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에 뽕나무와 성경 들고 캄보디아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캄보디아 김종식·권찬식 선교사 부부의 희망 심기

▲지난해 뚜올살라마을에 세운 그리스도열매교회 앞에 선 김종식 선교사 부부.

▲지난해 뚜올살라마을에 세운 그리스도열매교회 앞에 선 김종식 선교사 부부.

2010년부터 캄보디아 선교를 시작한 김종식·권찬식 선교사 부부는 ‘뽕나무’로 2백만 대학살 죽음의 땅 캄보디아에 희망을 일구고 있다. 김종식 선교사(58)는 ‘지속 가능한 자립선교’를 기도하던 중 성경에서 ‘나는 목자요 뽕나무를 재배하는 자로서(암 7:14)’ 라는 말씀을 읽고 도전을 받았다.

“캄보디아는 이사야 62장 4절 말씀처럼 ‘버림받은 자, 황무지’ 같은 곳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후의 인접국인 태국에서는 다모작에 실크 산업이 흥왕하고 있어요. 캄보디아는 크메르루주 폴포트 정권 때 기술자들이 학살되면서 궤멸된 거죠. 캄보디아는 전국 24개주 1만3800개의 마을에 1만7000곳의 사원(파고다)이 있고, 머리 일곱달린 뱀같은 우상숭배가 극심합니다. 게다가 국민의 36%가 최극빈층이예요. 예수님도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후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잖아요? 이들에게 효과적인 복음의 접촉점이 필요한데, 바로 뽕나무와 같은 자립할 수 있는 일터개척입니다.”

하지만 김 선교사는 뽕나무에 문외한이었다. 그는 기도끝에 전혀 알지 못하던 잠사협회를 찾아간다.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수입해서 쓰지만, 우리나라는 1970년대만 해도 잠사업에 1백만명이 종사했대요. 옛날 생각이 나시는지 협회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잠업 전문가까지 연결이 됐죠.”

이러한 준비 끝에 2010년 6월 8일 캄보디아로 간 김 선교사는 수도인 프놈펜에서 1시간 가까이 떨어진 껀달주 고아원 사역자들과 협력해 대량으로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묘목은 철저히 교회를 통해 관리했다. 6개월 걸리는 재배 과정 동안에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제자훈련을 실시했다.

▲현지인들과 함께한 김종식 선교사의 모습.

▲현지인들과 함께한 김종식 선교사의 모습.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7천인을 남겨두셨던 것처럼, 킬링필드 대학살 전 복음을 받아들였던 이들이 연약하지만 곳곳에 남아 있었습니다. 지금은 40대가 된 그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하셨고, 그곳에는 흔적만 남은 교회들이 있었습니다. 첫번째 교회는 비 새는 오두막이었는데, 한 성도의 집이었어요.” 그렇게 세워진 곳이 껀달주 뚜올살라 마을의 ‘그리스도열매교회’였다.

마을을 다니며 성경을 전해줄 때마다 역사가 일어났다. 한 마을에 성경 98권을 전했는데 85명이 3개월만에 성경 기초과정을 마쳤고, 다른 마을에서는 52명이 따라왔다. 은혜받은 이들이 땅이나 집을 내놓으면 그곳에 교회와 자립일터를 개척한다. 뽕나무 묘목 심기와 교육은 철저히 교회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묘목을 심으면 심을수록 교회와 성도들의 자립 기초가 세워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그는 뽕나무를 재배하면서 ‘뽕나무 복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캄보디아 말로 ‘뽕나무 복음’은 ‘덤릉러어 네이다음문’이라고 하는데, ‘다음문’이 뽕나무입니다. ‘먹는 나무’ 라는 뜻이에요.” ‘뽕나무 복음’의 첫번째, 순결이다. “농약을 치면 잎을 먹은 누에가 죽거든요. 말씀도 다른 것이 섞이면 이단이 되잖아요.” 두번째는 동역인데, 농부와 누에가 50일간 동고동락해야 하는 게 제자훈련 과정과 같다. 세번째는 누에치기를 위해 실내 온도가 25-27도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가 큐티와 새벽기도 등으로 신앙을 늘 유지해야 하는 ‘경건 생활’과 같다는 것 등이다. 믿음과 열매, 그리고 추수. 마지막으로 겉은 명주실, 속은 고단백 영양분의 번데기로 모든 것을 다주고 가는 드림까지 ‘뽕나무 복음’은 7가지다.

김종식 선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24개 주, 특히 멀고 험해 선교사들 발길이 잘 닿지 않는 북쪽 산악지대의 소수부족 마을까지 교회를 세우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뽕나무는 일반 농작물들을 심기 열악한, 물이 잘 빠지는 땅에서 오히려 잘 자랍니다. 캄보디아에 잘 맞는 수종이죠.”

착착 진행되던 자립일터 교회개척 사역은 그러나 지난해 10-11월 태국 방콕이 물에 잠기는 등 인도차이나 반도를 휩쓸었던 대홍수로 빨간불이 켜졌다. 침수가 40여일 계속되다 보니 교회가 개척될 마을로 보낼 많은 묘목들이 죽거나 잘려 나가버린 것. 김 선교사는 이를 알리고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고, 9일 다시 출국했다. 각 주에 세울 다음문비전센터 부지 1평에 1만원, 뽕나무 성목 한 그루에 1달러면 된다고 한다.

▲뽕나무 묘목을 심은 곳의 모습.

▲뽕나무 묘목을 심은 곳의 모습.

“현재 캄보디아에는 2007년 발효된 노방전도 금지, 축호전도 금지, 개종권유 선물제공 금지 등을 담은 ‘기독교 선교금지법’이 유효한 상황에서, 서방세계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기독교를 개방하는 이중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도 경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강력한 종교 통제정책을 사용할텐데, 그 전에 자립·자치·자전할 수 있는 많은 교회를 개척해 현지인들 스스로 자립할 기반을 만들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김 선교사는 귀츨라프 선교사 이야기를 꺼냈다. 귀츨라프 선교사는 1832년 7월 17일 동인도회사 상선을 타고 충청도 한 섬 고대도에 상륙했는데, 한 손에 한문 성경을 든 채로 다른 손에 감자를 들고 재배법을 알려주면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하기까지 했다. 그는 비록 25일 뒤 쫓겨났지만, 감자를 통해 효과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귀츨라프가 상륙한 날이 캄보디아에 선교금지법이 발표된 날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사건을 통해 감동을 주셨고, 이제 급한 마음으로 뽕나무를 통해 복음을 전하려 합니다. 오늘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가 김 선교사를 만난 날은 그가 캄보디아에 들어간지 2년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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