학을 작곡하다>
바흐, 신학을 작곡하다
강일구 | 동연 | 141쪽 | 12,000원
“바흐의 음악을 살펴보면 그의 신앙이 보이고, 그의 신앙을 살펴보면 그의 음악이 보입니다. 한마디로 바흐는 신학을 작곡했습니다. 동시에 그는 음악을 신학의 전당에 올렸습니다.”
‘바울’이 아니라 ‘바흐’다. 강일구 총장(호서대)이 ‘신학과 음악을 조화롭게 융화했던 인물’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마태수난곡’을 중심으로 그의 신학사상을 조명한 <바흐, 신학을 작곡하다(동연)>을 출간했다.
저자는 바흐를 ‘신학자’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마태수난곡’ 가사에 나타난 주제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속죄의 행위로 강렬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4세기 말 나지안주스 신학자 그레고리(Gregory of Nazianzen)의 ‘희생자 그리스도’, 11세기 캔터베리 안셀름(Anselm of Canterbury)의 ‘그리스도의 희생’이 각각 말하는 구속 이해와 다르지 않다는 것.
그러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신실한 추종자이며 루터교회 신자였던 바흐가 어떻게 중세교회의 구속이론을 수용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마태수난곡’ 가사에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바흐 시대 작곡가들이 대부분 ‘세속주의’적 취향이어서 성경 본문이 아닌 현대적 감각의 문장을 가사로 사용한 것과 달리, 바흐는 복음서 그대로의 평범한 본문을 내용을 바꾸지도, 삭제하지도 않고 사용했다.
저자는 “바흐에게는 언어적으로 우아한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만이 주요 관심사였다”며 “‘마태수난곡’은 성경 본문이 조금 긴데, 이는 바흐가 복음의 말씀을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
바흐는 ‘마태수난곡’을 통해 안셀름의 만족설, 즉 그리스도의 고난으로 말미암은 대속적인 보상으로서의 구원 교리를 노래하지만, 이를 넘어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저주를 스스로 받는 자’라는 루터의 십자가 중심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그리고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바흐 시대에 와서 이 구원에 대한 ‘만족설’이 점점 교리화, 신학화된 문제점들에 대해, ‘마태수난곡’은 ‘보상(prefection)’을 복음의 중심이자 기본을 노래하는 분위기로 변화시켜 종교개혁 원래의 정신을 되찾게 한다.
저자는 “바흐는 ‘안셀름의 구속 이해’와 ‘루터의 십자가 신학’의 터 위에 서 있었고, 성경적인 내용을 음악으로 나타낼 수 있었다”며 “여기에 중세의 구속 이해를 자기 것으로 소화시켜, 고대교회와 중세교회, 종교개혁을 관통하는 신앙의 내용을 재확립해 음악이라는 수단으로 새롭게 통전적으로 표현해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