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낙태, 미혼모 문제 등 정면으로 다뤄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두고 찬반 양론이 분분한 가운데, MBC TV 드라마 <아이두아이두>에서 이 문제를 정면 거론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인 줄만 알았던 드라마에서 낙태 문제를 그럴 듯한 설정을 담아 현실감 있게 그려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상을 불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TV 드라마에 등장한 이같은 설정과 스토리는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낙태 문제와 성 윤리, 책임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부모와 자식 사이에 꺼내기 쉽지 않은 이런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고, 더 발전할 경우 성교육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워커홀릭 구두 디자이너 지안(김선아 분)은 ‘하룻밤 실수’로 임신을 하게 되는데, 사장으로의 승진과 맞선 상대와의 결혼을 앞두고 ‘당연히’ 낙태를 고민하게 된다.
지안은 친구의 “괜히 들러붙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다. 그냥 똥 밟았단 셈 치고 아기를 지워버려라”는 조언에 낙태 시술을 받으러 갔지만, “종기라고 생각하라”는 산부인과 의사의 말에 발끈해 화를 내며 나오게 된다.
워커홀릭 지안이 이렇게 변한 이유는 부모가 바라는 결혼 상대자로 맞선을 본 상대역 조은성(박건형 분)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은성은 ‘자궁 나이가 50대로 폐경 위기’라는 말에 우울해하던 지안을 신생아실로 데려가 갓 태어난 아이들을 보여줬는데, 지안은 수술 상담을 받으면서 자꾸 그 모습이 어른거려 차마 수술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지안은 결국 낙태를 일단 접어둔 채 은성에게 사실을 고백하면서 헤어지자고 요구하고, 은성은 괴로워하면서 “수술이 하고 싶으면 몰래 해 버리든가. 이제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좋아하나” 라고 울부짖어 지안을 흔들리게 한다.
이후에는 드라마상에서 ‘낙태법 폐지 찬반토론’이 열리기도 했다. 여기에 낙태 반대론자로 나온 은성은 “아기는 지우라고도 못하고 낳으라고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선택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뱃속 아기도 그렇다. 살고 싶어도 살고 싶다고 말도 하지 못하지 않나. 당신들의 무책임한 실수에 미처 살아보지도 못하고 생명을 빼앗기는 아이의 심정이 어떻겠나”고 소리쳤다.
혼전임신과 낙태, 미혼모 등의 문제가 정면 등장하면서, 앞으로의 드라마 전개 과정과 함께 땅에 떨어진 성윤리와 무절제한 성문화가 어떻게 재조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쩌면 낙태 문제가 드라마에 나올 정도로 일반화됐거나,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문제가 됐다는 방증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