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립대학 설립자의 딸이, 자신의 장례와 관련한 모든 비용을 장학금으로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숭실대의 설립자인 윌리엄 베어드(W. M. Baird) 박사의 딸 메리 앤더슨(Mary Ann Baird Anderson·사진) 여사는 지난 5월 27일 미국 일리노이주 락포드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은 6월 9일 인근 교회에서 소박하게 열렸다.
숭실대측은 설립자의 마지막 친혈육의 장례식장에 총장 비서실장과 대외협력처장을 보내 유족을 위로하려 했으나, 유족은 여사의 유언을 들어 “장례식장에 절대 참석하지 말고, 조화나 조의금도 보내지 말라”면서 “그 비용을 모두 학생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또 “장례식을 통해 받은 조의금과 현물을 숭실대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앤더슨 여사는 지난 2006년, 평양 숭실 시절의 모습을 담은 아버지의 유품 수십 점을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한 바 있다. 또한 2007년 숭실대 개교 110주년 기념식에 가족들과 함께 참석해 변화한 학교의 모습을 보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평양에서 태어나 18살까지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온 그는, 여전히 기본적인 한국말을 기억하고 김치를 유난히 즐길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숭실대는 유족의 뜻을 받들어 설립자의 이름을 딴 ‘베어드 장학금’을 조성해 재학생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