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박사 기독문학세계] 영어시간 선택한 주제의 ‘변명’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오월에 생각나는 일(2)… 작품편 두 번째 에피소드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송영옥 교수(기독문학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대 외래교수).

학교에 있는 나에게 오월은 스승이 되어 한번쯤은 제자들을 깊이 생각해 보는 때 인 것 같다. 그리고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수업 내용에 대한 견해를 다시 고민하고 검토해 보는 시간이기도하다. 고3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사회로 또는 취업으로 삶을 새로 시작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또한 그 선택으로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명분은 바뀌어지만 신입생 때는 여전히 고3의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한다. 때문에 영어가 비록 외국어이지만 교재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면서도 학생들의 지적 수준이나 흥미에 적합해야한다.

이 말은 문장의 구조나 어휘들이 앞으로 각 분야의 전공을 공부해 나가는 데 있어 직접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들이 한 인간으로 삶을 영위해 가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의미라 함은 인간의 지성과 감성으로 이해 가능한 영역을 넘어 개인에 따라서는 영성의 차원으로 확대될 수 있는 잉여의 그 무엇을 포함하는 말이다. 이런 취지로 나는 수업시간에 매우 자주 교과서와 관계없는 내용을 발췌해서 수업을 진행하곤 하였다. 그리고 평가하는 나름의 기준 중의 하나는 문학적 입장이다. 즉 수업을 하기 전과 한 후에 그 내용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하는 점이다.

오월에 생각나는 두 번째 에피소드 역시 지난번 제자의 편지와 관련이 있다. 제자가 보낸 기쁜 소식은 자신이 임시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정식으로 발령을 받을 때까지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면서 한 순간 한 순간에 진정성을 가지고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였다고 하였다. 제자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첫 시간 선택했던 교재의 내용과 관련이 있었다.

“선생님, 그날 Make each day your masterpiece를 공부하던 날, 제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이 문장만은 외어야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리고 강제로(?) 제 약속을 받아내셨지요? 제가 지금은 그 부분을 암기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기억하곤 합니다.”

나는 우선 그 내용을 영어로 적어야 할 것 같아 독자의 양해를 구한다. 문장은 마태복음서의 달란트 비유와 관계된 것이다. “How much or what kind of talents we are given is not important: like the parable, we are each given different talents and in different measure. What is important is that we use them and expand upon them.”

그렇다. 이처럼 사람은 각자 다른 스타일과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지 그것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고, 그 노력으로 각자 탁월한 비젼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날 제자에게 이점을 … 그의 표현대로라면, 분노에 찬 억양으로 강제로 그의 뇌리에 각인을 시켰던 것이다. 그 때문에 나의 제자는 한순간 한 순간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했다.

나는 제자의 편지를 다시 읽었다. 그는 위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기억할 뿐만 아니라 종종 다른 사람에게도 이야길 해 준다고 하였다. “그날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그 분노에 찬 듯한 억양을 그대로 흉내내면서요.” 그는 ‘강제로’ 라는 단어와 ‘분노에 찬 억양’이라는 말에 밑줄까지 그어놓고 물음표를 몇 개씩 찍어놓았다. 나는 글의 행간에서 그의 마음을 읽었고 가슴이 짠했다.

인간은 오랫동안 이성적 문명의 유토피아를 꿈꾸어 왔다. 인류의 역사적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보면서 인간의 창조력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을 통하여 앞으로 계속 발전될 행복한 미래를 유일한 희망으로 삼아왔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제3의 물결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유토피아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낙관적이고 실용적인 세계가 되었다. 그래서 엘벤 토플러는 미래의 세계를 프랙토피아(Practopia) 라고 불렀다.

미래 세계에 대해서도 문학적인 글들은 인간에게 더 깊은 통찰을 요구하는지 모른다. 예를 들면 미래학자들이 말한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에서 과연 인간이 꿈꾸는 대로 진정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던진다. 인간을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성에 의해서가 아니고 그 이성에 다른 어떤 맛과 향기가 더해질 때이라고 문학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체화 할 수는 없지만 삶을 총체적으로 움직이는 엔진 같은 것이어서 물 한 방울 속에서도 해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문학은 이때 비로소 인간의 삶은 풍요로워지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고등학교의 영어 독본이나 대학의 교양학부 교재는 교훈적인 논설문이나 설명문보다 더 많은 양의 문학작품으로 그 내용을 구성함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삶을 지혜로 이끄는 성서의 내용을 구현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말을 하는 것은 내가 크리스천이어서가 아니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가치를 지닌 책이 성경이며 위대한 작가들의 증언처럼 “성서는 바로 문학작품의 이상”이며 “예술의 대법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오월에 내가 생각하는 주제 중의 하나이다.

/송영옥 작가 (영문학 박사. 영남신학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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