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역사적 전천년주의’로 하루속히 통합돼야”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美덴버신학교-흰돌선교센터 주최 학술대회서 주장 제기

▲‘계시록 종말론 신학의 통합을 위한 역사적 전천년주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계시록 종말론 신학의 통합을 위한 역사적 전천년주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계시록 종말론 신학의 통합을 위한 역사적 전천년주의 국제학술대회’가 11일 오후 2천여명의 목회자·신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국내 최초의 종말론 관련 국제 학술행사다.

美 덴버신학교와 흰돌선교센터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불신앙과 배교, 타협과 혼합주의, 사이비와 이단이 판치는 가운데 확고한 하나의 종말론, 즉 역사적 전천년주의에 근거한 종말신앙으로 재무장돼 시대의 도전과 공격 앞에 대처하고 세계 교회에 종말론 영역에서 일치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술대회에서는 먼저 세계적인 조직신학자 정성욱 박사(덴버신학교)가 ‘세계 복음주의 신학계에서의 역사적 전천년주의의 현황’을 발표했다.

“모든 청교도 신학자들이 무천년주의 지지한 것 아냐”

정성욱 박사는 교회 역사상 요한계시록과 종말론을 이해하는 역사적 전천년주의(Historic Premillennialism), 세대주의적 전천년주의(Dispensational Premillennialism), 무천년주의(Amillennialism), 후천년주의(Postmillennialism) 등 네 가지 관점 또는 학파 가운데 역사적 전천년주의가 가장 성경에 근접한 종말론적 관점이며, 복음주의권 대다수 신학자들도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다른 세 학파나 관점이 이단적이라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구원받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 박사는 “여기서 지적하고 넘어갈 것은 세대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전문적인 신학 훈련을 받은 학자들이라기보다, 세대주의적 주장을 설파하는 매스 미디어와 서적들의 영향을 받은 일반 대중들이라는 사실”이라며 “지리적으로는 美 동남부 ‘바이블 벨트’ 지역에 세대주의가 심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전문적인 신학훈련을 받은 학자들 대다수는 역사적 전천년주의를 가장 성경에 근접한 종말론적 관점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정성욱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초대교회 및 교부 시대 폴리캅을 비롯한 파피아스, 순교자 저스틴, 이레니우스, 터틀리아누스 등이 지지했던 역사적 전천년주의가 4세기 후반 이후 영향력을 상실했다”며 그 이유로 △몇몇 교부들이 천년왕국에서 성도들이 누릴 축복을 너무 물질적이고 사치스럽게 묘사했다 △기독교 공인 이후 기독교와 국가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교회가 당할 환난과 핍박을 강조하는 역사적 전천년주의에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졌다 △일부 극단적 집단들이 예수 그리스도 재림의 날과 천년왕국 시작의 날을 미리 확정하려 시도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여기에 클레멘트와 오리겐 등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중심의 알레고리 학파가 탄생하면서 성경의 문자적·역사적 해석 대신 영적·알레고리적 해석을 추구했는데, 역사상 최대 교부라 인정되는 어거스틴이 여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어거스틴의 저서 <하나님의 도성>을 통해 당시 기독교계는 무천년주의적 종말론이 확립됐고, 이후 중세 1천년간 주된 흐름으로 이어졌다.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소망이 있었던 루터와 칼빈까지도 무천년주의자로 남았지만, 비슷한 시기 독일계 칼빈주의 신학자 알스테드와 영국계 영어학자 조셉 미드는 재림 이후 지상에 천년왕국이 세워질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전천년주의가 다시 힘을 얻게 됐다. 이후 토머스 굿윈, 티모시 드와이트 등 청교도 신학자들도 역사적 전천년주의를 주창하게 된다.

정 박사는 “이는 모든 청교도 신학자들이 무천년주의를 지지했다고 믿는 오늘날 개혁신학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하나의 좋은 실례”라며 “개혁주의 전통 내에서 무천년주의가 지배적 흐름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상당수 영향력 있는 개혁신학자들이 역사적 전천년주의자들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오순절운동 부흥으로 세대주의 세력 커져

이후 18-19세기 들어 조셉 프리스틀리, J. C. 라일, 찰스 스펄전 등 역사적 전천년주의 지지자들이 늘어났지만, 19세기 중반 존 넬슨 다비를 중심으로 확립된 세대주의적 전천년주의의 등장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다비의 세대주의에 따르면 하나님은 이스라엘과 교회 각각을 향한 다른 목적을 갖고 역사를 진행하시고, 교회는 대환난 직전 예수께서 공중에 재림하실 때 휴거돼 공중에서 혼인잔치에 참여하지만 유대인들은 지상에서 적그리스도가 통치하는 대환난 기간을 통과한다. 이어 교회는 예수와 함께 지상으로 재림하고, 그리스도는 천년왕국을 세워 유대교의 성전과 제사제도를 회복하게 된다.

이 세대주의적 전천년주의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미국에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무디와 블랙스톤, 스코필드 등이 여기에 기여했다. 특히 제리 젠킨스의 <레프트 비하인드(홍성사)> 등의 대중 서적이 이러한 흐름을 이끌었다.

정 박사는 “미국에서 세대주의가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안, 역사적 전천년주의는 찰스 어드만, 조지 래드, D. A. 카슨, 웨인 그루뎀 등 전문적 신학훈련을 받은 복음주의·개혁주의자들 가운데 세력을 확대해 갔다”며 “특히 이 자리에 참석한 크렉 블롬버그는 대환난 이후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할 때 그리스도인들이 들어올려져 재림주를 공중에서 영접하고, 다시 땅으로 내려와 천년왕국을 이룬다는 종말론을 천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초기 선교사들 중에는 역사적 전천년주의자들과 세대주의자들이 섞여 있었고, 무천년주의자들은 소수였다”며 “이 영향으로 한국교회 태동기와 성장기 동안 역사적 전천년주의가 지배적 흐름이었고 대표적 신학자인 박형룡·박윤선도 이같은 입장을 취했지만, 1960년대부터 오순절 운동이 부흥하면서 조용기 목사를 중심으로 세대주의가 큰 세력을 떨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1990년대 서구에서 신학을 연구한 권성수, 이필찬, 최갑종 등의 학자들이 무천년주의를 주장하면서 오늘날 신학교 내 주된 종말론적 흐름은 무천년주의가 됐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세대주의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최근 김형태·민병석·이광복 목사 등의 사역을 통해 역사적 전천년주의가 새롭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종말론, 역사적 전천년주의로 큰 틀에서 합의 이뤄야”

정성욱 박사는 “오늘날 전세계 복음주의 신학계에서 역사적 전천년주의는 매우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특히 서구권에서 연구중인 탁월한 성경신학자·조직신학자들 대다수가 이를 옹호하고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기존 종말론 관련 네 학파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후천년설은 이미 그 세력이 심각하게 약화됐고, 세대주의는 대중들에게 영향력이 남아 있지만 신학자들에게는 더 이상 매력 없는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것.

정 박사는 “결국 학문적 논의 대상으로 남을 대안은 역사적 전천년주의와 무천년주의로 압축되는데, 두 학설은 재림 직전 배도의 기간과 대환난·교회 시대 이후 계속된 재림의 징조 등에서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가장 결정적으로 재림 이후 지상에 천년왕국이 세워질 것인지, 의인의 부활과 악인의 부활이 동시에 일어날지 시차를 두고 일어날지 등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번째 문제의 경우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주셨던 생육과 번성, 땅의 정복, 만물 통치의 복과 위임(창 1:28)이 타락으로 말미암아 성취되지 못한 것을 둘째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지상의 천년왕국에서 성취하게 하신다는 주장으로 충분히 논증이 가능하고, 두번째 문제는 첫번째 문제가 성경적으로 확증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했다. 재림과 최후 심판 사이에 천년왕국이라는 갭이 있음이 논증되면 의인의 부활과 천년왕국 후 악인의 부활이 시차를 두고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그러므로 앞으로 종말론 관련 신학적 논의는 더 이상 네 학파 간의 소모적 힘겨루기가 아니라, 과거 예수 그리스도의 신인성과 삼위일체 논쟁이 니케아공회에서 큰 틀의 합의에 이르렀듯 모든 복음주의 신학자들이 역사적 전천년주의를 매개로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당시 삼위일체론의 합의가 확립됐을 때 수많은 이단의 도전을 물리쳤듯, 오늘날 종말론의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져야만 교회는 온갖 오류와 이단들을 논박하고 주님의 재림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의 발표 이후, 이한수 박사(총신대학원)가 ‘한국교회의 역사적 전천년설의 태동과 발전-박형룡과 이광복의 종말론 신학 비교평가’를, 크렉 블롬버그 박사(덴버신학교)가 ‘역사적 전천년설 관점에서의 세대주의 비평’을, 이광복 박사(흰돌선교센터 대표)가 ‘무천년설에 대한 비평적 평가’를 각각 발제했다. 논찬에는 박수암 박사(장신대)와 한정건 박사(고신대학원장)가 나섰다.

이한수 박사는 “한국교회사 초기 역사적 전천년설을 확고하게 정착시킨 대표적 신학자는 박형룡이었으나, 무천년설신학자들이 점차 늘면서 종말신앙의 미래 지형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광복 목사는 역사적 전천년설의 대중적 확산에 크게 기여했고, 박형룡의 신학적 유산을 붙들면서도 세밀한 성경본문 주석에 근거해 약점들을 보완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광복 목사는 “천년왕국 문제에 대한 확고하고도 통합적 해석은 종말 재림이 임박한 이 시대 교회가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며 “역사적 전천년설도 뚜렷한 약점이 있으므로, 세대주의의 징조에 대한 연구와 적용적 측면에서 무천년설의 영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통합해 ‘통합적 역사적 전천년설’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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