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의 정서 ‘恨’, 상담 통해 긍정적으로 치환하려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실천신학회 발표회서 열등감과의 상관성 고찰

▲김충렬 교수의 강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충렬 교수의 강의 모습. ⓒ크리스천투데이 DB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세광 박사) 제44회 정기학술발표회가 4일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 성결인의집에서 개최됐다.

여러 발표들 중 본지에 ‘강박증’ 칼럼을 연재중인 김충렬 교수(한일장신대)는 ‘한(恨)과 열등감의 상관성 연구-병리적 관점에서’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한(恨)’은 美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오면 자주 언급하는 ‘정(情)’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인들만의 정서라 할 수 있다.

김충렬 교수는 “한(恨)의 정서는 한국인의 일상생활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과 교회 공동체에까지 작용하여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이러한 한을 아들러(A. Adler)의 열등감과 비교해 실체 파악 및 상담학적 대안을 마련해 보고, 나아가 한과 열등감 해소를 위해 기독교 상담적 접근과 대응책도 시도해 보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 민족의 한(恨)이 지닌 의미는 다른 민족들과는 달리 복합적이고 다양하며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데, 원한이 섞이든 그렇지 않든 심리학적으로는 부정적인 정서의 일종”이라며 “이를 억압의 상황에서 눌린 자의 감정을 표상하는 것으로 간단히 정리할 수도 있지만, 민족 공통의 원인과 개인적인 원인을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한에는 대개 약자의 설움을 표방하거나 억울함이 내포돼 있으며, 부당한 처사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마음의 응어리’이라 정리할 수 있다.

이어서 그는 열등감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열등감은 긍정적 측면에서 개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정신 에너지로 보는가 하면, 부정적 측면에서는 각종 정신장애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아들러에 의하면 이는 개인이 타인보다 어떤 점에서 못하다고 여기는 심리적 태도이고, 자신의 미약함을 느낀 나머지 감정적으로 동요되거나 흥분하는 부정적 정서 상태로 우월감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열등감은 우월감을 추구하도록 만드는데, 겉으로 우월하다고 여길만한 근거가 없지만 내면에서는 자신을 남보다 가치있다고 여기며 열등감을 보상하려 한다. 또 열등감이 많을수록 그 보상으로 완벽을 추구하려 하게 된다.

김충렬 교수는 “한과 열등감은 자신의 존재에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자신의 능력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존재 가치를 저하시키는 점에서 서로 닮았고, 일부 긍정적 특성까지도 거의 일치한다”며 ‘치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과 열등감은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개인은 물론 집단과 공동체의 행위와 태도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동인으로 인정된다”며 “먼저 현실을 이해하고 수용하여 적절한 대응책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맺힌 감정들을 풀어내거나 해소해야 하는데, 자신의 내적인 힘과 만날 수 있는 자기 성찰이 함께 이뤄져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관계 회복과 내면의 힘을 기르고, 전인적인 건강을 누릴 수 있다. 특히 어려움과 위협적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한의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결핍을 무한한 정신에너지로 활용하여 위대한 업적이나 훌륭한 작품을 남길 수도 있다.

김충렬 교수는 “한과 열등감은 치유되지 않으면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병을 유발시킬 수 있는 병리적 증상”이라며 “하지만 이들의 정체를 자각하는 순간 이미 치유는 시작되고, 치료 현장에서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발표회에서는 3개 분과 총 8개의 발표가 이뤄졌다. 제1발표에서는 김충렬 교수 외에 조재국 교수(연세대)가 ‘선교 초기의 기독교 성장에 관한 한·일 비교연구’를 발표하고 정근하(전남대)·김선일(웨신대) 박사 등이 논찬을 했으며, 김안식 박사(한일장신대)는 ‘다산의 목민심서로 세우는 한국 문화권의 설교자상’를 발표했고 최진봉(장신대)·이승진(실천신대) 박사가 논평했다.

제2발표에서는 최광현 교수(한세대)가 ‘위기가족을 위한 돌봄의 체계론적 모델: 영성과 가족치료의 만남’을 발표하고 정보라(복음신대)·송민애(연세상담코칭) 박사가 논찬을, 김옥순 교수(한일장신대)가 ‘디아코니아 관점에서 본 보편적 복지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고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가 논찬했다.

제3발표에서는 오방식 교수(장신대)가 ‘자기초월의 관점에서 바라본 토마스 머튼의 자기(self) 이해’를 발제하고 이강학 박사(횃불트리니티)가 논찬을, 나형석 교수(협성대)가 ‘헌금 그리고 희생으로서의 성찬간 의미충돌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을 발표하고 허정갑(콜롬비아신학대)·김명실(장신대) 박사가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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