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륜교회 ‘2012 사모 리조이스’를 가다
목회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평신도는 더더욱 아니다. 때론 목사로 가끔은 교사로, 그러면서 집사도 되었다가 간혹 선교사가 되기도 하는 ‘멀티플레이어’…, 사모다. 그들은 교회에서 흔히 불리는 직분, 그 어디에도 잘 속하지 않지만 항상 있고 또 있어야만 하는 존재…, 어쩌면 남편인 목사보다 더 많이 울고 그래서 더 아픈 이들이다.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 서울 둔촌동)가 바로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2012 사모 리조이스(Rejoice)’가 14일부터 16일간의 일정으로 교회 본당에서 개최됐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벌써 6년 째. 지금까지 수많은 사모들이 다녀가며 잃었던 웃음과 믿음, 사랑을 찾았다. 이번엔 ‘나는 사모다’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15일 둘째날 오륜교회를 찾았다. 은혜가 임한 곳엔 언제나 같은 풍경이 있다. 웃음이다. 얼굴에 만연한 미소. 처음보는 이들이 많을텐데도 사모들은 하나같이 그 미소를 머금은 채 서로 어울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홀로 있는 이가 있으면 얼른 다가가 “아침 드셨어요?” “오늘도 은혜 받으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사정이 통해서일까. 고작 하루가 지났지만 그 이상 함께 지내온 사람들처럼 편안해 보였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양으로 살아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교회에선 교인들을 챙기는 종의 섬김으로, 가정에선 가족들을 돌보는 어머니의 희생으로, 늘 그렇게 ‘조연’으로만 살아온 이들이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이들도 조연이 아닌 사랑받는 영혼이자 당당한 ‘주연’이었다.
오전 특강은 지구촌교회 이동원 원로목사의 아내인 우명자 사모가 ‘들러리의 영성’을 제목으로 전했다. 모두가 들러리라고 생각하는 사모, 그리고 사모들 스스로도 자신을 그런 줄로 알지만, 들러리야말로 주님께서 주신 특권이자 아무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축복임을 그는 역설했다.
우 사모는 “신랑과 신부의 결혼식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들러리가 없으면 되는 것이 없다. 그렇기에 신랑과 신부는 그들이 가장 믿고 또 아끼는 친구를 들러리로 세운다”며 “사모는 그런 들러리다. 주님과 교회 사이에 선 들러리. 주님께서 가장 믿고 또 아끼셔서 사모들을 들러리로 세우셨다. 비록 많은 짐과 책임을 지지만 그와 함께 주님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엄청난 특권을 가졌다”고 사모들을 격려했다.
같은 사모로, 목사인 남편과 함께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경험한 우 사모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사모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이며 따라 울고 따라 웃었다. 혹 그가 남편 이동원 원로목사가 이렇다느니 저렇다느니, 하며 농을 던지면 글쎄, 그렇게 웃긴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데도, 사모들은 모두 배꼽을 잡았다. 왜일까. 아마 그들만의 세계에서나 통하는 무언가가 그렇게 만들었겠지. 사모가 되지 않으면 결코 공유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남편이 설교 때마다 드는 예화가 있어요. 등산을 할 때 정상에 거의 다다른 사람이나 이제 막 산을 오르려는 사람이나 넘어지는 모양새는 다르지 않다고. 그런데 넘어진 채로 있지 않고 일어섰을 때 둘은 다른 위치에 있는 거라고. 정상 가까이에서 넘어진 사람은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하려는 사람과 달리 다시 일어나 조금만 더 오르면 곧 정상에 닿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 힘내세요. 비록 넘어질 때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면 승리가 눈 앞에 있을 테니까 말이죠.”
이어진 “아멘”이라는 화답이 기자의 가슴을 깊이 울렸다.
경북 의성에서 개척교회를 한다는 신경희 사모는 “평소 ‘그래, 나는 조연이지 들러러지’ 하면서도 주연이고 싶고 신부이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그런데 들러리가, 나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깨달았다. 이제 돌아가면 한 영혼을 위해 더 낮아지려 한다”고 했다.
박경자 사모(광주 임곡장로교회)는 “늘 섬기기만 하다가 섬김을 받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느낀다. ‘아, 섬김이 사람을 이토록 기쁘게 하는구나. 더 섬겨야겠다’라고. 이런 회복을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혹자는 “사모가 울고 웃으면 교회도 울고 웃는다”고 했다. 사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사모는 목사요 교사고, 집사이자 선교사다. 하지만 그 전에 사모다. 그러니 당당히 외치라. “나는 사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