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룟 유다 사랑한다는 레이디 가가, “예술로 보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레이디 가가 논쟁, 한국교회에 무엇을 남겼나’

▲박준용 씨(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박준용 씨(오른쪽)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레이디 가가 논쟁, 한국교회에 무엇을 남겼나: 그 의미와 과제’ 포럼이 7일 오후 서울 대신동 복합문화공간 필름포럼에서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예영커뮤니케이션의 신간 <팝 게릴라 레이디 가가> 출간과 필름포럼 개관을 기념해 열렸다. 포럼에서는 출간된 책에 기고했던 저자들이 발제를 맡았다.

주최측은 포럼 취지에 대해 “레이디 가가 공연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이 오히려 공연의 흥행을 이끌어낸 계기가 되지 않았는가를 돌아보면서, 대중문화에 관련된 한국교회의 보다 전략적이고도 지혜로운 자세를 더욱 고민하게 됐다”며 “이 논의를 통해 시대의 대중문화에 대한 기독교적 수용과 대응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분들에게 생산적인 제안들이 펼쳐지고 우리 모두가 한 단계 진일보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 내용 그대로 발제자들 대부분이 레이디 가가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 편향적인 분위기로 진행됐다. 공연 반대운동을 펼쳤던 이들의 이야기와 반대한 이유 등에 대해서는 전혀 들어볼 수 없었던 것.

이는 레이디 가가의 노랫말과 퍼포먼스 등에 대해서는 겉으로 보이는 면들 뿐 아니라 미학적·철학적·예술적 관점에서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의미까지 찾아내려 한 태도와는 비교된다. 특히 발제자들은 공연 반대운동에 나선 이들을 가리켜 계속해서 ‘보수 기독교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먼저 최성수 영화평론가는 ‘레이디 가가는 무엇을 노래하나?’ 발표에서 비키니 차림과 해골 분장 등이 등장하는 최신곡 ‘Born this way’ 뮤직비디오를 보여주면서 “몇몇 기독교 단체들의 비판은 노랫말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비롯된 감정적 반발”이라며 “‘Born this way’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Judas’가 가룟 유다를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은 명백하지만, 이를 단순히 반기독교적인 것들을 찬양하고 있다고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며 예술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레이디 가가의&nbsp;앨범 수록곡인 &lsquo;Judas&rsquo;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과 싱글 앨범 표지.

▲레이디 가가의 앨범 수록곡인 ‘Judas’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과 싱글 앨범 표지.

그는 “기독교 상징들의 남용과 오용에 대한 경계는 기독교 안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고, 무엇보다 대중문화 속 기독교가 어떤 이미지로 표현되고 이해되는지 살펴서 지나치다면 비판해야 한다”며 “대중문화 자체가 기존 세력을 반대하는 측면을 본질적으로 갖기 때문에 기독교 스스로가 불필요하게 반기독교 세력을 양산할 수 있으므로, 차분하게 시위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미학을 전공하고 청어람에서 강의중인 정종은 씨는 ‘대중문화의 시각적 퍼포먼스의 동향(레이디 가가를 중심으로)’ 발표에서 “레이디 가가는 청소년 시절 왕따의 기억과 경험에 굴복하는 대신 이를 예술적 창조의 원천으로 사용했고, ‘죽음’을 표상하는 고딕과 엽기적 상상력을 보여줬다”며 “그는 사탄이 아니라 천재”라고 말했다.

공연예술학을 전공하고 역시 청어람에서 강의 중인 박준용 씨는 해석학과 미학을 토대로 마이클 잭슨 이래 기독교의 계속되는 공연금지 운동에 대해 언급했다. 박 씨는 “반대운동을 하는 이들은 레이디 가가가 내한공연을 하면 한국에도 동성애를 허용하는 문화가 확산되리라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공연을 접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처사 아니냐”며 “레이디 가가의 가치관과 신념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노래를 즐길 수 있고, 레이디 가가의 성적 취향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녀의 음악적 멜로디와 리듬을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다소 비판적 입장에서 발표한 최태연 교수(백석대)는 “자신을 가톨릭 교인이라 말하는 레이디 가가는 세속적 성공주의와 포스트모던 문화의 한가운데서 ‘혼란에 빠진 영성’의 소유자라고 본다”며 “레이디 가가는 모든 사람과의 현상적 평화를 위해 죄를 부정했고, 모든 종류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성욕과 성행위에 면죄부를 줬다”고 분석했다.

이후에는 임성빈 교수(장신대)를 좌장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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