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납세, 이견은 없었으나 현실 진단은 엇갈려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NCCK 공청회서 찬반 논의… 정부측 “‘공평한 과세’가 중요”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가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가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5일 오후 서울 종로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목회자 납세 관련 공청회’의 결론은 “목회자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진단하는 면에선 다소 시각을 달리했다.

이날 공청회는 목회자 납세를 두고 찬·반 각 한명 씩의 발제, 그리고 정부(기획재정부)의 입장 발표, 질의응답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조세정의와 함께 사회정의도 고려돼야

▲이억주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이억주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핵심은 찬·반 발제였다. 하지만 ‘반대자’로 나선 이억주 목사(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도 “큰 틀에서 목회자 납세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논란으로 마치 목회자들만 나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처럼 비쳐,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다는 게 이 목사의 주장이었다. 즉, 세금을 내지 말자는 게 아니라 그 전에 현실을 깊이 이해하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게 요지였다.

이 목사는 “성직자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그 의무 가운데 ‘납세’가 있는 만큼 이를 피해가기 어렵다”며 “다만 목회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조세정의를 실현하자고 한다면, 이와 함께 가난한 국민을 돌보는 사회정의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목회자 약 12만 명 중 절반 정도는 빈민에 속하고 4만여명은 남들의 도움을 겨우 면할 정도며, 약 2만명 정도만 세금을 낼 여력이 있다. 그리고 여력이 있는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교회, 재정적인 면에서 의로워야

▲박원호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박원호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목회자 납세 찬성 발표자로 나선 박원호 목사(주님의교회)는 온건한 입장에서 교회의 입장을 대변한 이 목사와 달리 세상에서의 교회의 의무를 강조하며 지금 한국교회가 가진 신앙적 가치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스스로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밝힌 박 목사는 지금까지 목회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게 된 이유로 교회와 세상을 구분하는 교회의 “이분법적 신앙”을 지적했다.

박 목사는 “이분법적 신앙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제한된 하나님 내지는 우상과 동등한 하나님으로 이해하게 한다. 교회의 사명 역시도 역사와 현실을 떠나 수도원처럼 이해하게 한다”며 “목회자 세금 문제는 단지 재정 문제가 아닌 하나님 나라의 핵심 문제다. 교회는 당연히 재정적인 면에서 의로워야 한다. 어떤 특권도 인정돼선 안 되며 어떤 특혜도 주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목회자 납세 논의가 목회자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거나 세상의 영적 세력의 위협이라는 차원에서 보지 말았으면 한다”며 “이 문제를 새로운 시대를 맞아 교회들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으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정부, 오는 8월 세법 개정 통해 큰 원칙 정할 수도

▲기획재정부 세제실 정정훈 실장이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기획재정부 세제실 정정훈 실장이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눈길을 끌었던 건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정정훈 실장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이날 함께 자리했다는 점이었다.

정 실장은 “(정부가) 성직자들에게 세금을 내라고만 하고 그에 대한 혜택이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며 “납세로 인한 자연적 혜택과 더불어 필요하다면 논의를 통해 각 종교의 특성을 감안한 어떤 지원이라도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성직자 과세를 추진하면 걷는 세금에 비해 드는 비용이 많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가 성직자 납세를 언급한 건 세금을 더 걷어보겠다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무엇이 공평한 과세인가’라는 차원”이라며 “(그러나 굳이 실효성을 따진다면) 이미 정부의 갖춰진 조직이 있기에 (성직자 세금 부과를 위한) 추가 비용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정부가 빠른 시일 내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사실도 아울러 밝혔다. 그는 “오는 8월 세법 개정을 통해 성직자 납세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는 큰 원칙 정도를 명확히 하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며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목회자 납세가 필요하다는 대원칙을 천명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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